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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8 족보있는 영화
- 2012/04/09 넘어지지 않는 희망
- 2012/04/08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
- 2012/04/06 이 시대의 바리새인들



몇 달 전 만화가 김모 씨가 트위터에 내가 ‘작가들 원고료 떼먹은 나쁜 사장’이라 적었다. 면식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져온 작가라서 바로 전화했다. 그는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그 루머가 사실이라면 좌파 활동을 하는 제가 완전히 미친놈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찬찬히 설명을 듣던 그는 이내 경솔했다며 해당 트윗을 지우겠다고 했다. 간간히 있는 일이다.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라는 말도 늘 같다. 사람들은 루머엔 흥미로워 하지만 루머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 그런 경솔함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는가도.
고래가그랬어는 2002년 “아이들 괴롭혀 돈 벌었으니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고 박명신 선생(튼튼영어 전 대표)과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내가 철학자 강유원의 소개로 만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박선생은 창간비용 전액 부담, 창간 정신을 상업주의와 타협하지 않고 운영할 때 예상되는 3년간의 적자 보전, 운영 및 편집 일절 불간섭이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그래서 소년중앙이나 새소년이 폐간된 지 20년이나 지난 한국에서 오히려 소년중앙이나 새소년보다 시장에서 훨씬 불리한 조건을 두루 가진 어린이 잡지가 창간되는 희한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고래 창간 즈음 박선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3년간 적자 보전'이 사라지면서 고래는 심각한 운영난과 폐간위기에 돌입했다. 작가 고료와 노동자 임금, 인쇄 제작비가 체불되었다. 물론 좋은 체불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대표의 세계관이 그런 급작스런 상황을 피해갈 수 있거나 대표의 이념이 없는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일반적인 회사 대표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수준과 좌파 활동을 하는 대표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수준이 달라야 함은 물론이다. 루머는 내가 ‘작가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희생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2005년 루머가 지나치게 확산되고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1년 가량 대표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태 공개적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루머를 모르는 대다수 독자와 고래이모 삼촌들에게 누가 될까 해서다.(같은 이유에서, 루머에 대해 물어오는 독자나 고래이모 삼촌들에겐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해왔다.) 그리고 말로 해명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활동과 고래의 진정성으로 자연스럽게 해명되길 바랐다. 루머는 많이 잦아들었다.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에 대해 경솔하지 않았던 사람들, 신중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 이들 덕이다.
최근 고래 노동자들이 “고래 100호도 나왔고 전사회적 교육운동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니 한번은 털고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그들 역시 고래에서 일하기 전 루머를 접한 사람들이고 나와 신뢰와 존중을 갖기 위해 그 루머의 사실 관계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루머가 존재하고 그들이 고래에서 일하는 한 루머의 2차 피해자들일 수밖에 없다. 선거 후 고래 노조에서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한다.
덧붙여, 고래 노조는 2010년 C씨가 유표한 루머(내가 모출판사에 고래를 몰래 팔려다 거절당했다는 내용)에 대해 C씨와 출판사 대표와 나를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한 바 있다. 노조는 그 내용도 이번 참에 함께 공개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C씨는 아웃사이더 운영과 관련한 루머를 유포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일 그 루머가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홍세화 선생이 고래 주주로 참여했겠는가.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걸 믿는 싱거운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다 MB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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