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1 17:03
사실 ‘세상이 바뀐다’는 말은 새로운 매체나 양식이 출현할 때마다 요란스럽게 반복되어온 말이다. 인터넷이 대중화할 때도 촛불이 한창일 때도, 음반이 발명되었을 때도 텔레비전이 대중화할 때도 금속활자가 상용화하여 대중들도 쉽게 책을 갖게 되었을 때도 말이다. 그러니 트위터의 대중화 국면에서 그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세상이 바뀐다는 게 뭔가’에 대한 견해 차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고재열 씨가 세상이 바뀐다고 말하는 어떤 것에 대해 나는 그건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관과 철학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피차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견해 차이를 서로 인정하더라도 ‘세상이 바뀐다’는 말의 본래적 엄중함(얼마나 엄중한 말인가!)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고재열 씨는 주로 생활 양식의 변화에 주목하는데, 그렇게 보자면 삼성이나 엘지도 ‘디지털이 세상을 바꾼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 따위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물론 전자들은 제 상품을 팔아먹으려는 의도고 고재열 씨는 좀더 사회적인 의도이지만, 내용보다는 양식의 측면에 주목한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나는 적어도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도구나 양식의 측면에서만 사용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도구나 양식에 담기는 내용에 대해 고민하길 멈추지 말았으면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몇 해 전 네이버가 한참 떠오를 때 그곳 임원 한 사람과 대화한 기억이 난다. 그는 ‘전문가나 권력에 독점되던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이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일단 동의하면서 ‘그러나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내용과 방향’이라고 말했다. 내용과 방향이 칼날 같다면 열 권의 책이 혁명가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는 게 많은 바보’만 양산할 거라고 했다. 이미 세상은 정보와 지식을 잔뜩 짊어진 채 아무런 직관도 용기도 보이지 못하는 바보들로 차고 넘친다, 보다시피.

2010/09/01 17:03 2010/09/01 17:03
Posted by gyuhang at 2010/09/01 17:03 | 트랙백 2
2010/08/31 23:26

아침에 트위터에서 고재열 씨(@dogsul)와 허지웅 씨(@ozzyzzz)가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 못 바꾼다 티격태격하는 걸 봤다. 고재열은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쪽이고 허지웅은 트위터는 도구일 뿐이며 중요한 건 그 안에 뭐가 담기는가라는 이야기다. 나는 허지웅에 동의한다. 세상은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의해서 바뀐다. 그 운동이 책에 담기는가 인터넷에 담기는가 촛불에 담기는가 트위터에 담기는가의 차이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세상을 바꾸는 운동인가, 다. 지배체제의 숙제는 그 운동을 막는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처럼 모조리 간첩으로 몰아 없앨 수 없는 오늘, 체제는 좀더 교활하게 숙제를 수행한다.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 아닌 걸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인터넷과 트위터 세상에서 차고 넘치는 ‘카타르시스로서의 반이명박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혹은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명박을 욕하고 조롱하는 반이명박 운동 말이다. 그 운동은 사실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명박을 반대하던 사람들과 이명박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지지할 것이고, 그 중간에서 부유하던 사람들은 그런 욕과 조롱에 설득될리 없으니 말이다. 그 운동의 유일한 의미는 그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노와 싸움이 정작 그 지배 체제, 즉 이건희를 비롯한 자본의 체제를 향하지 못하고 카타르시스되어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이명박 패거리가 지배 체제 아니냐고? 이명박과 그 패거리는 지배 체제의 집행관이자 행동대원일 뿐이다. 우리는 지배 체제가 이명박만 집행관으로 쓴 게 아니라 김대중이나 노무현마저 집행관으로 썼다는 가공할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이를테면 이번에 천신만고 끝에 1심 승소한 KTX 노동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의해 부당해고 되었었다.) 그래서 오늘 민주당이나 국참당이 말하는 ‘정권교체’란 실은 ‘집행관의 교체’를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싸움은 그런 사실을 직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걸 직시하지 않는 모든 싸움은 트위터든 촛불이든 인터넷이든 책이든 카타르시스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말이다.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공언하는 고재열 씨는 자신이 수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파워 트위터러’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 수만명의 팔로어는 ‘카타르시스로서의 반이명박 운동’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뒤집어 말해서, 고재열 씨가 이명박과 그 패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지배 체제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했어도 팔로어가 수만명이었을까?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이 질문을 충분히 되새겨 본 다음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010/08/31 23:26 2010/08/31 23:26
Posted by gyuhang at 2010/08/31 23:26 | 트랙백 2
2010/08/29 10:24
보태어 제안된 이름들. 늘어놓고 보니 밴드 이름 후보들이 아니라 현존하는 밴드 이름을 나열한 듯한 느낌이다. ㅎ

