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에 해당되는 글 21건
- 2011/10/31 한미 FTA, 국익, 노빠 (1)
- 2011/10/31 하늘 02
- 2011/10/30 하늘 01
- 2011/10/29 비판과 냉소
- 2011/10/28 함께 되새기는 3가지 질문
- 2011/10/27 냉소를 넘어
- 2011/10/26 부정적인 태도
- 2011/10/26 김여진과 대화
- 2011/10/24 투표 단상
- 2011/10/24 1500일
- 2011/10/20 안달
- 2011/10/20 작은 이적
- 2011/10/20 쓰디쓴
- 2011/10/19 김규항의 좌판 3 - 기차길옆작은학교 '큰이모' 김중미
- 2011/10/13 고래의 하한선
- 2011/10/12 고래가그랬어 주주를 모십니다
- 2011/10/11 걸리버소극장 공연
- 2011/10/10 반이명박 매트릭스
- 2011/10/06 김규항의 좌판 2 - 문정현 신부
- 2011/10/03 쉬는 시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렸을 때 비로소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듯, 요즘처럼 제도정치의 광풍이 휘몰아칠 때 비로소 사람의 지성이 드러난다. 나경원 시장을 막기 위해 박원순을 찍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박원순에 휘둘리거나 안달할 건 없다. 민주화 이후, 그 안달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만들었는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야당 지도부에 있는 분들이 손학규, 김진표, 천정배, 정동영 이분들이 참여정부가 FTA 체결했을 때 다 찬성했어요. 자기들이 체결한 법안을 우리가 동의해주려고 국회에서 비준하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비준을 하려고 하니까 정작 체결한 당사자들이 나서서 반대를 하니 기가 막힌 노릇 아닙니까?”
쓰디쓴 진실을 홍준표 따위에게서 들어야 하다니.
학교, 가정, 사회, 모든 영역에서 ‘아이들을 상품으로 키우려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들이 인간성을 잃지 않고 자라도록 돕는 것이 절실합니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아이들의 현실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노력은 멈춤 없이 계속되어야합니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운동이라는 게 고래의 생각입니다.
고래는 힘차게 헤엄쳐가고 있습니다.
‘08년 10월 2차 주주를 모집하며 제안했던 ’고래가그랬어 교육연구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장주의 교육을 넘어서는 교육철학 연구와 부모들이 실제 일상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문제들까지 구체적인 대안과 체험 사례들을 모으고 그 성과를 여러분과 나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고래가그랬어 교육연구소는 학술적, 이론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교육현실을 바꾸고 아이들의 꿈을 만들어가는 실제적인 교육운동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사회적 구독, 즉 고래이모와 삼촌을 통해 고래를 만나는 아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매달 2,934권(10월 12일 현재)의 고래가 전국의 공부방, 분교, 장기투쟁사업장, 보육원, 탈북어린이 공간, 도서관에 들어갑니다. 한 곳에서 3~40명, 10만명의 아이들이 고래이모와 삼촌을 통해 고래를 받아봅니다. 아이들이 부자는 아니지만 정직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엄마 아빠의 노동을 존중하고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고래가그랬어 2차 주주모집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교육연구소 등의 진행이 늦어지면서 2차 주주모집을 잠시 중단했었습니다만, 이제 남은 자리를 다 모시려 합니다. 현재 언론인 홍세화 선생, 디자이너 안상수 선생, 영화제작자 이은 선생, 배우 권해효 선생, 만화가 강풀 선생을 비롯 84분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고래가그랬어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일구는 일, 고래가그랬어와 함께해 주시길 정중히 청합니다.
