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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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후 일행 열다섯과 중앙고속도로를 내달려 안동에 갔다. 간고등어로 저녁을 해결하고 마중나온 편해문 형 집으로 갔다. 아이들은 온갖 진귀한 놀이감으로 가득한 방에서 놀고 어른들은 흙벽돌로 지은 사랑채에서 차와 안동소주를 마시며 담소했다. 잘 아는 절집에 온 것처럼 함께 맑아지는 밤이었다. 흐뭇했던 건 고래와 나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그가 먼저 꺼낸 것이다.(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풀어놓으니 이내 역지사지, 동병상련의 말이 돌아왔다. 다들 잠자리에 들고 편형과 새벽녘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내가 편해문이라는 사람을 특별히 여기는 건 놀이연구가로서 그의 성취를 존중해서이기도 하지만, 영성과 정치가 조화를 이루는 드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두 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며 엄격한 채식을 실천하는 수행자이지만 영성을 죽이는 체제로서 자본주의 문제에도 소홀함이 없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자본주의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는 방법은 잘 노는 것이다” 같은 통찰들은 바로 그런 조화에서 나온다. 그의 존재가 앞으로 진행될 고래운동을 얼마나 든든하게 하는지 모른다.(아이들과 카드놀이하는 ‘편해문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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