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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15 입을 다물라
- 2020/09/03 어린이잡지 같지 않다
2020/09/15 14:06
한국의 중년 남성은 성폭력 사건에 관한 한 피해자 옹호가 아니라면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이다. 이건 성폭력이라 볼 수 없다는 소리든, 위계에 의한 성폭력은 반대하지만 이 경우는 아닌 것 같다는 소리든, 혹은 다른 희한한 소리든 말이다. 그들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인 이유는 하나다.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 그나마 제대로 배우게 된 게 최근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앞세대(한국의 장년 남성들)는 성폭력 문제에 온전한 야만 상태에 머물렀다. 집단 성폭력 사건의 최선의 해결이 가해자 중 한명이 피해자와 결혼하는 거라 믿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의 중년 남성은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자라고 교육받았으며 인생 대부분을 그런 의식 범주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어떤 주제든 마찬가지지만, 가까스로 배우고 깨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가질 태도는 겸손이지 알은체는 아니다.
2020/09/03 12:39
10일 발간하는 고그 202호 표지를 미리 보여드린다. 이정호 작가는 일러스트 제목을 ‘집에만 있는 건 답답해’라고 붙이고 적었다.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어. 동무들과 다시 만나 마음껏 놀 수 있게 되면 좋을 거야.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잊지 않을 거야.’
고그 표지를 보고 ‘어린이 잡지 같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생각한다. 고그 표지는 한국 어린이잡지의 현실적 전형이나 상투성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이번 표지 같은 경우 더욱 그렇다. 어린이잡지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잡지는 어때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고그는 어린이가 고그를 본다(혹은 읽는다)는 것은 그 내용과 만나는 걸 넘어 매달 한번 일어나는 ‘미적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표지 일러스트는 물론 책 전반에서, 어린이들이 동무처럼 친근감과 호감을 느끼면서도 의미 있는 미적 체험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지속적 어려움이야말로 고그 만드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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