공모 기간 | 2011년 9월 28일 - 10월 27일
1계좌 금액 | 200만원 (1인당 계좌 수 제한은 없습니다)
문의 안내 | 김광현 02-333-3075
계좌 번호 | 하나은행 249-910003-74904 (주)고래가그랬어
(고래그그랬어 주주들) 강경구 강민재 강풀 강화정 고왕림 고춘 구성목 권갑중 권영돈 권해효 김도균 김동일 김성일 김승주 김영진 김윤삼 김윤식 김진희 김창근 김판수 김향미 김형성 김혜경 문웅현 박선옥 박성훈 박철현 박효준 박희수 백건칠 변정수 서주연 손계용 손성은 송경림 송병하 송창국 신준철 신혜원 심동섭 심동우 안상수 안상평 안상현 안정신 유광곤 유정애 윤예영 이경이 이경현 이경훈 이명수 이봉렬 이승리 이용상 이은 이은경 이재원 이정원 이종운 이주연 이진석 임정란 장유미 전영웅 전정완 정기홍 정봉겸 정은경 조문수 조항정 주세호 차철희 천대철 최영식 편해문 하창익 함상욱 허준행 홍기표 홍세화 홍정진 홍주혁 황기성

4일 광주 걸리버소극장 공연. 단란한 분위기에서 다들 즐거웠다. 제대로 된 블루스 기타를 코 앞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관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나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일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다. 새 곡을 써야 하는데 자꾸만 미루어진다. '마감'이 없으니.ㅎ
공연실황 한곡. '괜찮아'(노래 윤병주)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이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명박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종일 반복해서 확인하는 일’은 사회에 어떤 것일까? 적어도 운동은 아닐 것이다. 운동이란 이미 그 운동의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운동의 내용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세를 넓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반이명박 운동의 주요한 흐름은 그런 ‘집단적 카타르시스’의 면모를 보인 지 오래다. 반이명박 운동은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그 운동에 앞장선, 그 운동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이 되고 있다.
그 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명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이명박 덕을 보고 사는지 말하지 않는다. 이명박 이후 그들이 정의롭고 진보적이고 인간적인 사람 행세하기가 얼마나 수월해졌는지 말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수구세력을 욕하는 것만으로 진보 행세를 하긴 어려웠다. 수구세력이 ‘좌빨’로 대우한 노무현 정권도 노동자 인민의 관점에서는 진보를 가장한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는 비판이 상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보개혁’세력이라는 비루한 조어로 자신을 표현하곤 했는데 이젠 당당하게 ‘진보세력’이라, 자신들의 재집권을 ‘진보집권’이라 말한다. 다 ‘각하’ 덕이다.
운동의 실천은 또 얼마나 수월해졌는가. 그 운동의 이름난 논객이나 평론가들의 실천이란 이명박 패거리들이 매일같이, 아니 하루에도 수십개씩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소재들 가운데 가장 자극적인 것 몇개를 골라 ‘이랬다네요’ ‘기가 막히네요’(진중권 류) ‘○○도 아니고 씨바’(김어준 류) 따위 짜증과 비아냥의 코멘트를 다는 게 전부다. 코흘리개도 할 수 있는 그 즉자적 코멘트는 이명박에게 짜증이 날 대로 난 많은 시민들에게 ‘의미있는 진보적 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그 의미는 사회적 의미가 아니라 짜증이 날 대로 난 사람들의 심정을 잘 집어낸다는 의미겠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런 즉자적 짜증과 비아냥으로 충분히 파악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간단한가?
우리는 이명박 정권은 지배체제의 전부가 아니라 추악함이 불거진 체제의 일부임을 안다. 물론 운동이 언제나 체제의 모든 부분과 고르게 싸워야 하는 건 아니다. 불거진 일부, 더 많은 대중들이 분노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일부를 간판으로 삼는 건 체제와 싸우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오늘 반이명박 운동은 그 일부를 체제의 전부로 삼는, 그 일부만 사라지면 세상이 변화할 것처럼 과장하는, 그 일부에 체제에 대한 모든 분노와 에너지를 쏟아 넣어 소모하는 ‘반이명박 매트릭스’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그 운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이 아니라 체제를 수호하고 세상을 수호하는 운동이라 할 만하다.
