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놈 저놈 다 떼어주고 결국 거실 벽이 텅 빈 게 작년 이맘때다. 특히 최호철의 와우산과 을지로순환선은 두세 번씩은 준 것 같다. 워낙 좋아하는 그림이라 주는 것도 기쁘다. 물론 그 그림들이 '그림의 숙명'을 거스르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모든 그림은 ‘사적 소유’라는 숙명을 갖는다. 오로지 한 점뿐이기 때문이다. 그 그림이 제아무리 숭고한 공동체적인 이상을 담았다 해도 결국 경제적 능력을 가진 수집가에 의해 사적 소유되기 마련이다. 최호철은 애초부터 제 그림을 판화처럼 복제해서 보급했다. 몇 백 장을 공들여 인쇄해서 일련번호를 매긴 다음 제작에 들어간 정도의 돈만 받거나 나처럼 허울 좋은 선배에겐 여러 번 거저 나눠주거나 했다. 며칠 전 와우산과 을지로순환선을 다시 두 벌 표구했다. 한 벌은 고마운 이에게 보내고 한 벌은 거실 벽에 걸었다. 와우산은 ‘205/300’이고 을지로순환선은 ‘277/5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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