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가부장제를 생각하는 게 좋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부장제의 본디 의미는 가부장제 생산 방식이다. 아버지가 가족을 지휘 통제하며 진행하는 생산, 근대 이전 사회에서 농업 생산이 그렇다.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는 거의 해체된 상태다. 자본주의가 성립하는 과정은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를 해체하여 그 성원을 임금 노동자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가부장제란 대체로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는 아니다. 의식과 습속, 사회 문화 제도로서 가부장제다. 구분을 위해, 이걸 ‘가부장제 습속’이라고 표현하자. 자본주의는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와 적대하지만, 가부장제 습속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임금의 절반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임금(노동력의 가격)은 노동력 재생산비이며, 그 실제 내용은 노동자 가족의 생활비다. 노동력 재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성) 노동자를 먹이고 돌보며 노동을 지속하게 하는, 또한 다음 세대 노동자인 자식을 양육하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이다. 가부장제 습속을 유지하면 이 노동은 ‘아내의 임무이자 엄마의 임무’로 포장되어 무상으로 퉁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외형이나 인민의 교육 수준을 생각할 때, 가부장제 습속을 유지하려는 자본주의적 노력이 유별난 사회가 분명하다.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여성의 공공연한 승진 제한도 여전하다. 여성은 언제나 무상 재생산 노동에 머물 것을(돌아갈 것을) 강요받는다.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 역시 그런 강요와 압박의 한 측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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