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내 일상에서 빠트릴 수 없는 두 가지 물건. ‘일수공책’과 ‘액토 독서대’. 일수공책은 늘 갖고 다니면서 메모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수첩이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만 빼곤(쓰면 ‘성공’한다기에) 수첩 종류는 거의 다 써봤는데 이 단순함의 마력을 따라갈 물건은 없다. 중철(게다가 실묶음) 제본이라 좍좍 벌어져서 쓰기 편하고, 고전적인 디자인은 언제 봐도 푸근하다. 교보나 알파 같은 큰 문구점에서 구하려다 실패한 걸 안상수 선생이 세권을 부쳐주었다.(없는 게 없는 대형 문구점에는 없고 동네 문방구에만 있는 이상한 물건.) 그 후로도 떨어질 만하면 세권씩 배달된다. 메이커는 불확실한데 한권에 3백원인가 한다. 액토 독서대는 지난 몇해 동안 몇몇 독서대들을 전전한 끝에 만난 것이다. 액토라는 회사는 컴퓨터 악세서리를 만드는 곳으로 아직은 팰로우나 엘레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데 이건 참 물건이다. 카피가 아니라면, 이라면 전제가 붙어야겠지만. 모든 독서대(관광 토산품점에서 파는 것부터 시스맥스의 것까지)의 문제는 ‘책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철사’로만 이루어진 이 물건은 철저하게 책을 모시는 태도가 되어 있다. 앞에서 보면 구부러진 철사만 살짝 보이지만 뒤에선 자못 역학적인 구조로 열심히 책을 받치고 있다. 교보에서 5천5백원인가 주고 샀다. 아, 일수공책 옆에 놓인 펜은 5년 째 쓰고 있는 파버카스텔 수성볼. 볼펜을 싫어해서 만년필 아니면 수성볼인데 만년필은 마음에 든다 싶으면 고가품이라 데리고 살기가 불편하다.(비싼 물건은 ‘누구나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악하다.) 윗부분이 단풍나무로 되어 있는데 내가 알기로 ‘비싸지 않은’ 모든 펜 가운데 가장 품위 있는 물건이다. 검정 리필을 구하지 못해 파랑을 쓰고 있는데 파랑 글자.. 나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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