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23/01/22 가부장제
  2. 2023/01/19 고래주주 질문과 답변
  3. 2023/01/12 경제 의식
  4. 2023/01/11 고래주주를 모십니다 (6차)
  5. 2023/01/05 무정부주의
  6. 2023/01/02 내가 만든 세계
2023/01/22 13:37
명절엔 가부장제를 생각하는 게 좋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부장제의 본디 의미는 가부장제 생산 방식이다. 아버지가 가족을 지휘 통제하며 진행하는 생산, 근대 이전 사회에서 농업 생산이 그렇다.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는 거의 해체된 상태다. 자본주의가 성립하는 과정은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를 해체하여 그 성원을 임금 노동자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가부장제란 대체로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는 아니다. 의식과 습속, 사회 문화 제도로서 가부장제다. 구분을 위해, 이걸 ‘가부장제 습속’이라고 표현하자. 자본주의는 생산 방식으로서 가부장제와 적대하지만, 가부장제 습속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임금의 절반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임금(노동력의 가격)은 노동력 재생산비이며, 그 실제 내용은 노동자 가족의 생활비다. 노동력 재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성) 노동자를 먹이고 돌보며 노동을 지속하게 하는, 또한 다음 세대 노동자인 자식을 양육하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이다. 가부장제 습속을 유지하면 이 노동은 ‘아내의 임무이자 엄마의 임무’로 포장되어 무상으로 퉁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외형이나 인민의 교육 수준을 생각할 때, 가부장제 습속을 유지하려는 자본주의적 노력이 유별난 사회가 분명하다.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여성의 공공연한 승진 제한도 여전하다. 여성은 언제나 무상 재생산 노동에 머물 것을(돌아갈 것을) 강요받는다.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 역시 그런 강요와 압박의 한 측면일 수 있다.
2023/01/22 13:37 2023/01/22 13:37
2023/01/19 15:04
고래 주주 공모 관련한 질문에 답을 드리고 있다. 그 중 공유할 만한 것 몇 가지.

문: 고래 주주를 ‘다른 주주’라고 표현하는데, 결국 주주라기보다는 ‘일시납 후원자’에 가깝지 않은가?

답: 고래 주주는 주식회사 주주로서 모든 법적 권리를 갖습니다. 다만 고래가 이윤과 기업적 성장을 목표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 주주가 된다는 의미에서 '금전적 수익을 목표로 한 투자는 아니'라고 표현합니다.

문: ‘고래가그랬어’하면 ‘김규항 씨가 하는 잡지’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답: 실무 면에서, 고래는 김규항은 물론 14년 차인 안현선 편집장을 비롯한 노동자와 주주가 각각의 역할을 하며 꾸려갑니다.
운영 면에선, 김규항은 주식회사 고래가그랬어의 지분이 전혀 없습니다. 대표직을 수행하는 건 전적으로 162인 고래 주주의 신임으로 결정되는 셈입니다.

문: 회사로서 운영 상태는 어떤가?

답: 상업 잡지도 운영이 쉽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고래 운영은 자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고래가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구독자 외에 후원 단체인 고래동무(고래 이모·삼촌)가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이후 후원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앞으로는 대표 역할과 발행인 역할을 분리해서 저는 후자에 집중하는 겁니다. 좋은 파트너를 찾고 싶습니다.
2023/01/19 15:04 2023/01/19 15:04
2023/01/12 11:20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전과는 또렷하게 구분되는 의식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성 평등, 동물권, 생태 문제 등에서 특히 그렇다. 저절로 오는 변화는 없다. 침묵하지 않고 말하고 싸운 활동가들의 노고가, 결국 어떤 세대는 다른 의식으로 시작하게 한다. 감사한 일이다. 반면에 이전과 별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 드는 때도 있다. 경제 의식이 대표적이다. 주류 경제학(신고전파)의 논리를 교리 외우듯 말하는 아이가 많다. 교과서부터 경제 교육 전반이 그런 논리로 도배되어 있다. 지적 폭력이라 할 만하다. 아이들은 대개 시민이자 노동자로 살아가게  된다. 균형 잡힌 경제 의식은 그들 삶에 매우 긴요하다.
2023/01/12 11:20 2023/01/12 11:20
2023/01/11 15:34
다른 운영의 힘.
정중히 고래 주주를 모십니다.


2023/01/11 15:34 2023/01/11 15:34
2023/01/05 17:03
한 어린이가 무정부주의 이야기를 했는데(좀 놀람), 시간이 없어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넘어갔다. 오늘 간략하게  답신했다.

“무정부주의는 Anarchism을 번역한 말인데, 원래 의미는 정부만 없는 게 아니라, 정부든 국가든 기업이든 민족이든 종교든 혹은 다른 뭐든, 인간을 지배하는 모든 걸 반대하는 이념이야. '무정부'가 아니라 '무지배'랄까.
정부, 국가, 기업,  민족,  종교 다 인간을 위한다고 말하잖아. 하지만 결국은 소수의 인간이 다수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래서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아예 그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아나키즘은 혼란과 무질서로 받아들여지기도 해. 하지만 아나키스트들은 모든 사람이 협동하고 협조하는 방식으로, 지배가 있는 사회보다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적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지.”
2023/01/05 17:03 2023/01/05 17:03
2023/01/02 22:01
지난해 말 이틀, 마음 부자였다. 어린이 생태사회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내가 만드는 세계’ 발표를 했다. 그들은 진지했고 직관과 상상력은 놀라웠다. 발표문 가운데 하나를 허락을 구해 소개한다. 이 4학년 여자 어린이는 인구가 100명인 세계에서 사회적 분업을 구상한다. 그가 만든 세계에서 중요한 노동의 기준은 (수입이나 인정이 아닌)  ‘사회 성원의 필요’이다. 그래서 농부가 전체 인구의 1/4이다. 대통령은 통치권자가 아닌 '돕는 사람'이다.

**

내가 만든 세계에 100명이 산다면, 다음과 같이 분업할 것이다.

농부 25명
어린이 20명
과학자 8명
건축가 7명
경찰 7명
의사 7명
소방관 7명
전자기기를 다루는 사람 5명
정부 직원 5명
베이비시터 5명
선생님 3명
대통령 1명

가장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업, 농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식물과 가축을 키워 식량을 만들고, 식량이 없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굶어 죽기 때문이다.
직업은 아니지만 2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어린이다. 어린이는 인구가 너무 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빗물을 모아 마시는 물을 만들 수 있다.
3번째는 과학자와 건축가이다. 과학자는 연구를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들을 연구하고, 다른 직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건축가는 우리가 사는 곳인 집과 일하는 곳인 직장을 짓는다. 집은 춥거나 덥지 않고 비와 눈을 맞지 않는 것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건축가가 없으면 과학자, 의사, 선생님 등은 연구소,병원, 학교가 없어 일을 하지도 못한다.
4번째는 경찰,의사,소방관이다. 경찰이 없으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벌을 줄 사람이 없다. 의사가 없는 경우, 병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소방관이 없으면 불이 난 건물 안에 있는 사람 모두 죽는 것 뿐만 아니라 불이 커져서 다른 건물들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5번째는 전자기기를 다루는 사람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그리고 베이비시터이다. 전자기기를 다루는 사람이 있어야 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법이 있고, 경찰이 그 법에 맞게 일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모두 직업이 있으니 혼자 있을 수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베이비시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는 적지만 중요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쳐서 아이들이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 수를 적게 준 이유는 다른 몇몇 직업들보다 힘을 덜 써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받을 어린이도 20명이니, 많은 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정부와 나라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23/01/02 22:01 2023/01/02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