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의 사퇴로 금융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논평들이 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시민이 아니라 청와대에, 특히 최소한의 판단력을 상실한 민정수석 조국에게 있다. 제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차라리 좀더 교활하기라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김기식이니 조국이니 운동권 출신 386의 정치 놀음이 아니라 금융개혁 자체일 것이다. 김기식은 장하성 김상조와 함께 참여연대의 경제민주화 운동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대한 기대는 3인 조합의 ‘제도화’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가지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다. 그들이 벌여온 경제민주화 운동의 실제 성과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에 앞서 경제민주화가 무엇인가라는 사회적 토론이다. 알다시피 그들의 경제 민주화론은 ‘재벌개혁’으로 대변되며, 해결책은 이른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작동이다. 주식 시장이 국적 없는 투기 시장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현실에서 황당한 견해이긴 하지만, 경제민주화론의 이론과 노선에서 가장 우파 버전이라고는 할 수 있다. 재벌 등 주요한 생산수단의 사회화, 노동자 공동 결정 등을 뼈대로 하는 경제민주화론의 좌파 버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경제민주화론이라기보다는 ‘경제 자유화론(혹은 시장화론)’이라는 이름이 좀더 어울린다. 여하튼 그 모든 평가와 토론은 감쪽같이 생략되어 있다. 김기식의 사퇴를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과 소동은 바로 그 평가와 토론을 은폐하는 ‘정치 극장’이다. 극장에 중요한 게 관객의 영화에 대한 호오가 아니라 흥행이듯, 이번 정치극장에서 중요한 것도 사퇴 찬성(은 물론 당연하나)인가 반대인가가 아니라 사퇴 찬성과 반대를 둘러싼 논란과 소동 자체다. 한국 정치는 갈수록 정치 극장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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