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5 21:45
인민은 자유주의 정치 세력에 속고 있는 것도 의식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인민은 최선의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그 합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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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노트 - 74
자유주의  정치는  그  자체로  물신성의  정치적  표현이다.  물신성과  자유주의  정치는  비례관계에  있다.  자유주의  정치가 강한 사회일수록 물신성이 강한 사회라는 뜻이다. 두 자유주의 정치세력, 즉 자유주의 세력과 자유방임 시장주의를 기반으로  한  보수적  자유주의(보수주의)  세력이  정치를  장악하다시피  한  미국과  한국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회에서 자유주의 세력이 ‘가짜 진보’임을 폭로하는 일은 상황에 그 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인민은 ‘자유주의 정치 범주’ 만이  합리적이라  여기기  때문이다.(74.1)  두  자유주의  세력은 지배계급의  두  축으로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며  노동계급과 대립하고, 또한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정치세력이나 운동과 대립한다.(74.2)

74.1) 인민은 속고 있는 게 아니라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유주의 세력에 진보적 사회 변화를 기대하는 ‘비판적 지지’는 30여 년간 지속되어왔다. 어긋난 기대와 당연한 실망의 무한 반복은 언제나 보수주의 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강변된다. 비판적 지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민이 자유주의 세력에 속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도 높은 물신성에 포획되어 있는 인민은 물신성의 정치적 표현인 자유주의 정치 범주를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그 범주만이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10석(정당 득표율 13.1 퍼센트)을 얻고 성공적 의회 진출을 이룬 일은 뿌리 깊은 반공주의의 희석과 함께 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치에 대한 인민의 열망을 반영하는 사건이었다. 급속한 물신화는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비판적 지지’가 되살아나고 좌파 정당이나 급진적 사회운동은 꾸준히 위축되어왔다.

74.2) 최근  미국  젊은  세대에서  사회주의  바람은  미국  사회가  한국과 달리 이 구조를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 112에서 더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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