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11/24 김규항의 좌판 25 - 노동자 대통령 후보 김소연 (1)
  2. 2012/11/22 고래가그랬어 감사합니다
  3. 2012/11/13 이수호 (3)
  4. 2012/11/13 산 속
  5. 2012/11/04 독재자의 딸?
  6. 2012/11/04 우리 엄마 섹시하죠
2012/11/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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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4 09:13 2012/11/24 09:13
2012/11/22 22:18
(고래 독자이던 이소연 씨가 보내온 편지. 본인 허락을 얻어 싣는다.)

내가 지금의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으며 왜 이러한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2012년이 슬슬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이번 년도는 저에겐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내가 되었는지... 일종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인권에 관심이 많았어요. 왜 그런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이상하게 아이들이 인피니트, 송중기에 열광하는데 전 인권에 관련된 책들과 그냥 여러 책들을 읽고 있었어요. 이상하게도 남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게는 당연하지 않았고 항상 궁금한 건 많았지만 제대로 된 설명 답변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친구들은 제가 특이하다고 자주 그랬죠. 고등학생이 되어 아이들이 제게 종종 하는 말이 ‘너 참 신기하다 특이하다’ 인 것 같습니다. <일어나라 인권 OTL>을 읽는 제게 네가 무슨 인권 변호사 할 거냐 라며 웃고 <전태일 평전>을 읽는 제게 그게 누구냐고 묻습니다. 설명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불꽃으로 사라진 분이라고 끝을 맺으니 넌 뭐 그런걸 보냐는 반응을 그 친구는 보였답니다. 학교가 나에게 강요하는 공부가 정말 공부 같지도 않고 공부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천천히 천천히 생각해보았어요. ‘왜 나는 지금의 나일까’ 그리고 답을 얻게 되었어요. 초등학생인 제게 엄마께선 한 달에 한 번씩 <고래가그랬어>를 주셨죠. 저희 엄마께서 그런 분야에 관심이 많다든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좋은 잡지라는 추천 글을 읽고 엄마께선 별 생각 없이 제게 주셨다고 그렇게 말하시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주셨던 그 책이 어찌 보면 제 삶에 이렇게도 많은 영향을 꾸준히 주고 있는 것입니다. 어딘가 숨겨져 있던 그 아이들을 다시 찾았어요. <고래가그랬어> VOL 19까지. 반가웠죠. 다시 읽기 시작했고 제 삶의... 내가 걸어온 길이라고 해야 되나 추억들? 되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제가 왜 그리도 다른 아이들을 관심도 없었던 인권에 관심이 있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되었죠.

<뚝딱뚝딱 인권짓기> 왜 그리 초딩 때 뉴스에 히잡을 쓴 여성들이 나오면 아빠와 나란히 소파와 앉아 뉴스를 보게 되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된 거죠. 왜 난 그렇게도 편한 교복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왜 난 폭력에 반대했는지, 왜 이상하게도 난 어릴 때부터 경쟁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심지어 보드게임까지도…. 알게 되었어요.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구경하다가 한 책을 그냥 아무생각 없이 꺼내서 읽었었죠. <전태일 평전> 왜 제가 그 책을 골랐는지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만화 <태일이>, 어린 여동생을 고아원에 보내는 태일이가 마지막으로 기억납니다. 태일이가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 어떻게 그 "오빠"의 이야기가 끝나는지 몰랐고 계속 모르고 살았죠. 17살이 된 저는 10살 때 멈춰버린 그의 이야기를 드디어 끝낼 수 있었습니다. <태일이> 1권에서 5권까지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엄청 울었어요.

왜 하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공부를 했어요. 미국에 갔고, 다시 한국에 왔고, 이사를 했고, 중학생이 되고, 드디어 고등학생이 됐죠. 왜 하는 지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그 일을 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고등학생이 된 저는 정말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살고 싶었어요. 전에는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그냥 대충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서 넘겨버리기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답을 원했고... 그냥 전 정말 답을 원했어요.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정말.. 새 세상을 만났다고나 할까. ㅎ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시 읽었죠. <우주여행>에서.. 도도새가 되기를 거부하는 윤호를 보았어요. 그도 점점...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당연했던 것들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살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지섭이 말하는 그 도도새가 전 되고 싶지 않았어요. <궤도 회전>에서 중학교 교과서에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혔던 그 때를, 국어 학원에서 읽혔던 그 때를 다시, 그 무서운 기억을 추억했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향한 진실한 염려와 사랑, 진실과 정의를 위해 쓴 우리 모두가 햇빛 아래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를 소망했던 그런 마음이랄 까요. 인간에 대한 사랑... 그런 것들을 정말.. 짓밟았어요. 손으로 마음대로 접어서 밟은 후 멀리 쓰레기통에 다 쓴 종이 버리듯이.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냥 너무 슬펐어요. 조영래 선생님은 인간을 사랑하셨고 진정 인간을 사랑했던 전태일 열사님을 위해 글을 쓰셨어요. 사랑이였어요. 진실이였고요. <법과 정치> 교과서에서 전 그 분의 이름을 보았어요. 전 사랑이랄까.. 안도감이랄까 그런 것들을 느꼈지만 아이들 모두는, 고등학생인 우리들은 한숨을 푹푹. ‘변호사 이름- 조영래’ 이렇게 외워야 할 사람이 한명 더 는 것이었으니까요. 인간을 향한 사랑조차도 암기해야할 그런, "것"이었어요 우리 모두가 결국 노동자이며 저에게 생각할 시간, 느낄 시간, 울 시간, 웃을 시간, 그런 모든 여유를 빼앗아갔어요, 외워야 했으니까요. 매일 매일 공부하며 소모되는 저 자신을 보았어요.

