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2/04/29 고양이냐 개냐
  2. 2012/04/27 대전 예수전 마치다
  3. 2012/04/27 짙은 녹색
  4. 2012/04/18 족보있는 영화
  5. 2012/04/09 넘어지지 않는 희망
  6. 2012/04/08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
  7. 2012/04/06 이 시대의 바리새인들
2012/04/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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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는 레아. 누군가 밖에 나가려고 하면 이미 현관 앞에 배를 내밀고 눕고, 누군가가 들어오면 발목에 몸을 비벼대며 갸르릉 소리를 내는 붙임성 지나친 녀석. 그런 성격에 대한 내 선호와는 무관하게(나는 약간은 도도한 구석이 있는 동물이 좋다) 김단, 김건이 녀석에게 정을 붙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늘 고맙다. 이따금 녀석을 코가 다을 만큼 바짝 안고 중얼거리곤 한다. 대체 넌 고양이냐 개냐.

2012/04/29 14:23 2012/04/29 14:23
2012/04/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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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전은 묘하게 기마다 분위기가 다른데(기마다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인다는 이야기인 셈) 대전 예수전은 그 어느 기보다 차분했다. 마지막 시간, 각자 써온 '나의 예수전'을 읽기 위해 술과 음식을 차리는 사람들.

2012/04/27 00:05 2012/04/27 00:05
2012/04/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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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구역사에서 열리는 전시에 안상수 선생 작품 보러 들렀다가 만난 짙은 녹색 의자. 이 색에 끌림이 있다. 김단이 아기일 때 '아빠한테 어울리는 색'을 물었더니 이 색을 가르켜서 이 색과 내가 뭐가 있긴 있구나 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수년 전 지겹게 돌아다니던 짙는 녹색의 기아 카니발엔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걸 보면 아무리 끌리는 색도 물건 자체의 디자인이나 물건과 주변과의 시각적 조화가 중요한 것 같다.) 전통적으로 영국인들이 저 색을 잘 부린다. 먼지를 적당히 뒤집어 쓴 짙은 녹색 디펜더가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풍경은 기계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수려한 풍경이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있다.

2012/04/27 00:01 2012/04/27 00:01
2012/04/18 11:35
오래 전 박노해 씨가 한참 진보운동을 ‘철지난 운동’이라 말하고 다닐 때, 한 선배가 혀를 차며 그랬다. “운동에도 족보가 있다는 걸 기억하면, 어머니도 있고 아버지도 있고 삼촌도 있고 증조할머니도 있다는 걸 기억하면 저러긴 어렵겠지.” 운동 사회의 위계나 권위주의를 강조하는 말이 아니라, 진보운동이란 혼자의 일이 아니며 면면한 역사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이소선 여사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 진보운동 역사의 한 장이다. 영화 <어머니>는 투사로서보다는 한 인간으로 여사를, 그의 쓸쓸한 말년을 담았다고 들었다. 고래가그랬어에 연재했던 그의 아들 전태일의 전기만화가 생각난다. 나는 열사 전태일이 아니라 인간 태일이를 그려내길 바랐다. 그리스도 예수를 이해하는 방법이 인간 예수를 이해하는 것이 듯, 아이들이 열사 전태일을 이해하려면 인간 태일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요일에 <어머니>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아직 안 본 분은 함께 보시길.


2012/04/18 11:35 2012/04/18 11:35
2012/04/0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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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세가 작어서 지지는 비현실적이다."
"우선 최악의 세력을 막고 점진적인 진보를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다."

진보정치를 소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작 선거에서 진보정당 지지를 망설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매우 지당하고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런가? 민주주의 정치에서 정치적 세는 ‘1인 1표’로 만들어진다. 지금 새누리나 민통처럼 당장 집권도 가능한 세든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처럼 작은 세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직은 세가 작아서 지지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말이다. 세가 작아서 내가 지지하는 게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내가 지지하지 않아서 세가 작고 비현실적인 것이다.
 
진보정치를 소망하는 사람들은 묻곤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서유럽이나 북유럽처럼 진보정치가 발달해서 노동자와 서민이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기억할 건 그 사회들도 원래부터 진보정치가 지금 같았던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직은 세가 작아서 지지는 비현실적’이라거나 ‘우선 최악의 세력을 막고 점진적인 진보를 모색하는 게 현실적’ 따위 말이 난무했던 건 물론이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 1표를 차곡차곡 쌓아 진보정치의 세를 쌓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사회가 만들어졌다. 그들이 없었다면 그 나라들도 오늘 한국이나 미국처럼 '나쁜 보수' 정치와 '착한 보수' 정치가 돌아가며 노동자와 서민을 억압하는 사회였을 것이다.

