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뇌과학 연구들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중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이미 우리의 뇌가 그것을 선택한다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한다는 건 실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막스플랑크 뇌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그 시차가 무려 10초에 이른다. 이런 연구들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특별할 게 없는 피와 살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일은 말이다. 그런 사실이 인간을 조금이라도 겸손하게 만들 순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구제불능의 오만함과 반생태적 행태에 대한 야유로서 말이다. 그런데 질문해보자. ‘인간의 자유의지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만한 자유의지가 과연 인간에게 존재하는가? 인간의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히기 이전에 대부분의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오히려 제 자유의지를 억누르고 거스르며 선택하고 행동한다.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규정하는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고정관념, 편견, 경쟁심, 불안감 같은 것들이다. 한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잘 관찰해보면 거의 전적으로 패턴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외인 듯한, 매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단지 ‘흔치 않은 패턴’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기보다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오토마타(자동인형)에 더 가깝다. 인간 해방을 소망한다면 인간의 이런 속성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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