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제 친구들은 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게임을 해요. 피시방에 가서 더 오래 하는 아이도 있어요. 그런데 엄마는 숙제 하는 것 말곤 컴퓨터에 손도 못 대게 해요. 친구 집에서 잠깐씩 게임을 할 순 있지만 게임을 잘 못해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부끄럽기도 하고 따돌림 당하는 것 같기도 해요. 엄마는 "게임은 한번 시작하면 반드시 중독되기 때문에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그러세요. 게임이 정말 그렇게 해로운 건가요? 조금씩 하는 것도 해로운가요?

사람의 생활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일과 놀이. 사람에겐 두 가지 모두 중요해. 몸과 마음에 불편한 곳이 없는데도 일하지 않는 사람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고 놀이가 없으면 사람은 기계와 다를 게 없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놀 수 없고 제대로 놀지 않으면 제대로 일할 수 없어. 동무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일 대신 공부를 하지. 물론 고래삼촌이 말하는 공부란 학교에서 시험 성적을 내는 공부만 말하는 게 아니야. 어쨌거나 동무의 생활은 공부와 놀이로 이루어지고 컴퓨터게임은 놀이의 하나야.
엄마가 게임을 못하게 하시는 건 동무가 공부만 하고 놀지는 못하게 하려는 건 아닐 거야. 일과 놀이, 공부와 놀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야.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서 공부는 물론 아예 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어. 부모님이 간섭 안하고도 게임을 적당히 하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려워. 지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부모님에게서 야단을 맞거나 동무처럼 아예 금지 당하곤 해.
게임엔 중독성이 있는 게 분명해. 원래 재미있는 놀이란 조금씩 중독성이 있지. 재미있으니까 자꾸 하고 싶어지잖아. 그런데 게임은 좀 달라. 게임은 단지 재미있어서 자꾸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니야. 게임은 만들어질 때부터 사람들을 중독시키려고 만들어졌어. 무슨 말이냐고?
게임은 게임 회사에서 만들지. 게임회사에서 게임을 만드는 진짜 이유는 뭘까?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물하기 위해서? 그래서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야. 2005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 줄 알아? 8조원이 넘어. 어휴, 8조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고래삼촌도 까마득한 걸.
그 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게임회사들은 경쟁을 해. 사람들이 자기 회사에서 만든 게임을 자꾸자꾸 하도록 만들려고 말이야. 그래서 게임은 아예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들어지는 거야. 컴퓨터 게임이 처음 생겼을 땐 그게 큰돈이 된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고 중독되게 만들지도 않았어. 하지만 게임으로 버는 돈이 커지면서 경쟁도 더 심해지게 된 거야. 2004년에 게임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2005년의 절반도 안 돼. 이쯤 되면, 경쟁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지? 물론 경쟁이 심해지는 만큼 중독성도 더 강해지지.
그래서 게임에 지나치게 빠지면 두 가지 함정에 빠지는 셈이야. 하나는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생활이 망가져 버린다는 것, 둘은 게임으로 돈을 벌려는 장사꾼의 속셈에 놀아난다는 것. 바보가 아니라면 그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해 줄 이유는 없겠지?
동무는 게임을 하고 싶어만 하고 엄마는 못하게만 하면 해결 방법은 없어. 동무는 엄마를 속이고 엄마는 동무를 감시하는 방법뿐이야. 얼마나 슬픈 일이야. 동무가 사는 집이 무슨 포로수용소는 아니잖아?
이렇게 하면 어때? 엄마와 게임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는 거야. 먼저 게임에 대한 동무의 생각과 동무가 게임에 중독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말씀드리는 게 좋겠지? 그러면 엄마도 분명히 동무의 의견을 존중하실 거야. 그래서 엄마의 생각과 의견을 내실 거야. 그러면 눈치 보지 않고도 엄마 눈 속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게임하게 될 거야.
하지만 게임 말고도 좋은 놀이가 많다는 것 잊지 말아. 사실 게임만큼 시시한 놀이도 없지. 놀이라는 게 몸을 움직여서 해야 제 맛 아닌가? 이건 그냥 고래삼촌 생각. 힘내, 고래처럼! (고래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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