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에 해당되는 글 10건
- 2017/02/24 조용한 민주주의
- 2017/02/22 불륜사회
- 2017/02/20 안희정이 알려주는 것
- 2017/02/19 당연한 느낌
- 2017/02/18 이재용에게 주는 묘안
- 2017/02/16 역사의 그래프
- 2017/02/15 '0신'
- 2017/02/09 명예살인
- 2017/02/07 쉬운 글, 어려운 글
- 2017/02/01 까칠하고 야무진
2017/02/24 18:12
사회적 갈등이나 분노를 봉합하거나 통합해야 할 것으로 보는 걸 세련된 민주주의 의식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민주주의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나 분노를 온전히 드러내는 과정을 거듭함으로써 좀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소란스럽다고 해서 다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적어도 조용한 민주주의 같은 건 없다.
2017/02/22 09:25
제도 밖의 사랑이 불륜이라면 사랑 없는 제도 또한 불륜이다. 결혼의 첫번째 조건이 사랑이 아님을 공공연히 인정하는 불륜의 사회가 불륜을 비난하는 풍경은 우습고 가련하다. 타인의 불륜보다 내 불륜을, 사랑을 잊어버린 나를 먼저 슬퍼할 것.
2017/02/20 09:41
안희정이 알려주는 것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 대선 후보들의 전략은 후보 시절엔 진보 코스프레를 하고 집권 후엔 보수화하는(본색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민주당의 표는 진보(좌파)+개혁(자유주의) 세력으로 구성되었다. 민주당 후보의 숙제는 이미 확보된 개혁 표나 절대 안되는 보수 표가 아니라 진보 표였다. 그들은 재야 운동권 인사를 영입하고 비판적지지 흐름을 양성하며 진보적 공약을 개발했다. 그 전략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역시 노무현이다. 그가 당선된 순간 보수 세력은 혁명이 일어났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이번엔 양상이 전혀 다르다. 이재명을 빼고는 후보 시절부터 아예 보수적 본색을 드러내는 전략이 시도된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진보 세력은 저간의 과정을 거쳐 대부분 개혁 세력으로 흡수되었고 조직노동은 체제내화했다. 그에 반해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 보수는 상당 부분 유인이 가능한 상태다. 안희정은 바로 그걸 포착하고 집중했으며 성공적이다. 안희정이 결국 문재인을 넘어설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넘어서기 위한 최선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노무현과 안희정은 내용상으로는 반대지만 시대를 읽는 전략이라는 점에선 일치하는 셈이다.
진보가 연이은 안희정의 보수 유인 발언에 정색을 하고 경악하는 건 싱거운 일이다. 안희정은 이광재 등과 함께 이른바 삼성공화국을 만드는 주역이었을 만큼 친자본주의적 인물이고 그 나름의 소신과 일관성은 달라진 적이 없다. 그의 관심은 계급이 아니라 국가다. 제 정체성을 솔직히 밝히는 최초의 자유주의 후보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안희정을 욕하는 것보다는 안희정의 성공이 무엇을 말하는지 고찰하는 게 좀더 유익하다. 그것은 물론 진보(좌파)의 괴멸이다. (계속)
2017/02/19 09:50
누구나 제 나름엔 가장 적절하고 균형잡힌 이념적 선택을 한다. 이념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조차도 그렇다. 그래서 누구나 나보다 진보적인 사람은 지나치게 비현실적(몽상적)이라 느껴지고 나보다 보수적인 사람은 지나치게 현실적(속물적)이라 느껴진다. 민주주의는 그런 당연한 느낌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하는 사람들이 구성하는 사회다. 애석하게도 한국 사회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그런 당연한 느낌에 매몰된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다. 민주주의의 기초라는 비판과 토론은 매우 쉽게 적대와 배제의 도구로 추락하곤 한다.
