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5 14:34

올해 책 구입 명세를 훑어보니 140권인데 거기에 저자나 출판사에서 증정 받은 책을 합하면 대략 170권이다. 그 중 정독한 책이 5할, 훑어본 책이 3할, 읽다 만 책이 2할 가량이지만 다른 해에 비해 약간 많은 편이다. 책에서 생각을 얻는 게 아니라 생각이 책에 말려드는 느낌이 들면 부러 몇 달씩 책을 끊기도 하는데 올해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시기가 없었다. 인상적인 책들을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면 이렇다.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 (신현칠)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김진호)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서동진)
길은 복잡하지 않다 (이갑용)
날아라 새들아 (최성각)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컨트롤레볼루션 (제임스 R. 베니거)

폴라니의 책이야 고전이니 굳이 코멘트를 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번역자 홍기빈은 내년에 진행될 ‘고래가그랬어 어린이 인문학교’의 첫 번째 강사이기도. 베니거의 책은 또 하나의 각별한 자본주의 분석서인데, 특히 정보화 사회니 디지털이니 들먹이며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변하기라도 한 듯 까불대는 사람들이 읽으면 약이 된다. 신현칠 선생의 책은 책을 읽을 줄 아는 모든 사람이 꼭 사서 읽고 모실 만하다. 지난 10년은 한국의 그나마 남은 좌파들이 대거 자유주의화하는 시기이기도 했는데 서동진은 되려 한국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교한 분석서를 내놓았다. 김진호의 책은 그의 스승 안병무 선생의 요한복음 강의를 이어받아 쓴 책이다. 내가 쓴 추천 글의 한 토막. “이 책은 예수와 새로 생긴 찻집에서, 참으로 오랜 만에 대화하는 기쁨을 준다.” 생태 이야기를 다룬 산문들은 도탄에 빠진 생태를 살려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 때문에 문장이 딱딱하고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성각은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 심지어 익살스럽기까지 한, 매우 생태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이 가운데 한 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다면 이갑용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 좋은 책은 간간히 있지만 좋은 책이면서 쉽고 재미있기까지 한 책은 얼마나 찾기 힘든가? 이갑용의 책이 바로 그렇다. 오늘 인텔리들이 모조리 '이명박 욕하기 장기자랑 대회' 혹은 ‘09년식 비판적 지지’에 놀아나는 가운데, 이 ‘대학문에도 들어간 적 없는’ 노동운동가는 제 생생한 체험과 곧은 마음만으로 오늘 한국사회의 지적, 정신적 혼란을 꿰뚫어본다. 게다가 무서울 만큼 철저한 자기성찰. 이갑용은 우리로 하여금 꼼짝없이 ‘지성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한다. 선거는 다가오는데, 명박이 얼굴만 봐도 돌아버리겠고, 어째야 할 지 헷갈리는가? 그렇다면 이갑용을 읽어라.

2009/12/25 14:34 2009/12/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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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규항넷 12/25 14:34 글을 보고

    Tracked from firespider님의 블로그 2010/01/01 15:27  삭제

    1.군더더기 ㄱ."올해 책 구입 명세를 훑어보니 140권인데 거기에 저자나 출판사에서 증정 받은 책을 합하면 대략 170권이다. 그 중 정독한 책이 5할, 훑어본 책이 3할, 읽다 만 책이 2할 가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