‘이명박 반대’는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일 뿐이다. 이명박 패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저급함은 두뇌와 심장이 작동하는 사람이라면 수용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인간의 기본이 진보로 승격된 사회, 짜증과 비아냥이 진보적 담론이자 실천인 사회, 체제를 꿰뚫어보는 냉철한 지성도 체제 속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사라져버린 사회는 퇴행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같은 ‘착한 자본가’가 사회의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지는 모습은 퇴행의 한 귀결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는 끝없이 자신을 추락시켜 우리의 진보와 정의와 인간성의 하한선을 ‘동반하락’시키는 이명박이라는 물귀신 앞에서 냉철한 지성과 진지한 성찰을 되살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 비로소 짜증과 비아냥도 풍자와 골계가 된다. (한겨레)

1970년대 이후 40여년을 한결같이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온, 한국 사회운동의 산증인이자 가장 열정적인 현역 활동가인 문정현 신부. 어떤 사람의 판단을 무작정 따르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경험이나 식견에서 그리고 진정성 면에서 이분 정도면 경우가 다르다. 이분이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길 위의 신부' 문정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불편한 이야기들'.
김규항(이하 김)=부모님이 늘 순교자 정신을 가르치셨다고 들었다.
문정현(이하 문)=활동하다가 사제들 중에 구속이 되었을 때 그 부모님들이 동료 사제를 원망하고 감옥간 아들 원망하고 하는 걸 보면서 우리 부모님이 다르다는 걸 절감했다. 난 도리어 ‘흔들리지 말라고 대건 순교자처럼 의연하라’는 응원을 받곤 했다.
김=어릴 적 일상에서는 어떠한 가르침을 주셨나.
문=‘정직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가난한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치셨다. 먹을 게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는데도 더 못한 이웃에 쌀을 갖다주라고 ‘솥뚜껑 열고 넣어놓고 오라’고 방법까지 알려주며 시키셨다. 돌이켜보면 그런 가르침들이 나라는 사람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부터 신학교 생활을 했지만 내 공부의 절반은 부모님의 가르침이다. 일흔이 넘었지만 그분들이 그립다.
김=신부님의 부모님은 더 특별한 경우지만, 그래도 전에는 여느 부모들도 아이에게 인간의 기본 꼴을 만드는 교육은 했던 것 같다. 공부 잘하라고 하면서도 공부가 다는 아니라고 가르치고 지나치게 욕심 부리면 죄받는다고 동무에게 양보할 줄 알아야 사람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젠 좌파 부모도 그렇게 가르치길 두려워한다.
문=사람을 키우는 건지 서커스단의 동물로 훈련을 시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서 인간성이 형성될 리 만무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정말이지 너무나 걱정이다. 앞이 캄캄하다.
김=신자유주의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가장 큰 재앙은 교육의 목표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서 ‘얼마짜리가 되는가’로 바뀌어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가면 ‘공멸’인데 너나없이 돈에 대한 탐욕이나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는 시절이다. 예수는 ‘하느님과 마몬을 동시에 섬길 순 없다’고 말했는데.
문=그런 변화는 우리 사제들에게까지도 스며들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사제들이 가난하게 지냈다. 민주화운동 한다고 전주에서 서울 오갈 때 여비가 없어서 애를 먹곤 했다. 80년대 지나면서부터 윤택해지더라. 그리고 많은 게 변했다. 모두가 더 잘살기를 바라는 한 미래가 없다. ‘더불어 가난한 사회’가 살길이다. 식구들(군산 ‘평화바람’ 식구들)과 내 벌이로 함께 살며 공부하고 있다.
김=명동성당에서 농성할 때 형편이 좋지 않아 보였다.
문=용산에서 나와 4대강 단식농성을 하러 들어갔었는데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 약자의 피신처라는 건 다 옛날이야기라는 걸 절감했다. 교구청 관리국장이라는 사람이 ‘영업방해’라는 언사를 사용하질 않나. 명동성당이 아니라 명동주식회사구나 싶더라. 추기경이나 본당신부나 후배들인데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천막도 없이 노숙하며 단식농성하는 사람한테 이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성 후에 군산에 돌아왔다가 다시 명동성당에 들어갔다. 그 즈음 서각을 시작했다. 오전에 기도하고 묵상하며 말씀을 새겼다가 오후에 그걸 팠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분노가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더라. ‘내가 저 사람들 원망할 수 있는가, 나는 저 사람들 욕할 만큼 제대로 사는가, 저 사람들 욕하기 앞서서 나부터 제대로 살아보이자.’ 그 뒤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김=그런 성찰과 용서를 가능하게 하는 영성이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여느 활동가들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지점일 것이다. 그리고 강정으로 왔는데.