미국은 진보정치가 없다시피 한 사회다. 한국이 노무현이 진보이듯 미국은 오바가가 진보인 사회다. 그래서 미국은 부자의 천국이며 부자들의 낯간지러운 기부 자선쇼로 형편없는 복지시스템을 은폐하는 한심한 사회다. 한 때는 미국도 유럽 못지않게 진보정치 운동과 급진적 노동운동이 활발했는데 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바로 ‘우선 최악의 세력을 막고 점진적인 진보를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거듭되면서 모조리 민주당에 흡수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우린 이미 그런 모든 것들을 충분히 깨치고도 남을 경험을 했다. 비판적지지, 즉 ‘우선 최악의 세력을 막고 점진적인 진보를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20여년 동안 선거 때마다 반복되었다. 그 결과는 과연 점진적인 진보였는가? 보다시피 진보정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상태다. 최악을 막기 위해 힘을 실어주었던 ‘착한 보수’ 세력은 진보적으로 견인되었는가? 두 번이나 집권한 그들은 일관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 서민들이 ‘CEO 대통령’에게 몰려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모든 걸 CEO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자신들이 희망이란다.

의회 안의 진보정치는 꿈도 못꾸던 시절이 있었다. 극우독재는 반세기 동안 진보정치의 모든 시도를 몰아죽였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희생으로 절차적 민주화가 시작되어 가까스로 진보정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젠 극우가 아니라 진보정치를 소망하는 사람들 스스로 진보정치를 억누른다. ‘아직은 세가 작어서 지지는 비현실적’ ‘우선 최악의 세력을 막고 점진적인 진보를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말로.

진보정치의 세는 작다고? 그렇다 작아도 너무 작다. 그러나 그 작은 세가 바로 우리의 세다. 한심하고 막막해도 그걸 부인하거나 우회할 방법은 없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고? 중요하다. 하지만 나쁜 보수에서 다시 착한 보수로 돌아가는 일이 진보정치의 작은 세마저 포기할 만큼 중요한가?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과 엘리트들이 '정권 교체’의 정치공학에 몰두할 때 제 소중한 1표를 진보정치의 미래에 쌓겠다는 평범한 시민과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 넘어지지 않는 희망이다. (그림 김단)

2012/04/09 22:11 2012/04/09 22:11
2012/04/08 21:04

몇 달 전 만화가 김모 씨가 트위터에 내가 작가들 원고료 떼먹은 나쁜 사장이라 적었다. 면식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져온 작가라서 바로 전화했다. 그는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그 루머가 사실이라면 좌파 활동을 하는 제가 완전히 미친놈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찬찬히 설명을 듣던 그는 이내 경솔했다며 해당 트윗을 지우겠다고 했다. 간간히 있는 일이다.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라는 말도 늘 같다. 사람들은 루머엔 흥미로워 하지만 루머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 그런 경솔함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는가도.

고래가그랬어는 2002아이들 괴롭혀 돈 벌었으니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고 박명신 선생(튼튼영어 전 대표)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내가 철학자 강유원의 소개로 만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박선생은 창간비용 전액 부담, 창간 정신을 상업주의와 타협하지 않고 운영할 때 예상되는 3년간의 적자 보전, 운영 및 편집 일절 불간섭이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그래서 소년중앙이나 새소년이 폐간된 지 20년이나 지난 한국에서 오히려 소년중앙이나 새소년보다 시장에서 훨씬 불리한 조건을 두루 가진 어린이 잡지가 창간되는 희한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고래 창간 즈음 박선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3년간 적자 보전'이 사라지면서 고래는 심각한 운영난과 폐간위기에 돌입했다. 작가 고료와 노동자 임금, 인쇄 제작비가 체불되었다. 물론 좋은 체불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대표의 세계관이 그런 급작스런 상황을 피해갈 수 있거나 대표의 이념이 없는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일반적인 회사 대표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수준과 좌파 활동을 하는 대표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수준이 달라야 함은 물론이다. 루머는 내가 작가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희생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2005년 루머가 지나치게 확산되고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1년 가량 대표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태 공개적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루머를 모르는 대다수 독자와 고래이모 삼촌들에게 누가 될까 해서다.(같은 이유에서, 루머에 대해 물어오는 독자나 고래이모 삼촌들에겐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해왔다.) 그리고 말로 해명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활동과 고래의 진정성으로 자연스럽게 해명되길 바랐다. 루머는 많이 잦아들었다. ‘팩트는 모르지만 들은 이야기에 대해 경솔하지 않았던 사람들, 신중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 이들 덕이다.

최근 고래 노동자들이 고래 100호도 나왔고 전사회적 교육운동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니 한번은 털고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그들 역시 고래에서 일하기 전 루머를 접한 사람들이고 나와 신뢰와 존중을 갖기 위해 그 루머의 사실 관계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루머가 존재하고 그들이 고래에서 일하는 한 루머의 2차 피해자들일 수밖에 없다. 선거 후 고래 노조에서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한다.

덧붙여, 고래 노조는 2010C씨가 유표한 루머(내가 모출판사에 고래를 몰래 팔려다 거절당했다는 내용)에 대해 C씨와 출판사 대표와 나를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한 바 있다. 노조는 그 내용도 이번 참에 함께 공개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C씨는 아웃사이더 운영과 관련한 루머를 유포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일 그 루머가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홍세화 선생이 고래 주주로 참여했겠는가.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걸 믿는 싱거운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MB 때문'일까.



2012/04/08 21:04 2012/04/08 21:04
2012/04/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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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시청 앞 희망광장에서 한 '거리 특강' 영상.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힘들어하는 농성자들과 청중들을 위해 준비한 이야기를 최대한 줄여 했다.

영상 보기.

2012/04/06 17:33 2012/04/06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