'2022/04'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22/04/28 내 이념
  2. 2022/04/11 위로산업
  3. 2022/04/08 그저 지속
  4. 2022/04/04 메탈계의 폴 모리아
  5. 2022/04/01 남자다움
2022/04/28 12:06
누구나 내 이념은 적정하다. 누구나 나보다 진보적인 사람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 나보다 보수적인 사람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느낀다. 누구나 나보다 훨씬 진보적이거나 나보다 훨씬 보수적인 사람에겐 반감이나 거부감을 느낀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상대적 심리현상이다. 근래 한국엔 그런 당연한 반감과 거부감을 표현하는 걸로, 자신이 꽤 훌륭한 정치적 역동 상태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모든 이념은 저마다 적정하기에 한 개의 적정한 이념 같은 건 없음을 기억하는 게 좋다. 가장 괜찮은 일은 내 이념에 대해 더 공부하고 더 가다듬는 것, 그리고 그걸 사회에 구현해가는 작업에 내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2022/04/28 12:06 2022/04/28 12:06
2022/04/11 08:31
자본주의에서 삶이 수반하는 공허와 고통의 원인을 자본주의 분석을 통해 해명하는 일이, 지나치게 막막하거나 철 지난 유행이라고 느껴질 즈음, '자기계발 산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이 산업은 공허와 고통의 원인은 사회가 아니라 당신이 게으르고, 당신 안의 잠재력을 억압한 결과라고 호통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길들여 돈을 뜯어냈다. 이 산업의 유일한 성과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을 번아웃에 이르게 한 것이다. 자기계발 산업의 호통이 사그라들자 나타난 게 '위로 산업'의 아첨이다. 고통과 공허의 사회적 원인 따윈 제쳐놓은 채, 무작정 당신이 옳다, 공감한다 아첨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길들여 돈을 뜯어낸다. 함부로 위로하려 들지도 쉽게 위로당하려 하지도 말 것.
2022/04/11 08:31 2022/04/11 08:31
2022/04/08 12:40
모레 나올 221호를 기준으로 고래가그랬어의 연재 꼭지는 총 28개이고, 그 중 창간호부터 지속한 게 둘이다. '고그토론'과 '쉿 손으로 말해요'. '쉿 손으로 말해요'는 수어를 배우는 꼭지다. 얼마 전 지인과 자리에 동석한 분은 중학생 딸이 어릴 적부터 고그 독자였다. 그는 딸이 수어를 꽤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우연히 알았다고 했다. 고맙다는 그에게 저야말로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인사하는데, 마음이 잔잔히 일렁였다. '쉿 손으로 말해요'가 18년 넘도록 지속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지면 개편 시기에 한 번도 그만하자는 의견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꼭지라서는 아니었다.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삶에는 그저 지속되는 게 맞는 것들이 있다.
2022/04/08 12:40 2022/04/08 12:40
2022/04/04 22:28
세드릭 번사이드가 <I Be Trying>으로 그래미를 받았다고 해서 듣다가(근사한 앨범이니 꼭 들어보시길), 문득 궁금해져서 록과 메탈 퍼포먼스 후보작들을 차례로 들어봤다. 롭 좀비를 좋아한 적은 없는데 이 곡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몇 시간 째 틀어놓게 된다. 수상은 드림 시어터. 슈퍼밴드라는 건 물론 동의하지만, 나로선 예나 지금이나 메탈계의 폴모리아 악단 같은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밴드다.
2022/04/04 22:28 2022/04/04 22:28
2022/04/01 08:21
윌 스미스의 행동은 멍청한 꼬마 같았고, 크리스 록의 침착함과 감정 통제야말로 진정 남자다운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봤다. 다른 사람의 질병을 우스갯거리로 삼는 것 역시 미숙한 꼬마의 행동이다. 누가 더 남자답다느니 하는 이야기부터가 틀렸다. 남자다움이란 가부장제에서 보편적 인간을 사유하는 데 실패한 절반의 인간이 보인 집단 망상이다. 강인함과 책임감, 자제력 같은 건 남자의 미덕이 아니라 인간의 미덕이다. 인간에겐 단지 인간다움이 있을 뿐이다.
2022/04/01 08:21 2022/04/01 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