문=강정이 자꾸 떠올랐다. 용산에 있을 때부터 요청이 있기도 했고 명동에서 나오게 되니 자연스럽게 오게 되더라. 처음엔 혼자 왔는데 얼굴을 못 들겠더라. 미안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하룻밤 자고 돌아가서 괴로워하다가 평화바람 식구 중 둘이 ‘같이 갑시다. 뭘 할 수 있을지 가서 봅시다’. 따라 나서서 와서 살게 되었다. 와서 보니 돈이 너무 없어서 ‘평화상단’을 만들어서 재정 사업을 시작했다. 강동균 마을회장 얼굴을 보며 살았다. 저 얼굴이 마을 사람의 얼굴이라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을 사람으로 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김=강정 싸움은 특별한 데가 있다. 해군기지가 들어선다고 대추리처럼 집도 뺏기고 땅도 뺏기고 하는 게 아닌데 마을 사람들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은 요즘 같은 시류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문=왜 이 사람들이 이렇게 결사적으로 싸우는 걸까. 나는 구럼비에 와보고 금세 알 수 있었다. 구럼비와 그 앞바다엔 어떤 거역할 수 없는 기운이 있다. 사람을 한없이 품는다. 말로 설명하긴 힘든 그러나 누구나 그곳에 잠시 머물기만 해도 이건 해쳐선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김=나 역시 처음 구럼비에 갔을 때 그걸 느꼈다. 문제는 그런 가치가 설득력을 갖기 힘든 세상이라는 건데.
문=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가치를 접고라도 강정 해군기지의 진행과정 자체가 헤아릴 수 없는 탈법과 부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걸 하나라도 제대로 따지면 공사는 즉각 중단되는 게 옳다. 9월6일엔 이곳에서 선사시대부터 조선 유물까지 주르룩 나왔다. 문화재청에서 녹색 표시를 했는데 녹색은 그 어떤 공사나 개발도 못하는 곳이다. 헌법보다 위라고 한다. 그걸 무시하고 구럼비를 파괴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기도 하다.
김=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문=이기고 지고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김=예수는 십자가에 처형당했는데 ‘십자가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그 실패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사랑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사회적 싸움에서 이겼다 졌다 하는 건 역사의 맥락에서 보면 무망한 일인 경우도 많다. 이겼지만 결국 진 싸움도 있고 졌지만 이긴 싸움도 있는데.
문=물론 당장으로야 지는 것보다 이기면 좋겠지만 이렇게 압살당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어떻게 지나갈 수 있나. 나에겐 이기고 지고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나중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면 되고 지금은 주민들을 도와 열심히 싸우는 게 내 일이라 생각한다.
김=모든 게 경제적 계산으로 돌아가는 신자유주의 시절의 반영이겠지만 요즘은 사회운동도 ‘현실적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건 아예 생각조차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70년대부터 활동해온 사회운동의 산 증인이자 현역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문=오래 전 목숨 걸고 함께 하던 사람들 가운데 남은 사람이 거의 없다. 남았다고 해도 제대로 남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더 그렇게 되어버렸다. ‘현실적 가능성’이라는 게 늘 덫이다.
김=현실은 오로지 비현실적인 상상력으로만 바뀌는 법이라는 점에서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변화의 걸림돌인 셈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문=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분들이었지만 대통령으로선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었다. 나는 IMF 때 김대중씨가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고 갑시다, 우리 힘으로 일어서봅시다 하길 기대했는데 그렇게 안하더라. 있는 놈들한테 문 활짝 열어줘 버리고 무릎을 꿇더라. 그게 신자유주의 세상의 시작이고 결국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노무현은 허망해서 말할 게 없다. 이명박은 그 시절을 토대로 집권하고 살고 있다.
김=두 분에게 투표했었나.
문=하지 않았다. ‘비판적 지지’는 김영삼 때부터 나온 이야기다.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들 했는데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뒷걸음질인지 깨달았다. 비판적 지지는 한번으로 족했다.
