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무작정 반대하는 게 아니고,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엔 여러 쉽지 않은 문제와 상황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록 오히려 이 문제를 사회 전체로 지평을 넓혀서, 그리고 역사적 맥락을 살펴서 생각하길 권한다. 사람이란 제 이해관계와 무관한 일엔 명쾌해도, 작게라도 제 이해관계가 걸린 일엔 만가지 사정이 있기 마련 아닌가.
예컨대 학교의 기간제 교사 문제와 대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는 물론 사정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의 보편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비정규직은 ‘자본/국가의 노동에 대한 분리지배 전략’이라 요약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직된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정치투쟁적 성격을 순치하면서, 총 노동비용은 오히려 줄이거나 고정하는 전략이다. 물론 정규직 노조의 묵인이나 수용 없이는 불가능한 전략이다.
20여년 가량 진행되어 고착되다보니 마치 원래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존재한 듯한 착시를 갖게 된다. 염연히 시작과 출발이 있었다. 자본 입장에서 고용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하는 거라는 생각이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선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절반인 동료 노동자를 묵인하거나 수용하는 순간이 있었다. 누구도 모르게 벌어진 일도, 하루 아침에 벌어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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