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에 해당되는 글 5건
- 2021/05/29 마음을 살피는 일
- 2021/05/18 오늘의 광주 정신
- 2021/05/05 어린이날 인사
- 2021/05/04 케인스, 마르크스, 러다이트
- 2021/05/03 고그 구독권 할인
2021/05/29 22:49
그제 밤 술 먹고 택시로 들어가는데 기사가 ‘아이고, 잘못 들어왔네.’ 혼잣말한다. 밖을 보니 양화대교를 타야 할 걸 합정으로 들어왔다. 일단 사거리 지나 골목으로 P턴하는 게 나을 거라고 알려준다. 기사가 말한다. ‘죄송해요. 제가 네비를 잘못 봤네요. 더 나온 요금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아,예...’ 도착하여 카드로 계산하니 기사가 5천 원 지폐를 준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괜찮다며 거절하는데도 끝내 주려 하기에, 그의 손에 지폐를 올려놓고는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인사하며 문을 닫았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5천원으로 그에게서 정당하게 행동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받았다면 받은 대로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살피는 일은 늘 어렵다.
2021/05/18 17:14
광주 정신을 기억한다는 건, 1980년의 광주 정신으로부터 40년 진전한 정신을 갖는 일이다. 광주 정신은 그걸 빨갱이니 간첩이니 여전히 왜곡하고 깎아내리려 노력하는 세력보다, 그걸 40년 전 상태로 박제하는 세력에 의해 더 결정적으로 훼손된다. 광주 정신을 40년 전 상황을 무한 복기하는 일로만, 혹은 군사독재의 후신으로서 현재 보수세력에 대한 적대로만 축소하는 세력 말이다. 그들은 40년 동안 광주를 팔고 민주화운동 이력을 팔아 보수 세력보다 더 많은 기득권을 가진, 한국 사회 지배 시스템의 주류가 되었다. 오늘 광주 정신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오늘 인민 억압과 학살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오늘 광주 정신의 자유와 해방은 무엇인가?
2021/05/05 15:51
어린이날입니다. 어른은 자신들이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어린이는 어른들이 마련해 놓은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오래전 제가 어린이였을 때 결코 좋은 세상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이었죠. 군사독재나 파시즘이 뭔진 잘 몰랐지만, 그 야만성은 매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 교실과 선생님에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가족의 일상에까지 뿌리내려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마련해놓은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매 맞거나 굶는 어린이는 눈에 띄게 적어진 것 같습니다. 한국은 부자 나라고 민주화한 나라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다른 이야기도 합니다. 한국 어린이들이 훨씬 더 가난한 나라 어린이보다 오히려 어둡다, 한국처럼 어린이가 놀기 어려운 나라는 없다,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폭력의 야만성이 가신 자리에 자본의 야만성이 들어섰기 때문일 겁니다. 어린이날이 ‘어린이에게 미안한 날’이 아니길 소망합니다. 저도, 고래가그랬어도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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