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2/08/23 강의, 추가 예약
  2. 2022/08/23 말의 주인
  3. 2022/08/08 자발적 피해자
  4. 2022/08/04 강의 '이행기의 사유'
2022/08/23 20:11
24, 25일 저녁 루프 줌 강의는 예약 취소한 분들로 자리가 났다고 합니다. 신청하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강의 제목을 '이행기의 사유'라 하니, 자본주의가 곧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가 온다는 이야기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군요. 그런 상황이 언제일지 현재로선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서유럽 봉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데 5백여 년(짧게 잡아도 3백여 년)이 걸렸죠. 이행과 관련하여 몇 가지 분명한 건, 모든 사회 체제(생산 양식)가 그렇듯 자본주의도 새로운 사회 체제로 이행한다는 것, 우리는 이행기에 있다는 것(1930년대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는 본연의 자유경쟁 체제가 아니거니와, 현재 자본주의는 여러 면에서 노쇠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자연은 더는 이 체제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등이라 봅니다. 내일 저녁에 뵙겠습니다.

2022/08/23 20:11 2022/08/23 20:11
2022/08/23 18:25
조금 늦게 '심심한 사과' 논란을 듣고, 이오덕 선생 생각이 났다. 선생은 매우 완고한 우리말 전용론자라 여겨졌고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그렇다. 그의 말년 몇해 교우하면서 나는 그게 오해임을 확인했다. 그는 엘리트가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엘리트가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 말과 인민의 말을 구별 짓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엘리트가 인민이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된 '우리말'을 굳이 사용하는 일 역시,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과 같다고 봤다. 요컨대 그는 우리말에 완고한 게 아니라, 사회의 주인인 다수의 삶을 담은 말에 완고했다.

'심심한 사과'는 엘리트의 말은 아니다. 한자어에 익숙한 아재들의 말이라고 하겠다. 이 말과 관련한 여러 논란과 무관하게, 이 말은 곧 사라질 말이고 사라져도 되는 말이다. 어느 정도 한자어에 익숙한 나도 어휘 사전에서 지운 지 오래다. '심심'은 심할 심(甚)과 깊을 심(深)을 합친 말이다. '심심한 사과'는 '마음 깊은 사과'(혹은 '깊은 마음으로 사과')라 하면 된다. 충분할 뿐 아니라 훨씬 낫다. '심심한 사과'는 한자어에 익숙한 아재들에게나 교감을 일으키지만, '마음 깊은 사과'는 모든 한국어 사용자에게 교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마음의 행위 아닌가.
2022/08/23 18:25 2022/08/23 18:25
2022/08/08 08:33
윤석렬 씨는 개탄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재명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말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나라가 공포스릴러물이 되었을 거라는 말이나 나온다. 두 사람은 대통령직 수행보다는 각각 기초교양 학습과 격리 정신치료가 더 시급한 인물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거대 양당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선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둘은 양당의 최근 상태를 정직하게 반영한다.

양당은 자유주의 기반의 우파 정당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1970-80년대 '극우독재 vs 민주화운동'의 상황에서, 현실적 차이와 정치적 의미를 가졌다. 바꿔 말하면 양당의 차이와 정치적 의미는 '극우독재 vs 민주화운동'의 상황에 한정된 것이다. 1987년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주요한 시효를 다 했다.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면서 양당은 완전히 동질화한다. 정당의 정체성은 '재벌의 파트너로서 정치집단'이며, 정당의 목표는 사회와 무관한 사적 기득권 추구가 된다. 양당은 다수 시민의 삶을 거스르고, 다수 시민에게 양당은 극복 대상이 되었다.

이후 20여 년 이상의 정치 상황은 전적으로 인민/시민의 선택으로 결정되어 왔다. 만일 시민이 양당 체제의 시효 만료를 분명히 하고, 양당 체제 너머의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갔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다. 양당도 새로운 정치의 견제 속에서 여러 노력을 하게 되어, 질적으로 더 나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대체로 시민은 양당에 '보수 vs 진보' 심지어 ‘우파 vs 좌파’라는 실재하지 않는 차이와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하며 양당 체제에 머물고 있다. 한국 시민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비판적인 편이다. 그러나 비판은 양당 체제 극복의 의지를 포함하지 않는다. 양당이 번갈아 집권하듯 시민의 비판도 쳇바퀴 돌듯 대상을 바꾼다. 시민은 정치적 비판을 양당 체제 내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양당 체제를 유지한다.

뭐든 상품과 소비의 관계로 설명하는 시대이니, 이 상황도 그래 보자. 시민은 제 삶에 사용가치/유용성이 사라진 지 오래인 상품(양당 체제)을 새로운 상품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구매 습속을 고수한다. 객관적 유용성이 사라진 상품에 주관적 효용을 부여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의 대가는, 없는 사용가치에 갈수록 질만 더 나빠지는 상품들(더 저급한 정치와 더 저질적인 정치인)이다.

시민이 저급한 정치와 저질적인 정치인에 고통받고 있다는 말은 맞다. 다만 그 정치와 정치인을 유지하는 건 전적으로 시민이며 시민의 선택이다. 극우독재 하에서 시민은 정치의 일방적 피해자일 수 있었다. 민주화한 사회에서 시민은 정치의 피해자이되 자발적 피해자이다. 앞으로 정치 상황 역시 전적으로 시민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2/08/08 08:33 2022/08/08 08:33
2022/08/04 11:01
'어스시 스터디 EarthSea Study'에서 강의합니다. 2022년 8월부터12월까지 에코페미니즘과 자본주의 탐구를 중심 주제로 12번의 줌 세미나와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현정 선생님이 첫 강의(8월 10, 11일)를 맡고, 제가 두 번째 강의(8월 24, 25일)를 합니다. 같은 맥락의 책 원고를 마치는 시점이라, 좀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행기의 사유'

모든 사회 체제는 생성 - 발전 -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다만 그 기간이 인간 생애보다 훨씬 길어서 영원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자본주의도 예외가 아니다. 이행기는 한 사회 체제가 다른 사회 체제로 넘어가는 시기다. 기존 체제는 노쇄하여 제 역할을 못하지만 새로운 체제는 오지 않은 불안정한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 세계가 겪는 혼란과 고통은 우리가 이행기를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경제는 생산과 분배라는 기본 문제를 떠나 투기판이 되고, 성실한 임금 노동으로 소박한 안정을 누리는 꿈이 사라졌으며, 기후위기와 끝나지 않는 팬데믹 사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행기의 사유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할까.

2022/08/04 11:01 2022/08/04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