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5/07/28 봉사
  2. 2005/07/23 꼭두각시
  3. 2005/07/20 연예계
  4. 2005/07/16
  5. 2005/07/15 취향
  6. 2005/07/14 바보
  7. 2005/07/12 존재하는 기쁨
  8. 2005/07/07 도리
2005/07/28 14:38
이 더위에 노무현 씨가 한국인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는 ‘입이라도 다무는 것’이다.
2005/07/28 14:38 2005/07/28 14:38
2005/07/23 11:20
이건희나 홍석현, 혹은 삼성이나 중앙일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짓이 주류 미디어에 의해 보도될 때 마치 ‘그놈들이 그런 짓을 할 놈들인지 몰랐던 양’ 격분한다. 그건 사람들이 주류 미디어의 권위에 거의 완전하게 지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의 사회적 분노를 주류 미디어가 거의 완전하게 조정할 거라는 것을 보여준다. 꼭두각시로 살고 싶지 않다면 주류 미디어가 숨기든 밝히든(부득이하게, 혹은 그들 사이의 암투로) 상관없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건 생각보다 쉬우며 그렇게 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2005/07/23 11:20 2005/07/23 11:20
2005/07/20 11:36
‘몸짱 아줌마’가 이 동네로 이사 왔다는 건, 몇 달 전 “그런데 그 집 아저씨와 애들은 되게 뚱뚱해.”하는 동네 아줌마들의 수군거림으로 알았다. 엊그제 집에 들어가니 가정통신문 같은 게 놓여 있는데 그 아줌마가 보낸 편지다. 어린이 체조 비디오를 만드는데 거기 출연할 여자 아이들을 선발한다, 김단이 1차 선발에서 뽑혔으니 2차 선발에 나와 달라는 이야기가 ‘이 편지는 교감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보냅니다’ 라는 맺음말로 적혀있다. 워낙 건강법이니 몸매관리법이니 하는 상품에 대한 탐탁지 않음(몸을 튼튼하게 만든다든가 비만을 치료하는 일은 꾸준한 노력과 운동이 중요한 것이지 무슨 특별한 묘책이 있는 건 아닌데 그 꾸준한 노력과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묘책을 몰라서인 것처럼 현혹하는 건 일종의 사기다)이 있는데다 이번엔 ‘어린이’라니 더욱 탐탁치가 않다. 그런데 아침에 김단이 거길 가도 되냐고 묻는다. 제 엄마한테 물었지만 그도 탐탁지 않기야 매한가지인지라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떠넘긴 것이다. “글쎄.. 그거 어른들이 순 돈 벌려고 만드는 건데 그런 데 단이가 나가는 게 아빠는 별론데..” 그래도 김단은 적이 가고 싶은 눈치다. 왜 가고 싶은지 물었더니 “재미있을 것 같고 무대공포증도 나아질 것 같아서”라고 한다. 다섯 살 때부터 춤을 추어온 제 엄마의 피가 흐르는 걸까, 김단은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 잠시 생각하다 아비의 잘난 사회의식으로 아이의 정당한 욕구를 통제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래,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라.”했다. 돌아온 김단에게 “엄마들 좀 왔든?” 하고 물으니 다들 왔는데 어느 엄마가 김단에게 그러더란다. “너희 엄마는 왜 안 왔니?” “굳이 오실 필요가 없어서 안 오셨어요.” “아니 왜 오실 필요가 없어? 자기 딸 일인데.”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아이를 ‘연예인’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적당한 일부일 때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연예계는 사회의 일부다. 문제는 지금 한국엔 그런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요컨대 지금 한국은 그 자체로 연예계다.
2005/07/20 11:36 2005/07/20 11:36
2005/07/16 11:19
김건 : 아빠. 선생님이 태극기 달으래.
김규항 : 무슨 날인데?
김건 : 우리나라 법을 정한 날이라던데.
김규항 : 제헌절? 단아 제헌절이 언제냐?
김단 : (달력을 들여다보며) 17일, 일요일인데.
김규항 : 그렇구나.
