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10 13:53
후배의 권유로 윤중호 시집 ‘고향 길’을 읽었다. 2005년에 나온 시집인데 그는 2004년에 세상을 떠났다. 손 가는 대로 뒤적뒤적 읽어나가는데 좋다. 뭐랄까, 세련된 언어를 구사할 줄 모르던 촌사람이 촌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성취한 세련된 언어랄까? 한편 베껴 올려야겠구나 하는데, ‘일산에서’라는 시에서 눈이 머문다.

일산시민모임에서 땅을 빌려 만들었다는 주말 텃밭
쇠비름만 자라는 다섯 평짜리 박토지만
이름은 어엿한 주말 농장
글쎄 그런 걸 해도 괜찮을까?
무공해 채소가 어떻니, 흙을 밟는 마음이 어떻니
이런 막돼먹은 생각을 해도 괜찮을까?

“무공해 채소가 어떻니, 흙을 밟는 마음이 어떻니” 하는 게 “막돼먹은 생각”이란다. 쾌감을 느끼게 하는 자의식이다. 끓인 라면을 입에 넣으며 시집을 왼손에 쥐고 뒤에 붙은 김종철 선생의 해설을 읽는데 같은 구절을 인용해놓고 있다. 이런 우연이 아닌 우연은 적이 반갑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은 한결같이 고른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래서 모두 우리가 주의깊게 읽어볼 만한 것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예를 들어서 ‘주말 농장’의 경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시 ‘일산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정말 놀랄 만하다. (위의 구절 인용 후) 이러한 구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2006/08/10 13:53 2006/08/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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