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든 윤석열이든 혹은 다른 정치인이든, 당연히 실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이 전적으로 해당 정치인에게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절반은 실망한 사람 자신에게 있다. 실망은 오로지 기대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국 아재들은 (생존에 매달리느라 여력이 없는 경우 빼고는) 매일 정치평론에 열중한다. 아재 정치평론의 가장 주요한 내용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의 피력과 비난, 혹은 비난과 실망감의 피력이다. 자신의 섣부른 기대와 판단에 대해 말하는, 그래서 한발 나아가는 아재는 없다. 하나같이 내 판단은 옳고 상대가 나를 속였거나 변질되었을 뿐이다. 아재들의 이런 망상이야말로, 인민의 삶에 해롭거나 소용 닿는 게 없음에도 신기하리만치 뜨겁고 소란스러운, 한국 제도정치의 주요한 동력이다. '언제나 옳은' 아재들 덕에, 틀려먹은 정치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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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09:26
2021/09/15 08:33
나쁜 목사라고 하면, 입으론 예수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 메시지와 상반된 삶을 사는 사람을 뜻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나쁜 목사는 예수와 상반된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 메시지와 합치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역사의 선두에 그리고 정점에 조용기가 있다. 흔히 그는 ‘세계 최대 단일교회를 개척한 목사’라 일컬어진다. 다만 그는 어떤 면에서도 목사가 아니었고, 그의 교회는 교회가 아니었다.
2021/09/08 21:52
어제 새벽 <중경삼림>을 처음 봤고 점심에 백신 2차 접종을 했고 저녁엔 술을 마셨다. <중경삼림>을 왜 여태 보지 않았는지, 왜 하필 어제 새벽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젠가 양조위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 <중경삼림>은 1995년엔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영화였겠지만, 2021년엔 따뜻하고 귀여운 영화다. 왕페잉와 그가 부른 <몽중인>(크랜베리스의 <드림스> 번안곡)이 인상적이었다. 며칠 전 백신 접종과 술에 대한 WHO의 권고를 찾아봤다. 부작용은 확인된 바 없지만, 술기운 때문에 다른 부작용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잘 취하지 않는 나는 별 문제 없다는 이야기였다. 친구와 최근의 삶과 작업에 관해 이야기하며 마셨다.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았는데 요즘 들어 뭘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친구가 말했다. 책임감 같은 거냐고 물었고, 나 역시 그렇다고 그런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열댓 살 적으니 내가 늦되긴 늦된 모양이다. 대체로 그래 왔다. 백신 덕인지, 평소보다 오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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