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0/12/30 나의 연대
  2. 2020/12/25 크리스마스 메모
  3. 2020/12/08 기억
  4. 2020/12/03 고래주주 신청 25일까지입니다
2020/12/30 10:45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민주당이 저렇게 교활하고 집요하게 망가트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의 편이기 때문인가? 물론 그렇다.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지만 진영의 이익을 좇는 집단이기 때문인가? 역시 그렇다. 우리는 그 사실들을 이미 잘 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꾸는 게 좋을 것이다. 자본의 편이며 진영의 이익을 좇는 집단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추진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일하고 전적인 방법은 여론이다. 강력한 여론이 있다면 민주당이 현재보다 더 반동적인 집단이라 해도 그래서 속이 쓰리고 아파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추진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건 여론이 애매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사실을 간파하고 이 법안을 요령있게 망가트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현재 한국의 주요한 여론을 형성하는 시민, 인터넷에 수시로 드나들며 제 견해를 피력하는 시민 대부분은 일하다 중대재해를 당할 가능성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은 조국이나 윤석렬, 추미애 따위에, 일하다 중대재해를 입는 사람들과는 전혀 동떨어진 기득권 투쟁의 드라마에 훨씬 더 집중되어 있다. 정의와 윤리 추구도 그 드라마 안에서다.

만일 모든 사람이 나에게 해당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굳이 ‘사회’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은 않아서 사회이고, 사회가 유지된다. 시민 사회에서 개인이 남의 문제에 관심과 열의를 보이는 동인은 대체로 두가지이다.

하나는 ‘연민’. 이것은 감성의 차원이라 그것을 자극하는 특별히 불거진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작동한다. 이 법과 관련해서 태안화력발전소나 구의역 사건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연민(동정심, 측은지심 등)은 그것을 자극하는 특별히 불거진 상황이 없다면 이내 식거나 무뎌진다. 또 하나는 ‘연대 의식’. 이것은 사회 구조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우리 문제를 내 문제/남의 문제로 분리하지 않는 태도이다. 연대의식은 사회를 비로소 사회로 만드는 시민의식의 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게 만들 만큼의 연민은 있지만, 민주당이 그 법을 제대로 추진하게 만들 만큼의 연대의식은 충분치 않은 셈이다. 민주당을 욕하고 개탄하는 건 당연한 일이나, ‘나의 연대’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그들이 자본의 편이며 진영의 이익을 좇는 집단이라는 이미 수없이 확인된 사실을 전제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들에게 ‘나의 연대’보다 무서운 건 없다.
2020/12/30 10:45 2020/12/30 10:45
2020/12/25 10:42
정경심 씨 판결과 윤석열 씨 복귀는 ‘상식의 회복’에 속하는 일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목표인 사람도 있고, 현재의 상식에 질문하며 더 나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둘 모두에게 일단 다행스럽다.

황아무개 류아무개 등이 정경심과 조국을 고난받는 예수에 비유하는 통에 동무들이 열 받았다. 어쭙잖게나마 예수 공부하고 책을 쓴 나로서도 황당할 뿐이지만, 그들이 그런 언사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서 비판이나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옮겨가는 건 사회에 유익하다.

이주 노동자 속헹 씨의 죽음은 우리에게 ‘아직 죽진 않은’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르킨다. 자본과 국가 등 외부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비정규직은 이주노동자를 밀어내는, 연대 없는 노동 역시 근본적인 원인 아닐까. 크리스마스.. 속행 씨의 명복을 빈다.
2020/12/25 10:42 2020/12/25 10:42
2020/12/08 11:24
리버럴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운동권 습성을 벗지 못해 이상주의적이라는 평가는 수긍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에서 그들만큼 정치, 사회, 문화 각 영역에서 현실적-사적 이해득실에 집중하는 그룹이 또 있던가.

그들이 고수하는 운동권 습성이 딱 하나 있긴 하다. 당시 적, 현재의 극우 기득권 세력을 여전히 사회 진보와 윤리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다. 극우 세력의 특권과 자산을 제 것으로 만드는 걸 사회 진보이자 윤리 회복이라 믿는다. 그들이 갖은 사적 이해 추구에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걸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그걸 진심으로 공적 행위라 믿고 그래서 당당하다.

나도 한때 그들 중 하나였으므로, 극우 세력에 대한 반감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나와 동무들을 잡아가고 고문하고 죽인 놈들이니. 다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잊고 있다. 당시 우리는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자산을 주인인 인민에게 돌려주려 했다는 것, 우리가 차지하려 했던 게 아니라는 것.
2020/12/08 11:24 2020/12/08 11:24
2020/12/03 14:13
139인의 주주 명단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고래 운동’ 17년의 사연과 풍경들이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군요. 정치/사회적 견해는 다양하지만(특히 저와는 다른 분들이 좀더 많죠 ^^), 고래에 대한 애정과 자부로는 일생의 귀한 동지인 분들입니다.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어, 고래 주주 모집은 이달 25일까지로 변경되었습니다. 고래는 주식회사인데 외형 성장이 목표가 아니고 고래 주주는 경제적 이득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니, 궁금함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두 분 이상 힘을 모아 신청할 수 있는가, 같은 구체적 질문들도 있겠구요.

저와 편히 소통해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온라인 상담 다 좋습니다. gyuhang@gmail.com 로 요청해주세요.



2020/12/03 14:13 2020/12/03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