김건 : 6학년 형들이 태극기 안 단 집 적으러 다닌대. 그래서 안 달면 가만히 안두겠대.
김규항 : 가만히 안 둬? 누가?
김건 : 선생님이.
김규항 : 너희 선생님이 잘 못 생각하는 것 같다. 태극기 다는 건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거야. 먼저 제헌절에 대해 더 알아보고 달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아빠가 도와줄게. 하지만 안 달아도 괜찮아.
김건 : 선생님한테 혼나면?
김규항 :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혼이 나? 걱정 안 해도 돼.
김건 : 알았어요..

김건은 알았다고 하면서도 시무룩하다. 공교육에 아이를 맡기는 일에서 가장 힘든 것 가운데 하나는 교사의 편차가 터무니없이 커서 어떤 교사를 만날지 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2005/07/16 11:19 2005/07/16 11:19
2005/07/15 01:31
김단과 김건에게 자미로콰이의 신보 Dynamite를 죽 틀어주고선 어떠냐고 물으니 이구동성으로 첫 곡 Feels Just Like It Should 말곤 다 별로란다. 헤비하지 않다면, ‘그루브의 왕’도 둘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취향도 참..ㅎㅎ
2005/07/15 01:31 2005/07/15 01:31
2005/07/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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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보로 살지 않으려면 적어도 ‘소비의 속성’은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자본은 무한정 증식하려는 본능을 가지며 그런 자본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구입하지 않거나 구입한 물건을 수명이 다하도록 사용하려는 ‘전통적인’ 태도는 매우 곤란한 것이다. 그런 태도를 무너트리기 위해 자본은 소비를 촉진하는 두 가지 공작을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광고). 계속 새로운 물건으로 바꾸게 만드는 것(유행). 공작은 갈수록 발전한다. 당대의 가장 감각적인 머리들(이른바 프로들)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지는 오늘의 광고는 옛 ‘약 선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요컨대 오늘의 광고의 목표는 어떤 상품의 쓰임새를 부풀려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상품을 '문화'로 만드는 데 있다. 문화란 쓰임새를 뛰어넘는 것이다. 공작의 효과는 어릴 적부터 광고에 길들어 자란 젊은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그들에게 상품을 구입하는 일은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이며 브랜드는 ‘장사꾼의 표찰’이 아니라 '작가의 사인'이다. 그들은 소비를 통해 문화적 감동에 빠지며 소비하지 못할 때 문화적 결핍에 시달린다. 물론 이건 젊은 세대만의 모습은 아니다. 심지어 우파만의 모습도 아니다. 우디 알랜은 <애니홀> 도입부에서 카메라(우리)를 보며 뇌까린다. “쇼핑백을 들고 카페를 전전하면서 사회주의를 외치는 인간만 아니면 됐죠 뭐.”
2005/07/14 11:28 2005/07/14 11:28
2005/07/12 00:24
내가 아는 한 음악학자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음악학자이면서 음악학이라는 노동에서 스스로 소외된, 그저 돈벌이와 사회적 지위 유지를 위해서 만큼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몇 해 전 그의 연구실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적이 놀랐다. 그의 오디오 장비가 너무나 소박했기 때문이다. 내가 “개비할 생각도 있는가” 묻자 그는 “충분하다”고 했다. “충분하다는 기준이 뭐냐”고 다시 묻자 그는 웃으며 “실제 연주만이 진짜 음악이며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진짜 소리를 상상하는 것”이라 대꾸했다. 결국 진짜 오디오는 오디오 장비가 아니라 ‘나‘라는 얘기였다. 그는 (에리히 프롬을 빌어 말하면) 음악을 ‘소유하는 쾌락’을 접음으로써 음악이 ‘존재하는 기쁨’을 얻은 사람이었다. 갈수록 삶은 그런 선택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5/07/12 00:24 2005/07/12 00:24
2005/07/07 01:20
연락을 자주, 혹은 정기적으로 해야 도리라는 생각을 버려. ㅎㅎ.
도리는 언제나 마음 속에 있는 법이니..


후배에게 쓴 답장에서
2005/07/07 01:20 2005/07/07 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