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에 해당되는 글 8건
2023/08/25 11:12
점심에 친구와 대화하다 한대수 선생 이야기가 나왔다. 오래전 그와 종종 만날 때를 떠올리자면, 몇몇 대목은 여전히 크게 웃게 된다. 그는 슬프지만 유쾌한 사람이다. 늦은 밤 <무한대>(1989)를 들었다. 초기와 이후 앨범들 사이에 놓인 단독의 섬. 한대수는 흔히 포크록 뮤지션이라 불리지만, 내 생각엔 그는 록 뮤지션이며 포크는 록 편성을 구현하기 어려웠던 초기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다. <무한대>는 그가 엄선된 한국 연주자들(손무현, 김민기, 김영진 그리고 이병우, 송홍섭, 배수연 등)과 처음으로 한껏 록한, 유려하며 서정적인 앨범이다.
2023/08/23 09:44
주간경향에 ‘김규항의 교육·시장·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쓰기로 했습니다. 교육 문제에 관해 제법 호기롭게 이야기한 적도 있었지만, 막막함이 훨씬 더 크군요. 비판적 관심, 또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2023/08/22 19:28
<자본주의 세미나>가 수식이 어려워서 못 읽겠다는 분에게 웃으며 말했다. ‘최소한이라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주류경제학 책에 나오는 수학에 비하면 산수도 안 되구요.‘ 과도한 수학은 주류경제학 안에서도 논란 거리이긴 하다. 가령 케인스는 ‘무익한 기호의 미로 속에서 현실의 복잡성과 상호 관계를 보지 못하게 하는 허풍’이라 비판한 바 있다.
2023/08/22 15:39
민주당의 위선에 대한 비판이나 국힘의 무지에 대한 비판은 둘 다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존중할 수 있다. 존중의 대상이 아닌 건, 한쪽에 대한 비판을 다른 쪽에 대한 옹호 논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바꿔 말하면, 사실의 절반을 감추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정권에 따라 사적 이해(전국의 각종 자리와 기금 등)가 달라지는 아재들이다. 그들의 인생 이력을 생각할 때, 그들이 취할 유일하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은 민주당과 국힘을 모두 넘어서는 노력이다. 여전히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로 고뇌해도 모자랄 사람들이다.
2023/08/21 12:17
오랜만에 <케스>를 다시 봤다. 60년대 말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살아가는 중학생 빌리 이야기다. 매우 불쌍하지만 함부로 불쌍해할 수 없는 아이. 보고 나서 한참 포스터를 검색했다. 예전 봤을 때보다 인상적인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그 하나는 ’교육의 시장화에 따른 노골적 신분화‘라는 현재 한국 교육을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켄 로치답게 소수의 특별한 성공담이 아니라서(80년대 초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또 다른 빌리가 주인공인 <빌리 엘리어트>와 다른 점이기도) 더 여운이 크다. 전에 BFI는 어린이가 꼭 봐야 할 영화 10으로 꼽기도 했다.
2023/08/08 22:06
이번 네마프(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에는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이라는 게 생겼다. 5명의 기획자가 주제를 정해 작품들을 상영한다. 그 중 ‘얽힌 스크리닝 Entangled Screening’에 대담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작품들로 볼 때 아마도 나는 문화산업 비판(아도르노의) 현재적 의미, 테크 기업에서 노동 등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듯하다. 관객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8월 12일 오후 3시 홍대 상상마당.
2023/08/04 14:01
최근 한국에서 정치 토론이란 ‘이주의 나쁜 놈 순위’ 프로그램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한국 시민만큼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은 경우가 없다지만, 실은 이 순위에 관한 관심에 좀 더 가깝다. 한국 시민이 제 정치의식을 표현하고 정의로워지는 방법은 이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한 정치인을 욕하고 개탄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 주엔 바뀐 순위에 따라 욕하고 개탄하는 일이다. 그다음 주도 마찬가지다. 무한 반복 속에서 정치의 문제들은 해소되지만 해결되진 않는다.
2023/08/03 10:45
<자본주의 세미나>가 ‘쉬운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책이 어렵다는 건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말 그대로 텍스트가 어려운 경우. 또 하나는 개념이나 사유가 생경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일종의 지적 통증 같은 것이다. <자본주의 세미나>는 크게 자본주의의 일반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마르크스 <자본> 요약 부분과 현대 자본주의를 다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가 이에 해당한다. 덧붙여 이 책의 ‘간결한 서술’ 또한 생경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덜 좋을 수 있을 것이다.
작고 얇은 책이니 천천히 여러 번 읽길 권하면서, 독자들께 도움을 드릴 방법을 두가지 생각했다.
1. 이 책으로 세미나나 독서 모임을 할 경우, 줌으로 질의응답 강의(무료)를 해드린다. 이메일로 간단한 모임 소개와 함께 신청하시길. gyuhang@gmail.com
2. 혼자 공부하는 분을 위한 해설 강의도 준비 중이다. 팟캐스트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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