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명훈 건 말인가요?”
“예.”
“지지합니다. 아무 군소리 없이.”
"레디앙에 쓴 글도 보셨어요?"
"봤죠"
"어떠셨어요?"
"틀린 이야기 하나도 없던데요?"
목수정 씨의 글에 대해, 그 내용은 차치하고 ‘목수정이라는 나대는 여자’에 대한 적의를 그야말로 지랄 수준으로 드러내는(오죽했으면 레디앙은 관례를 어기고 편집부에서 댓글을 삭제했단다) 좌파 마초들을 보면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들겠다. 레디앙은 좌파 매체인데 왜 목수정 씨 글에 그렇게 악플이 많냐고 나에게 물어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안 그래도 만날 이명박 욕이나 하는 게 다인 자유주의자들이 좌파라고 우겨대는 바람에 정작 좌파는 대중들에게서 거의 유인원 취급을 받는 판에, 좌파라는 놈들이 대중들과 우파들이 보고 있는 공간에서 그게 할 짓인가. 잘난 한국 남자의 오랜 습속 때문에 저도 모르게 목수정이 거슬린다 하더라도, 좌파라면 오히려 그래서 더 차분하게 목수정을 읽고, 비판을 하더라도 그래서 더 더 반듯하게 해야 하지 않는가. '역시 좌파들은 논쟁도 멋지구나' 말까진 안나오더라도 손가락질은 받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지난번 민노총 사건도 그렇고, 좌파가 망한다면 바로 그들, 좌파마초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과 더불어 또 하나 딱한 부류는 인터넷에 서식하는 자칭 좌파 논평가들이다. 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이면 모니터 앞에 붙어 앉아 온 세상의 일에 온갖 논평을 늘어놓는 신종 딸깍발이들. 그들은 목수정 씨의 이번 일(정명훈 건)에 대해 “방향은 옳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기억나는대로 적으면 이런 것이다. ①새벽 1시에 약속도 없이 사람을 찾아갔다 ②정명훈 씨가 서명을 거절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요청했다 ③저명한 예술가에게 걸맞지 않은 무례였다.
얼핏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하나같이 말같지 않은 소리들이다. ①새벽 1시에 자는 사람을 찾아가 깨운 것도 아니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을 마칠 때까지 입구에 서서 기다린 게 그리 잘못인가? ②그렇다면 “이명박은 사과하라!”는 외침은 분명히 사과할 거라는 믿음에서 하는 것인가? 지난 행적으로 볼 때 거절할 만한 소지가 있는 정명훈에게 편견 없이 연대의 손을 내민 건 오히려 훌륭한 태도 아닌가? ③외국에서 좀 알아주는 예술가라면 공적 연대를 요청할 때조차도 구걸하듯 굽신거려야 하는가? 그리 예술가를 존중한다면 지금 이순간도 용산참사 현장에서 분주히 땀 흘리는 예술가들부터 좀 도와라.
목수정 씨의 행동은 사적 행동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시위였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시위는 결례다. 이를테면 그 논평가들이 찬미한 촛불시위는 광화문 인근의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결례였는가? 그들은 자그마치 몇 달을 밤낮으로 시끄러워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못자고, 길이 막혀 많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며, 온갖 부당한 스트레스와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그들이 광우병 소고기를 들여왔는가?
우리가 그런 결례를 무릅쓰고 시위를 하는 건 그 시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가치를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좌파가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에 섬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의 섬세함이 좌파의 목적은 아니다. 목수정의 수단과 방법을 비난하는 논평가들은 체 게바라를 ‘훌륭한 목적을 가졌지만 살인이라는 수단과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비난하는가?
그리고.. 아무리 앞뒤 없이 떠들어대는 인터넷 세상이라지만, 새벽 1시에 사생활을 접고 연대활동에 나선 사람을, 그 시간에 캔맥주 홀짝이며 키보드나 딸깍거리는 사람들이 ‘방향은 옳지만 방법이 어쨌느니’ 논평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이념이고 합리성이고 이전에 염치가 있고 자의식이 있어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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