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2 10:34

소멸이 나왔다. 뒤표지에 실린 내 추천사의 마지막 문장(아래 빨강 부분)이 편집 실수로 날아간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번역도 매끄럽고, 두툼한 게 보기만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베른하르트가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인텔리들의 무딘 지성을 방증하는 일이라 생각해왔는데 이번엔 어떨지 궁금하다. 근래 지젝을 많이들 읽던데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지적 자극으로 말하자면 베른하르트가 한 등급 위다. 1쇄가 빨리 소멸되어 아예 새 추천사를 붙일 수 있길.ㅎ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지성이란 실은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 왜냐하면 지성이란 지적인 것들의 축적도 지적 행동의 조합도 아닌 ‘세계에 반응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말했듯 여느 사람들이 제 앞의 문제에만 반응할 때 지성을 가진 사람은 세계의 문제에 반응한다. 그래서 지성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심지어 혁명에 투신하는 순간에도, 혐오를 품고 있게 마련이다. 나는 베른하르트에게서 지성의 한 정점을 본다. 그는 우파로 하여금 제 속물성을 자인하게 하며, 좌파로 하여금 제 이상의 결핍을 보완하게 한다."

2008/09/02 10:34 2008/09/02 10:34
Posted by gyuhang at 2008/09/02 10:34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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