Counter clock, Counter clockwise, Left Jap, lowleft, Zappa Blues, 레디컬사운드,Llefty relief(왼손잡이 구원투수), 블루스훅, 그들의왼편, 좌측깜빡이, 좌심방좌심실, LEFT IMPACT, RED IMPACT..


2010/08/29 10:24 2010/08/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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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16: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성각 형이 새로 나온 서평집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를 보내왔다. 정성껏 사인을 하고 거위(맞다와 무답이) 도장을 찍고 또 알뜰하게 적은 작은 엽서까지 든 책을 받는 일은 근사하다. 그의 글씨엔 '낭만'이 느껴진다. 이십대의 절반을 얕디얕은 유물론에 사로잡힌 내 또래의 글씨에선 찾을 수 없는 그런 낭만이..

2010/08/26 16:22 2010/08/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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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10:39
‘하드한(사운드 면에서, 정체성 면에서) 좌익 2인조 블루스 밴드’로 확정하고 밴드 이름을 고민 중이다. 어제 '알튀세르 효과' 심포지엄에  최정우 발표도 듣고 진태원 얼굴도 볼 겸 들렀다가 '효과'라는 말이 괜찮구나 싶어 최정우와 ‘Blues Effect’와 ‘Pentatone Effect’라는 지금까지 나온 것들 중 가장 나은 두 후보작을  만들었다. 트위터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후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는데 몇몇 다른 의견도 나왔다. 로다운30의 윤병주 씨는 ‘로다운40’을 제안했고 ‘야간비행’ ‘맨온더사이드’ ‘제3인터내서널’ ‘삐끕좌파뺀드’ 등도 있다. 공연 섭외도 들어왔다. 흠.ㅎ (좋은 이름 많이 보내주시길..)

2010/08/26 10:39 2010/08/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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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14:13
미투데이 공부모임에서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고 나와 대화 시간을 갖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미친'이 뭔가, 했다. ㅎ

제목 - 미친세상, 김규항과 미친들이 만나다
시간 - 28일(토) 오후 3시
장소 - 신촌 아트레온 토즈
문의 - 서정민갑 017 290 7663

2010/08/25 14:13 2010/08/25 14:13
Posted by gyuhang at 2010/08/25 14:13 | 트랙백 3
2010/08/25 10:11
“사자가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생각나는 시절이다. ‘사자’를 ‘쥐’로 바꾸면 더욱 안성맞춤.

2010/08/25 10:11 2010/08/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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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23:14
아무리 비현실적이고 아무리 쓸모없어 보인다 해도 그들의 행동이 이타적 경향을 가진다면 우리는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적어도 '이타적 경향'이라는 사멸하고 있는 가치를 보존하는 사람들이다.

2010/08/24 23:14 2010/08/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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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22:16
내가 문제있는 부모임을 알아채는 결정적인 순간은 나정도면 괜찮은 부모지라는 생각이 들때다. 자기확신 없는 문제는 없다.

2010/08/24 22:16 2010/08/24 22:16
Posted by gyuhang at 2010/08/24 22:16 | 트랙백
2010/08/24 14:41

목수정 씨의 신간에 추천사를 쓰기로 했고 방금 교정지를 받았다. 제목은 <야성의 사랑학>이고 "한국남자들은 왜 더 이상 거리에서 여성들을 쫓지 않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게 말이야' 끄덕끄덕..

2010/08/24 14:41 2010/08/24 14:41
Posted by gyuhang at 2010/08/24 14:41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