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9/10/27 꼰대로 늙지 않는 법
  2. 2019/10/25 2원화한 국가주의
  3. 2019/10/22 억압
  4. 2019/10/20 돌아오라, 손석희?
  5. 2019/10/20 대열
  6. 2019/10/15 어린이 교양지
  7. 2019/10/14 미감과 미의식
  8. 2019/10/14 탐탁지 않은 것들과 상상력
  9. 2019/10/11 안목
  10. 2019/10/07 전위의 떼죽음
  11. 2019/10/06 혐오스러운 사람들
  12. 2019/10/01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 텀블벅
2019/10/27 10:13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폼나게 말할 줄은 알면서, 내 삶에 적용할 줄 모르면 망하는 거다. 급진적이던 청년이 나이가 들면서 온건해지는 근본적 이유는 ‘노화와 기득권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주관적인 동물이라서 언제나 자신이 기준이다. 이념은 특히 그렇다. 나보다 왼쪽인 사람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나보다 오른쪽인 사람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내가 젊은 시절보다 온건해진 이유는 ‘성숙하고 현명해져서’다. 언제나 그렇다. 우습고 재수없는 꼰대로 늙고 싶지 않다면, ‘노화와 기득권 증가’의 진실을 기억하는 게 좋다.
2019/10/27 10:13 2019/10/27 10:13
2019/10/25 11:30
한국인의 의식에서 국가주의적 흔적은 극우독재에서 벗어난 지 30년이 더 되었는데도 여전히 ‘국민’이라는 말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데서부터 확인된다.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라면 다수 사회성원을 표현하는 보편적 단어는 ‘인민’(people)이다.하다못해 여전히 극우 세력이 강하고 좌파가 미약한 미국에서도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서 국민이라는 말은 ‘제국시민’이나 ‘황국신민’ 같은 국가주의적 의미보다는 인민과 다름없는 의미로 사용되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배제되어 마땅한 ‘애국이냐 이적이냐’ 같은 국가주의 선동이 멀쩡한 찬반양론의 주제가 되고(심지어 ‘진보 진영’이 찬성측인), ‘국민 통합’이라는 말이 미덕으로 여겨지며, 너나없이 ‘국론분열’을 걱정하는 걸 보면, 안이한 생각이다.
‘국민 통합’은 전체주의 미덕이다. 모든 사람은 독립적 개인으로서 삶과 제 계급에 기반한 연대를 지향해야 한다. ‘국론 분열’은 민주주의 작동을 표현할 뿐이다. 문제는 왜곡된 국론 분열이라는 데 있다. 국가와 결합한 독점자본(재벌)과 그에 기생하는 상위 10퍼센트가 보수/진보 ‘배역’을 나누어 맡고, 다수 인민이 그들의 이해를 제 삶이 걸린 것처럼 둘로 갈라져 악다구니하는 건 민주주의 분열이 아니라 국가주의 동원이다. 한국은 ‘2원화한 국가주의’ 사회로 치닫고 있다.
2019/10/25 11:30 2019/10/25 11:30
2019/10/22 17:33
사회적인 차원이든 개인적인 차원이든, 억압이 인간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대체로 부인하는 건 억압이 가져다주는 특별하고 지속적인 안정감이다. 우리는 억압을 반대하지만, 억압 상태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한다.
2019/10/22 17:33 2019/10/22 17:33
2019/10/20 10:22
손석희 뉴스가 표방하는 정체성은 ‘중도와 팩트’(중도 이념을 기반으로 팩트를 좇는)라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해 동안 그 정체성은 주로 극우 진영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중도가 아니라 한겨레나 오마이뉴스처럼 자유주의 진영에 친연성을 갖는 언론으로 여겨지곤 했다. 최근 사태를 통해 비로소 손석희 뉴스는 제 정체성을 제대로 확인한 셈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토로하며 ‘돌아오라, 손석희!’ 말한다는데, 돌아올 건 손석희가 아니라 그들이다. ‘중도와 팩트’조차 거스른다면 진보는 고사하고 상식을 벗어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19/10/20 10:22 2019/10/20 10:22
2019/10/20 07:56
광장을 파시즘이라 여기는 건 유약한 책상물림들의 병증이다. 민주주의는 오히려 ‘복수의 광장’을 의미한다. 침략 전쟁이라도 벌어진 듯 반일을 외치는 사람들의 광장도 있고, 만악의 근원이 검찰인 듯 반검찰을 외치는 사람들의 광장도 있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열렬히 반일을 외치던 사람들의 광장이 - 반일의 원인은 유지되는데 - 어느 순간 열렬히 반검찰만 외치는 광장으로 바뀐다면 파시즘을 부인하기 어렵다. 파시즘의 요체는 광장이 아니라 ‘대열’에 있다.

