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에 해당되는 글 8건
2023/06/29 08:50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고통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겪는 고통, 즉 절대적/상대적 빈곤만은 아니다. 삶에 경제 범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서 겪는 고통도 심각하다. 자본주의는 경제를 삶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생의 의미로 만들어 끝없는 공허에 빠지게 하는 특징이 있다. 전자가 살기 힘든 고통이라면 후자는 살기 싫어지는 고통, 고통인 줄 모르는 고통이다. 전자는 빈자의 전유물이나 후자는 부자에게 오히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삶의 공허를 경제 성과로 채우고 인생의 의미를 온전히 대체하는 일은 부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3/06/21 16:16
이성의 과잉은 광기에 사로잡힌 세상을 만들지만(혁명기의 살육을 비롯하여), 최근 세상은 확실히 이성의 고갈 상태, 감성의 과잉 상태에 가까운 듯하다. 그 하나가 위로와 교감 만능주의. 위로와 교감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위로와 교감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그저 신파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신파 상품들의 수렁에.
2023/06/18 18:25
'작가'라는 호칭이 영 편치 않아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전업적이지 않다는 걸 비롯하여 몇 가지 이유 중 새겨진 건,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쓸 뿐 책이라는 걸 전제하고 쓰진 않는다는 거였다. 작가는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고 글 작가의 작품은 책이라 본다면, 작가는 아닌 셈이다. 최근 들어 작가 비스름해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2023/06/16 14:26
<자본주의 세미나>를 '<자본> 해설서'라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볼 수 있다.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변화하며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그런 차이에도 공통으로 갖는 일반적 구조와 메커니즘이 있다. <자본>은 후자를 해명한 독보적 저작이다. <자본주의 세미나>는 <자본>의 핵심 내용을 살펴본 후, 독점, 국가,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 인플레이션 같은 현대 자본주의의 양상들을 다룬다. 그러니 ‘현대 자본주의를 포함한 <자본> 해설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2023/06/12 14:57
24일 제주 종달리 책자국에서 북토크 합니다.
"내 생각과 행동, 욕망과 번민을 돌아보며 어디까지가 정말 내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겁니다. 자본주의는 우리 마음과 삶에 거스르기 어려운 경향성을 만들어 냅니다. 자본주의를 아는 일은 나를 아는 일과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2023/06/10 13:39
국문학자 K 선생이 보내온 독후감. 책 말미에 지나치듯 적은, 그러나 숙고한 구절을 새겨 읽는 독자를 확인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근대라는 말은 자본주의와 동의어로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근대정신의 애초 시작을 생각해보면 반드시 자본주의여야만 하는 법칙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근대 사회는 ‘자본주의에 사로잡힌 근대 사회’ 혹은 ‘제2의 전근대 사회’이다. 아직 개인은 출현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극복은 ‘사유하는 최초의 개인들’에 의해 가능하다. 선구자나 혁명가,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군중은 그저 선구자나 혁명가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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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미나' 독서를 마쳤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저의 자본주의 이해는 1980년대 시점에서 멈추어 있었습니다. 21세기의 변화들을그저 암담하고 우울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할 엄두는 내지 않은 채 지내왔습니다. 김선생의 책이 제 눈을 훤히 밝혀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세상꼴을 보면, 글쎄올시다 ㅎㅎ. 저도 가능한대로 주위에 많이 소개하겠습니다.
"사유하는 최초의 개인들"이라는 김선생의 마지막 말에 저 역시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한국 사회를 정직하게 보고 말하는 자라면, 그런 결론 (아니, 결론은 아니겠지만)에 이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푸코의 말을 빌면 우리는 아직 왕의 목을 베지 못했고, 김선생의 말을 빌면 '개인'은 아직 탄생하지 않은 셈입니다.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심장으로 향하는 큰 혈관 즉 대동맥은 멀쩡한데, 그 주위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실핏줄들에 작은 꽈리같은 것들이 물방울처럼 달려있더군요. 그것들이 심장을 스톱시켰다는 겁니다. 김선생의 마지막 구절을 읽다가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2023/06/01 20:33
요즘 XC 라이딩에 빠져 있어, 오랜만에 도로 라이딩.
문득 생각했다. 계획했던 다음 책을 쓰면서 함께 산문집을 하나 써볼까. 가제는 ‘지점들’. 음악이나 영화, 라이딩 등 시간이나 거리를 경과하는 것에서 어느 한 지점(시점)을 제목으로 삼아 써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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