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4/08/28 가치있는 일
  2. 2024/08/18 세계-사이
  3. 2024/08/06 속물
2024/08/28 14:37
성공한 일이 반드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실패한 일이 가치 없는 것도 아니다. 성공과 실패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상품뿐이다. 혹은 자신을 순수한 상품으로 여기는 사람들뿐이다. 인간의 일에서 가치는 성공이나 실패와는 무관하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의미 있는 가치는 오히려 실패한 일이나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과정 속에 있거나, 씨앗처럼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활동가와 예술가를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4/08/28 14:37 2024/08/28 14:37
2024/08/18 13:27
오랜만에 책 추천사를 썼다.
최정우의 <세계-사이>.

“오늘날 우리의 세상살이가 맞닥뜨린 곤란 하나는 현실을 가리키며 다른 현실을 전망하는 말들이 회복 불가능할 만큼 오염되고 녹슬고 구멍이 났다는 점이다. 말들은 피시주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 빈 껍질이 되었고, 탈근대의 구호 아래 해체되거나 인민의 삶에서 달아났고, 지식 기지촌의 유행어로 부유하다 사라졌으며, 게으른 학술 토론회의 놀잇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곤란의 와중에, 말들이 무너져 지탱할 수 없게 된 세계의 사이에 최정우의 사유가 독특하게 빛난다. 최정우에게 글쓰기는 “오직 예정된 실패를 더 잘 실패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만일 그의 글에서 짙은 우울과 허무를 느낀다면, 당신은 전형성과 상투성을 벗어난 한 급진적 사유가 근면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2024/08/18 13:27 2024/08/18 13:27
2024/08/06 12:10
말은 시대를 반영하며, 사라진 말은 시대를 설명한다. 사회 구성원이 일상에서 널리 사용하던 말이 사라졌다면 사회에서 그 말과 관련한 가치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근래 한국 사회에서는 '속물'이라는 말이 그렇다. 속물은 외적이고 물질적인 가치에 집착하는 사람을 경멸해 이르는 말이다. 사람을(자신을 포함한) 내면보다 돈이나 스펙,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속물이라는 말이 사라졌다는 건, 한국인에게 속물적 삶의 태도가 더는 경멸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변화의 결정적 기점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다. 속물이라는 말엔 노동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다수의 자긍심이 담겨 있다. '비록 내가 없이 살지만 적어도 저따위로 살진 않아.' 자긍심이 성공한 속물들의 차지가 된 후, 평범한 다수는 자긍심 대신 무엇을 갖게 되었을까?
2024/08/06 12:10 2024/08/06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