2017/02/18 08:51
최태원, 김승연 등에서 보듯 한국의 세습 재벌총수들은 감옥에 있어도 경영에 별다른 지장이 없거나 오히려 나아지는 우스운 공통점이 있다. 이재용은 하바드 비지니스스쿨 유학 시절 이른바 삼성 후계자로서 경영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이삼성, 이삼성인터내셔널, 시큐아이닷컴, 가치네트 등을 설립 혹은 투자했으나 모조리 말아먹은 바 있다. 그의 지분들은 삼성 계열사들이 모두 웃돈 주고 인수했다. 외국 언론은 '한국에서 실패한 닷컴사업을 처리하는 쉬운 방법은 아버지 회사에 파는 것'이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이재용이 감옥에 간 후 삼성의 경영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부재 때문은 아닐 것이다. 출소 후 이재용이 제 경력과 이미지를 일신하고 여론을 회복할 수 있을까. 묘안이 있긴 하다. 할아버지의 무노조 원칙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백혈병 산재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두 문제는 사실 정상화, 혹은 글로벌 기준의 편입일 뿐이기에 경영도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2017/02/16 09:08
나쁜 것과 좋지 않은 것들만 있을 때 그 중 제일 나은 건 말 그대로 그 중 제일 나은 것이지 좋은 것은 아니다. 현실의 이름으로 그걸 좋은 거라고 해버리면 좀더 편안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는 가치가 파괴되고, 그만큼 전체적으로 퇴행하게 된다. 가치는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이다.
역사의 그래프는 결코 작지 않다. 적어도 수십년 단위로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려낸다. 안달복달한다고 해서 혹은 희희락락한다고 해서 그 방향이 바로 바뀌진 않는다. 매우 서서히, 그러나 쉽게 돌이킬 수 없게 바뀐다. 근래 한국은 정치를 비롯 사회 전분야에서 그래프의 최저점을 통과하고 있다. 물론 이건 우연도 세계 외부의 절대적 힘의 작동에 의한 것도 아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인들의 삶과 행동의 엄정한 결과다. 앞으로는 어떨까. 속단할 순 없지만 하나 정도는 분명할 게다.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가 관건이라는 것.
2017/02/15 07:54
'0신'을 욕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의식이 진전되면서 꽤 사라지는 분위기였는데 도로 많아졌다. 예전엔 장애인 비하의 의미를 몰라서 쓰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젠 알면서도 쓰는 사람이 더 많다. 주로 함께 혐오하는 대상일 때 정서적으로 용인되곤 한다.(저런 인간한테는 써도 된다!) 그러나 장애인 비하는 그런 말의 사용에서 일어나며 대상이 누군가와는 무관하다.
2017/02/09 07:43
전인범이라는 사람. 부인의 비리, 사단장 시절 불미스러운 일 등이 사실이든 아니든, '사실이라면 내 아내를 권총으로 쏴죽였을 것'이라는 말로 이미 퇴출되었어야 한다. 명색이 근대 민주정치에 대놓고 명예살인을 말하는 미치광이가 허용될 수 있는가?
2017/02/07 06:23
쉬운 글의 미덕이 있다. 쉬울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 글, 어려운 이유가 있는 글도 존재한다. 괜스레 어려운 글, 어려울 이유 없이 어려운 글은 그저 못쓴 글일 뿐이다.
2017/02/01 07:56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세력에 당연히 분노와 혐오가 일지만, 그 반대 세력에도 얼마간 쓴웃음이 나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여년 간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은 보수 자유주의 정권이든 진보 자유주의 정권이든 상대편 배제/우리편 챙기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 지원 시스템과 이런저런 이권들이 386의 든든한 보급 창고 구실을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서로 만들었든 머리 속에 담았든 블랙리스트는 언제나 존재했던 셈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두 세력이 그런 작태를 매우 진지하게 정당화해왔다는 사실이다. 보수 자유주의 세력이 '종북 좌익세력에게 혈세를 지원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면, 진보 자유주의 세력은 '수구 꼴통에게 혈세를 지원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에서 둘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냉소는 그다지 유익할 게 없다. 중요한 건 현재 한국 정치권은 내편 네편을 넘어서는 사회 윤리의 기본 틀조차 없는 세계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총체적 파괴성의 문제다.
예컨대 조윤선 씨는 절대 반성하지 않을 터인데, 그의 인격과 무관하게 반성을 할 윤리적 틀이 정치권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껏해야 제 불운을 탓하거나 증거를 남긴 걸 깊이 후회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누구도 그걸 비난하기 어렵다(그러나 많이들 비난한다, 역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권교체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다. 정권 교체는 단지 바통 터치 수준으로 끝날수도, 작더라도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질수도 있다. 전적으로 시민의 비판과 견제 능력에 달려 있다. 유례없이 까칠하고 야무진 시민들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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