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7 18:37
세습 문제나 각종 비리로 점철된 타락한 교회 비판에 몰두하다보면, 그렇지 않은 교회는 정상적인 교회로 여겨지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교회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그 정상성에 있다. 예수가 전한 하느님나라 운동의 치명적 적은 이미 상식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떠난 교회들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호감을 유지하며 성실하게 자본주의(마몬주의) 이념을 설파하는 정상적 교회들이다. 재벌 문제도 마찬가지다. 재벌의 편법과 불법에 대한 비판은 많은 경우 편법과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재벌 문제의 본질은 대다수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국민 경제가 극소수의 사적 이윤 추구에 동원되는 합법적 독점 구조 자체다. 그마저도 모자라서 편법 불법까지 자행하는 행태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만, 분노가 본질을 덮는 건 결국 그 구조를 돕는 일이 된다.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재벌 비판이 대부분 특정 개인의 윤리적 사안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 있다. 목사나 재벌 총수의 인격과 윤리가 아니라 그들의 인격과 윤리를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적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2018/04/07 18:37 2018/04/07 18:37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