(어제까지 반일을 외치다 반검찰만 외치는 사람이 ‘나에게서 반일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질문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굳이 질문을 멈춤으로써 대열에 설, 파시즘의 재료가 될 이유가 있는가?)
2019/10/20 07:56 2019/10/20 07:56
2019/10/15 14:20
제 사회적 견해가 불편해서, 고래가그랬어 구독이나 고래동무 후원을 않(끊)겠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 사회에선 소수에 속하는 견해를 개진해온 지 20여 년이라 늘 얼마간 감수하는 일이지만, 근래 들어 부쩍 심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고그를 만날 기회’와 ‘어른끼리 사회적 견해 차이’를 연결하는 게 바람직한지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고그는 좌파 우파, 혹은 진보 보수 이전에 ‘공동체 성원으로서 최소한의 교양’을 나누는 잡지입니다. 고그는 교양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 하는 마음”이라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사유와 연대’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어린이는 교양 있는 시민으로 자랄 때 좋은 인생을 살아낼 수 있고, 사회의 미래 또한 교양 있는 시민들에 달려있습니다.

고그에서 일하거나 글을 쓰고 작품을 싣는 분들은 다양한 이념과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라는 고그의 지향은 전적으로 공유합니다. 물론 저 또한 그 중 한 명입니다.


2019/10/15 14:20 2019/10/15 14:20
2019/10/14 20:44
급진적이던 청년이 나이가 들고 일상이 안정되면서 이념이 온건해지는 걸 탓하긴 어렵다. ‘검찰개혁’은 그런 맥락에서 586의 현실주의적 개혁 의제(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검찰의 역할과 권한 재조정)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국 수호’는 이념과 무관한 미감과 미의식의 파탄일 뿐이다. 많은 586이 더는 추함도 염치도 모르는 인간이 되었음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그게 이번 사태에서 그들의 유일한 사회적 기여다). 그들이 혐오해 마지않는 태극기 영감들도 한때는 동무와 별을 세는 소년이었음을 그들이 기억하길 빈다.
2019/10/14 20:44 2019/10/14 20:44
2019/10/14 17:28
오늘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지금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이 유일하고 영구적이라는 전제하에, 시스템에 순응하고 경쟁하는 기술과 요령을 가르치는 일이라 요약할 수 있다. 교육이 이렇게 된 건 흔히 ‘신자유주의 세계화’라 불리는 거대한 사회 변화와 관련되어 있으며, 일개 부모가 제 아이 교육에서 그걸 거스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욱더 어린이 책이나 잡지는 그런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만 한다.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의 의미는 아이들에게 ‘코뮤니즘 사회’를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지금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이 유일하고 영구적이지 않으며, 더 나은 사회를 얼마든 만들어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데 있다. 모든 어른은 어떤 식으로든 편향된 상태에 있지만, 적어도 본인은 가장 균형 있는 상태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가 상상력을 갖도록 돕는 일은, 내가 호감이 가는 것들보다 오히려 ‘탐탁지 않은 것들’을 부러 들려주고 보여주는 일로 시작한다.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 텀블벅 마감이 4일 남았다. 정중히 참여를 부탁드린다.


