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형제와 아내와 자식들이 연루된 일로
그의 오랜 정적들이 그를 죽이려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몇몇 옛 동지들이 그를 팔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신문들은 역사적 책임이라도 질세라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고함치며 발을 뺐다.
신중하고 또 신중했어야 할 측근들은
“생계형 범죄”니 “순수한 정치 보복” 따위 모자란 말이나 일삼아
그를 더욱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노란 손수건을 든 모든 사람들은 그를 구하는 일보다는
그를 향한 제 감정을 발산하는 일에 충실했다.
결국 그를 도울 아무 것도,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절대 고독 속에서
그는 깊은 침묵의 마지막 칼을 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비루한 것들을 단번에 베어냄으로써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갔다.
무사의 죽음이었다.
사람들아,
그 죽음 앞에서
한 달을 지속 못할 입에 발린 칭송도
싸구려 신파조의 추억담도 모두 접고
깊은 침묵으로 예를 갖추자.
아직 순전한 이상주의자이던 시절 그가 꾸었던 꿈만을 되새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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