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 사악한 것은 단지 대규모의 폭력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가장 공공연한 착취극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언제나 ‘조국의 이익’을 빌미로 벌어진다. 그러나 전쟁이야말로 조국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쟁은 언제나 벌이는 놈과 치루는 놈이 따로 있는 것이다. ‘조국의 이익’은 언제나 전쟁을 벌이는 놈들의 이익이다.
말하자면, 전쟁이란 가진 놈들이 좀더 갖기 위해 제 나라의 없는 집 자식들의 목숨을 팔아 벌이는 장사놀음이다. 그리고 제국주의에 빌붙어 사는 나라의 괴뢰정권은 다시 제 나라의 없는 집 자식들의 목숨을 판다. 이 일사불란한 동원 체제에서 전투병인가 비전투병인가, 군인인가 민간인 신분인가를 따지는 건 우스운 일이다. 침략전쟁의 저항 세력에게 그런 차이를 인정하라고 말하는 건 더욱 우스운 일이다.
김선일은 그 일사불란한 동원 체제의 첫 제물이다. 제국주의에 빌붙어 사는 나라에서, 없는 집 자식으로 태어난 게 그의 죄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그와 같은 죄를 가진 모든 우리의 죽음이다. 민주고 반민주고 이념이고 정치고 다 떠나서, 김선일의 죽음 이후에도 파병을 말하는 모든 세력은 우리의 적이다. 우리는 기꺼이 그들과 싸워야 한다. 그게 우리가 치러야 할, 우리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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