*

미국판이 발간되었을 때 유럽에서와 달리 ‘아이들에게 공산주의라니! 그것도 MIT 출판부에서!’ 따위 반응이 꽤 격렬했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코뮤니즘은 현실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한번도 구현된 적이 없는’ 상상의 사회이지만, 반공주의의 색안경 앞에 그런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질리도록 체험해왔다. 스티븐크라우더라는 ‘극우 논객’의 유튜브 방송.
2019/10/14 17:28 2019/10/14 17:28
2019/10/11 11:56
유시민에 실망했다, 저런 인간인 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안목에도 실망하길 권한다. ‘유시민을 싫어하는 데 필요한 건 기억력뿐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 건 이미 그가 한창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제 경박한 성정을 도무지 주체 못하여, 배우고 힘을 가질수록 평범한 다수에 독성을 갖는 인간은 생각보다 많다. 시민의 안목만이 그들을 억지한다. 안목없는 시민이 그들의 에너지원이다.
2019/10/11 11:56 2019/10/11 11:56
2019/10/07 18:11
사회의 전위에 인문학자와 작가/예술가가 있다. 인문학자는 이상주의의 담지자다. 이상주의란 공상이나 몽상에 취하는 일이 아니라, ‘마땅히 실재해야 할 현실’을 좇는 일이다. 여느 사람들이 이념이나 정치 논리, 경제적 이해에 기반할 때 인문학자는 이상주의적 사유를 고수한다. 작가/예술가는 상상력의 인격화이자, 결정체다. 더 나은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이 현실적 실현 가능성의 한계 앞에 멈출 때, 작가는 제한 없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사회를 노래하고 그린다. 인문학자와 작가가 이상주의와 상상력을 잃고 소매상이나 기술자로 전락할 때, 그들이 제도 정치인의 꽁무니나 쫓고 예민하고 성찰적인 시민들이 그들보다 오히려 전위일 때, 그들은 죽음을 맞는다. 지금 우리는 인문학자와 작가의 떼죽음을 목격하고 있다.
2019/10/07 18:11 2019/10/07 18:11
2019/10/06 19:08
아이들에게 ‘맑고 순수한’ 것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는, 나쁜 의미에서 보수적이라면, 어른들의 생각을 전파하기 위해 아이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건 가장 저급한 의미에서 파시스트의 행위일 뿐이다. 게다가 그 생각이 아직은 어떤 보편성에도 이르지 못한 ’시의적 진영 논리’ 상태에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걸 만든 사람들, 아이들에게 부르게 한 사람들, 그걸 보고 좋아라 하는 사람들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마땅하다.

<산토끼>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국민 눈을 피해서 어디를 가느냐
자한당 조중동 다함께 잡아서
촛불국민 힘으로 모조리 없애자

<아기돼지 엄마돼지>
토실토실 토착왜구 도와달라 꿀꿀꿀
정치검찰 오냐오냐 압수수색 꿀꿀꿀
적폐청산 검찰개혁
적폐청산 검찰개혁 촛불 모여라
토실토실 적폐 기레기 특종 없나 꿀꿀꿀
적폐검찰 오냐오냐 기밀누설 꿀꿀꿀

<상어가족>
정치검찰 뚜루두뚜두
물러나 뚜루두뚜두
사라져 뚜루두뚜두
정치검찰
공수처 뚜루두뚜두
설치해 뚜루두뚜두
이제는 뚜루두뚜두
검찰 개혁

<곰세마리>
적폐들이 한집에 있어
윤석열 조중동 자한당
윤석열은 사퇴해
조중동은 망해라
자한당은 해체나 해라
촛불국민 함께해
2019/10/06 19:08 2019/10/06 19:08
2019/10/01 15:02
이 작고 귀여운 책을 발견한 건 3년 전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에서였다. 얼마 후 우연찮게 아티스트이자 연구 활동가인 저자 비니 아담착과 소통하게 되었다. 그는 곧 MIT 대학 출판부에서 영어판이 나온다며, 한국어판 발간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여전히 반공주의의 그늘이 가시지 않은 한국에서 ‘아이들이 읽는 코뮤니즘 책’을 내려 할 출판사가 과연 있을까도 싶었고, 고래가그랬어에는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동료들과 의논했다. 그리고 이제 발간 준비가 다 되었다. 그 사이 영어판 외에 스페인어, 터키어, 그리스어, 세르비아어 판이 발간되었다.

우리 또한 그랬듯, 아이들은 태어날 사회를 선택할 수 없다. ‘태어난 사회’에서, 어른들 - 몇십년 먼저 태어난 사람들 - 이 마련해 놓은 대로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점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어른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이 살아갈 사회를 상상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지금 살아가는 사회가 고정불변은 아니며, 역사가 보여주듯 얼마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도울 수 있다.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은 그 일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코뮤니즘’은 이른바 공산주의나 현실 사회주의와는 무관하다. “한번도 구현된 적이 없는” 사회다. 고통과 억압 속에 살아가던 ’다리미 공장’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코뮤니즘 사회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이건 코뮤니즘이 아니야!” “이것도 코뮤니즘이 아니야!” 번번히 실패하지만,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하며 사회 실험을 거듭한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험들은 우리 세계에서 실제로 시도되거나 제출된 사회 아이디어들의 은유이기도 하다.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이 잘 발간되고, 더 많은 어린이와 만날 수 있도록 텀블벅 참여를 정중하게 부탁드린다. 만일 형편이 허락한다면, 여러 권을 주변 아이들과 나누는 것도 근사한 일일 것이다.

2019/10/01 15:02 2019/10/01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