김=지금도 이명박 정권 교체를 위한 비판적 지지 바람이 거세다. 20여년째인데.
문=대중들이 당장 눈앞의 상황에 휩쓸리고 그걸 좀더 현실적인 선택이라 여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나 자신은 래디컬의 하한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경험으로는 그런 바람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득권’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두 정권 때 이런저런 유혹도 많았다.
김=기득권이 단지 돈이나 이권만이 아니라 문화권력 차원까지 포함한다고 할 때 두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일들도 관변이 되고 체제 내의 일이 되었다. 신부님이 그런 데 관여했다면 하고많은 민주인사들처럼 되었을까.
문=그걸로 나는 끝났을 것이다. 내가 래디컬의 하한선을 지키는 이유는 예수 때문이다. 예수가 가난한 이웃,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라고 가르쳤고 내가 동의했는데 민주화 운동이든 반이명박이든 무슨 이름을 달았건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거스른다면 나를 구분지을 수밖에 없다.
김=결국 ‘길 위의 신부’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다.(웃음)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인데 누가 지었는가.
문=2002년에 MBC에서 나를 한달간 따라다니며 프로그램을 찍었다. 그걸 제목을 붙이는데 작가도 아니고 도와주는 젊은 친구가 편집 화면을 보다가 ‘길 위의 신부구만’ 했단다. 그 이름이 딱 마음에 박히더라. 그 후 내가 그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돈 받은 걸로 프로그램 제작진들 몽땅 밥을 샀다.(웃음)
김=물론 농담이지만, 신부님의 삶이나 행동은 성격이나 기질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문=혈액형도 O형이고 체질도 태양이니 그럴지도 모른다.(웃음) 어디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가만있질 못한다. 현장에 안가면 못살겠다. 같이 참여해야 하고 같이 얻어터져야 하고. 그러나 그 기반은 역시 신앙이다. 10·26 때 잡혀 들어가서 언제 끌려가 죽을지 모르는 판에 그런 기도가 나오더라. ‘지금 죽어도 좋으나 비굴하지 않게 죽게 해주십시오.’ 예수의 삶의 흔적, 예수와의 인격적인 만남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김=개인적으로 예수의 삶에서 가장 큰 공부가 된 것 중에 하나는 바리새인들과의 갈등과 반목이었다. 지금의 수구 보수세력에 해당하는 사두개나 지배세력과의 갈등이야 당시 의식있는 사람에겐 당연한 것이지만 바리새인은 이스라엘 사회의 변화를 위해 현실적인 노력을 했던, 지금으로 말하면 개혁세력이나 시민운동 세력에 해당하는 사람들 아닌가.
문=바리새인? 우리 주변에 쌓이고 쌓였다. 우리를 아예 둘러싸고 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심지어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교황청에서조차 깊은 우려와 관심을 동시에 갖는 정의구현사제단에도 그런 경향들이 존재한다. 많은 경우에 우리 편이기도 하지만 래디컬의 하한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바리새인들이고 우리의 싸움에 초를 치는 사람들이다. 선명해야 한다. 선명성이라는 건 복잡할 게 하나도 없다. 고통받고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웃이 되는 것. 누가 내 이웃인가를 분명히 하면 된다.
김=신부님이 사회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70년대 초반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게 정의였지만 이젠 자본독재의 세상이 되었다. 그걸 잊으면 정의를 버리고 이웃을 외면하게 되는 셈이다. 신부님은 평화를 위해 싸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평화에 대한 오해나 왜곡된 의식이 많다. 뭔가 조용하고 온화하기만 한 어떤 것으로 말이다. 평화란 흐트러지고 깨진 세상의 본디 조화를 회복하는 노력이니 때론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문=이라크 파병에 즈음해서 전국 유랑을 두 번 하면서 평화가 뭔지를 몸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2004년 5월에 평택 평화대축제 연설에서 그걸 말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를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평화,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이 평화다.’
김=강정에서 평화는 무엇인가.
문=있는 그대로 놔두는 게 평화다. 그러나 저절로 오는 평화는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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