책을 읽으면 충만해졌어요. 따뜻해졌죠. 어딘가 정말로. 그러다 <전태일 평전>을 읽었고. 그러다 최근에 다시 전 어린 태일이를 만났어요. 학교 도서관엔 만화 <태일이>가 1권에서 5권까지 다 있었답니다. 전 그 책들을 읽었어요. 그리고 제가 공부해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를 좀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유를 드디어 찾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법을 알게 된 기쁨만 주시지 않고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는 괴로움을 주셨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 법들이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읽는 것이 참 힘드셨는데. 그래서 대학생 친구 한 명을 간절히 원하셨다고 해요. 그래서요. 전 이제 알 것 같아요. 제가 왜 이 징그러운 공부를 해왔는지. 청년 전태일의 그 단 한명의 대학생 친구가 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이젠 그냥 걸어 다녀도 그냥 걸어 다니는 게 아니고 그냥.. 무엇을 하던 좀 알 것 같아요. 그 분은 자신을 잊기 말라고.. 그렇게 당부하셨고 전 그분을 다시 찾았고 잊지 않았어요. 기억해냈어요. 그리고 그 분의 대학생 친구가 될 거예요. 항상 어두웠어요. 앞이 전혀 안 보인다고나 할까요. 이젠 좀 알 것 같습니다.

<고래가그랬어> 감사합니다.
2012/11/22 22:18 2012/11/22 22:18
2012/11/13 23:27
이수호 선생이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민주당 쪽에선 그를 막아보려 꽤나 애를 썼는데 넉넉한 차이로 이긴 모양이다. 알다시피 그는 노동운동 쪽에서 보면 매우 연성인 사람이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로 볼 땐 가장 강성인 사람이다. 그는 야권 교육감 후보 중에 유일하게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나왔다. 민주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우리로선 흐뭇한 상황이 된 셈이다. 선전을 빈다.

2012/11/13 23:27 2012/11/13 23:27
2012/11/13 23:02
강연 길에 잠시라도 책 작업을 하려고 춘천 부근 산 속에 들어왔다. 낮엔 눈발이 조금 날렸는데 그러고보니 고작 11월 중순 아닌가. 올 겨울도 어지간히 추울 모양이다. 약간의 차이를 위해 더 중요한 차이를 생각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처럼 내 마음이 쓰인 적은 없었다. 그들 스스로 옳은가 그른가 적절한가 부적절한가를 생각하기엔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그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기엔 그들은 너무나 지쳤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건 정치가 아니라 정치의 외양을 한 종교라는 것도 이해한다. 지친 그들을 이리저리 속이고 구슬리며 제 탐욕을 채워가는 몇몇 386 신흥기득권 세력의 행태에 말을 아끼는 이유도 그것이다. 사람에겐 때론 거짓 위로조차 위로가 되는 때도 있는 법이다.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종교에 묻어두었던 현실이 발견될 테고 나도 미루었던 말을 천천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지금 그 말을 좀더 명징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일 아침엔 화천경찰서에서 강연이 있다. 나에게나 경찰분들에게나 색다른 시간일 듯..ㅎ

2012/11/13 23:02 2012/11/13 23:02
2012/11/04 14:20
'독재자의 딸'이 어쩌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박근혜가 '박정희의 생리적 딸'인 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누구의 자식인가를 문제삼는 건 봉건적 악습이고 법적으로도 연좌제는 금지되어 있다.(심지어 연좌제를 헌법으로 금지한 건 5공화국, 전두환 때다) 만일 박근혜가 박정희의 독재정치와 악행을 비판하는 시민의 양식을 가진다면 오히려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더 훌륭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가 문제가 되는 건 그가 '박정희의 생리적 딸'이라서가 아니라 '박정희의 정치적 아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렇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2012/11/04 14:20 2012/11/04 14:20
2012/11/04 13:06
며칠 전, 고등학생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의 말.

제가 여러분 나이 때 일입니다. 20대 중반의 한 남자 가수가 어머니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사람들에게 "우리 엄마 섹시하죠" 한 겁니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그날로 연예계에서 퇴출되었죠. 반성하는 의미에서 입대를 했던가 그랬을 겁니다. 그런제 지금은 어떤가요. 초등학교 아이들도 섹시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합니다. 오늘 진행자가 여러 번 '성상품화는 누구나 반대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방송에서 지나친 노출은 아이들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대체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반대한다거나 해롭다고 말하는 것과 국가가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건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전자는 민주적인 토론이지만 후자는 민주적 토론과 우리의 권리를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성적 표현과 자유는 사회적/정치적 표현과 자유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성적 표현과 자유를 금지되고 규제하는 건 사회적/정치적 표현과 자유를 억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독재 국가치고 성적 표현과 자유가 허용되는 경우가 없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2012/11/04 13:06 2012/11/04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