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강연은 여느 강연보다 좀 더 진전된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그게 도리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사회에선 좀 더 진전된 이야기들보다는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들이 갈피가 안 잡혀서 문제(이를테면 평소 유럽 지식인 못지않게 진보적인 책들을 섭렵하는 사람이 선거 때면 꼭 비판적 지지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라고 늘 생각하면서도 왜 그랬을까? 며칠 전 김단이 불쑥 진보가 뭐냐고 물어 설명을 해주다 되새기게 되었다.
진보는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이고 보수는 세상을 지키려는 생각이야. 힘세고 부자인 사람들은 진보가 좋을까 보수가 좋을까?
보수.
그래. 그럼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진보.
그래. 그런데 이상한 건 힘세고 부자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보수인데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진보가 아주 적다는 거야.
왜?
그건 말이야. 힘세고 부자인 사람들이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각을 그렇게 만들어놓기 때문이야.
어떻게?
여러 방법이 있지. 신문이나 텔레비전, 정치인들, 또 가짜 진보..
가짜 진보? 그게 뭔데?
그건 말이야..
이런 식으로 갔어야 했다. 내친 김에 잠시 중단된 팜플렛 작업을 서둘러야겠다. 이 얼크러진 현실의 기본적인 갈피를 잡을 수 있는 팜플렛. 올초부터 몇몇 후배들과 같이 작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잘 안되었다.(그들 스스로가 팜플렛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임이 밝혀졌다고 할까, 공부나 실천에서 상당 수준인 그들이 그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이야..) 그러나 광장의 열기 속에서 순수한 열정이 소박한 의식 때문에 소모되는 걸 보면, 이를테면 “KBS를 수호”하기 위해 밤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초고를 내쳐 쓰자 싶다. 대강의 구성은 이렇다. 보수와 진보, 계급과 이념, 신자유주의, 영성과 정치.. 그림도 넣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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