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한데, 며칠 전 한겨레에 실린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의 영화’를 읽으며 든 잡생각을 끼적거려 보는 것. <마더>는 잘 만든 영화지만(봉준호 아닌가) 그 영화에 등장하는 엄마는 너무나 끔찍해서 힘들었다. 모성애라는 홍보가 있었는데 봉준호 씨가 정말 그걸 모성애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건 모성애가 아니라 병적인 자기애일 뿐이다. ‘고래삼촌’인 나로선 오늘 교육 경쟁과 관련한 한국 엄마들의 모습이 겹쳐져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김혜자 씨의 연기는 좋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는 아니었다. <똥파리>는 한국 외국영화 통틀어 최고였다. 영화 연출이라는 게 금속공예와 다른 것이라면 양익준의 필모그라피가 단출하다고 해서 그의 역량을 재능이라 바꿔 부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영화가 새로워졌다는 말은 여전히 동의 못하겠다. 새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는데 그 새로움을 설득력있게 말하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홍상수에 대한 인텔리들의 상찬은 아무래도 허위의식의 혐의가 있는데 언제 분석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도 같다. 물론 그럴 시간은 절대 없겠지만. 하여튼 홍상수는 행복한 감독이다. 늘 똑같은 소리를 하고 놀면서도 영화 만들기를 지속할 수 있고, 지성적인 감독으로 대우 받으니. 나는 그의 영화보다는 그가 훨씬 더 예민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의 영화가 늘 실망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걸어도 걸어도>는 좋았다. 몇십년 만에 ‘부르라이또 오꼬하마’를 들으니 눈물이 찔끔 나더라. 가부장제에 충실하게 살아온 늙은 여성이 실은 제 정체를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이야기는 경외스럽다. 한국영화 같은 독일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도 그런 여성이 나오는데 한번들 보시길. <파주>는 좀 지루한 예술영화일 거라 각오하고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이선균의 연기는 무난했는데 간혹 상황에 비해 발성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다보면 발성조차 무너져내리는 순간이 있는 법인데 그런 경험이 아직 없는 걸까. 그밖에 기사에 난 영화들 중 <그랜 토리노>는 좋았고 <체인질링>과 <바스터즈>도 괜찮았다. 자이장커의 영화는 챙기는 편인데 <24시티>는 못 봤다. <킬러들의 도시>는 볼 생각이 있고 <박쥐>는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왜일까. 기사에 나오지 않은 영화들 가운데 <나무없는 산>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미 적은 적이 있고 <락앤롤보트>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나온), <엘레지> <낮술> <챠우> 등을 재미있게 봤다. 이밖에도 몇 편 더 있는데 제목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빌 나이는 <러브 액츄얼리>에서 보고 매력적인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들은 좀 다르게 보는 것 같더라. 여자들에게 남자보는 눈이 없는 것과 남자들에게 여자보는 눈이 없는 건 인류의 마지막 유머일지도. <챠우>는 뜻밖에 재미있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그렇게 재미없어 보이게 포장하다니. 안 볼 뻔 했잖아.
2009/12/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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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상성: 홍상수의 이중역설과 '미 앤 유'
Tracked from 세상 끝에서의 만남 2010/03/04 13:13 삭제'우주에서 주인공이 따분해하는 영화'로 beholder님이 추천해준 '더 문 the Moon'(2009)을 보았다. 달 기지를 3년째 혼자 지키고 있는 주인공은 과연 지구에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을 볼 생각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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