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7 13:23
백여 년 전 미국에서 출발한 문화산업의 종착지는 한국인 듯하다. 근래 한국은 문화산업의 거의 전 분야에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많은 한국인에게 자긍심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상황은 한국이 모든 예술적 재능과 자원이 문화산업으로 몰빵되는 사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의 융성은 사회 성원의 삶을 위무하고 정신을 윤택하게 한다는 말은 맞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인의 삶이 과연 그러한가. 자긍심의 와중에서, 예술이 융성한 사회와 예술의 산업화 효율이 드높은 사회의 차이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23/02/07 15:20
정경심-조국 씨가 자녀 입시 관련하여 저지른 일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한 ‘기득권층’에서 꽤 일반적이라는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경심-조국만 처벌받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다. 다만 이 주장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정경심-조국 씨가 처벌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다른 하나는 정경심-조국을 포함 비슷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도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
희한하게도 현재까지는 전자의 주장으로만 나타나고 있다.(백서파) 그런 주장에 반대하며 상식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흑서파)은 어떤가. 정경심-조국이 처벌받아야 한다고만 말한다는 점에서, 정경심-조국으로 반영된 구조를 말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모두가 정경심-조국의 개인 윤리에 몰두함으로써, 사태의 구조를 제쳐놓는 사회적 대타협 상태에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이 소란스러운 사태의 최종 승자는 또 한 번 ‘기득권층’이다. 조국이 십자가를 졌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옳다. 인민이 아닌 기득권층을 위한 십자가. 백서파에 흑서파에 오늘은 조민까지, 사회 구조를 반영하는 사건이 개인 윤리 차원으로, 심지어 가십 차원으로 끌어내려져 본질이 희석되는 상황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진지한 사람들이 관망과 개탄을 넘어설 때가 되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