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일. 최규석과 고래 부근 연탄집에서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물었다. “창비에 쓴 촌평 읽어봤어?” “예.” “혹시 기분 나빴던 건 아니고? ㅎ” “기분 나쁘긴요. 홈피에 퍼다 놓았는데요." “다행이네. 뭐랄까.. 입만 벌리면 민중 민중 하다가 이젠 시민만 말하는 놈들이 대한민국 원주민을 상찬하며 민중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게 영 비위가 상하더라고. 내 식구가 농락당하는 느낌이랄까. 최규석은 그 정도 자의식은 있다고 믿고 쓴 거지. 그래도 신간인데 판매에 도움을 주진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좀 그렇더라고.” “야유라고 하셨잖아요. 실은 한해 더 연재했다면 그걸 해보려고 했어요.” 저녁에, 그의 홈피에 들어가 보니 퍼다 놓은 내 글 밑에 이렇게 적었더라. 하여튼 좌파고 예술가고 자기 판매가 미덕이 되어버린 시절에, 이 정도 자의식을 가진 만화가가 있다는 건 우리의 행복이다.
“저명한 인사의 리뷰라서 퍼 온 것은 아니고, 터뜨려볼까 하다가 여기에 담을 건 아니다 싶어 밀쳐뒀던 것을 잡아내니 목 좋은 곳에 돗자리라도 하나 깔아드릴까 싶다. 입신양명을 적극적으로 꿈꾼 적은 없다만 늘 그 꿈을 조심스레 관찰하고 있고, 국제적인 주목이라 할 만큼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밝혀둔다. 그리고 사실 뒷부분에 적은 내 가상의 아이에 대한 생각은 김규항 선생을 아버지로 둔 단이와 건이를 상상하며(아직 본 적이 없으니까) 쓴 글임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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