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읽고 '곰곰' 생각해봤으면 하는 편지. 우리가 바쁘게 살면서도 굳이 남의 글을 읽거나 의견을 듣는 이유는 내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이지, 내 생각과 같은지 다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규항 님께
트윗을 하다가 문득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싶어져서 규항 님을 불렀습니다.
나꼼수는 왜 늘 뒷북 공연을 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문재인과의 상관관계를 깨달으면서
(그동안 제가 본 트윗에서는 이런 얘기 한 번도 못 봤다는 것도 참 이상하네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런 거였구나.
그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준 날치기 일주일 전에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지금 생각해보면 '폐기'가 아니라 '날치기 반대'였던 것 같군요)
문재인은 '착한FTA'는 찬성한다는 둥 얼척이 없는 발언을 하는 와중에
서울 시위에 몇 번 참가하면서 왜 맨날 정당연설회일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나꼼수와 문재인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이제 이 판은 끝난 거구나 깨달았습니다.
민노총도, 전농도 운동의 동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순한 시민들 수천명 맨날 촛불 켜본들 국회의원들 선거용 들러리밖에 안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FTA 재앙을 고스란히 겪어야하는구나.
딱 한 가지 방법, 완전 폐기파의 절대 다수 당선과 대통령까지...
그러나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다 알지요.
지금까지 대선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 폐기파는 없지요.
그걸 어제 한순간에 와르르 깨닫는 순간, 가슴이 문드러질 듯이 아팠습니다.
노무현은 삼성과 손잡으면서 FTA를 시작했고, 동시에 비정규직화와 농민운동 파괴를 자행했으며,
이명박이 그것을 이어받아 종편 허용과 방송사 언론을 장악하면서
국민들을 심각한 수준으로 우민화시켰구나,
설사 자각을 한다해도 트윗 밀실 안에서나 찧고 떠들어댈 뿐
제대로 저항할 세력도 힘도 조직도 없어진 거죠.
거기에 나꼼수가 제대로 밑밥을 쳤다는 것까지 알겠습니다.
이명박의 죄악이 '꼼수'로 표현되는 순간 사람들은 조롱과 희열을 느끼겠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죄는 꼼수 정도로 죄질이 낮아지고 국민들은 만성불감증에 걸리게 만들었습니다.
나꼼수는 6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의 귀를 묶어둔 채
한미FTA가 왜 잘못인지, 왜 전면 폐기를 해야 하는지 한번도 말하지 않았죠.
그들을 거리로 나가라고 선동하지 않았죠. 희희낙낙 즐기기만 하라고 붙들어매었죠.
나꼼수.... 가카 헌정방송이 아니라 문재인(혹은 노무현) 헌정방송이죠.
내년 선거가 어떻게 돌아갈지 그림이 뻔해지면서 저는 더이상 촛불을 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달리, 전면 폐기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지만, 더는 거리로 나가지 않으렵니다.
이런 내용의 트윗 글을 연속해서 올렸건만 정말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게 더 충격이었습니다.
옳다, 아니다, 맞다, 틀렸다...뭐 이런 반응 자체도 없더군요. 리트윗도 알티도...
뭐야, 다들 알고 있다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확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규항 님께 검증을 받고 싶었습니다. 제 판단이 맞는지, 오류가 있는지...
한밤중이 되어서야 조금씩 반응이 오긴 했지만....
트윗 하는 사람들 중에 반MB 중에 노빠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노무현이 잘못 시작했다는 멘션 날렸다가(화가 나서 '놈현'이라고 하긴 했습니다만)
'년' 소리도 듣고 욕도 얻어먹고...바로 언팔도 당하고...
트윗이 나꼼수와 같은 폐해가 많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반MB의 밀실이면서, 여기서 화내고 욕하고 떠들면서 울분을 다 삭히고 말죠.
광장으로 나가야 할 힘을 여기서 다 소진하면서 '그래도 나는 뭔가 하고 있구나'
'내 생각과 같은 사람 엄청 많구나. 그래 우린 이길 거야'라고 위안하죠.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는 줄 뻔히 알면서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가 우둔해서 너무 늦게 깨달은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도 수두룩하더군요.
규항 님 생각을 들려주세요.
그리고 이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지옥 같은 FTA 치하에서 저는 도저히 살 자신이 없습니다.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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