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패배는 무력과 자조를 낳는 법인데
긴 패배 속에서도 열정을 간직한 사람들은
어떤 달관을 얻는구나, 싶었다.
하긴, 그들에게 남은 건 승리뿐이다.
'2008/02'에 해당되는 글 12건
2008/02/29 20:42
2008/02/26 22:33

여섯 명의 아이들이 몇 달 동안 그리고 써서 여섯 권의 책을 만들고 소박한 전시회를 열었다. 이름 하여 ‘꼬마작가 6인전’. 김단은 선생님(김종도 선배)의 권유로 동그라미 세모 네모꼴의 캐릭터로 작업하느라 좀 더 자유롭게, 제 나름의 기량을 드러낼 수 없었던 게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한번은 “정 싫으면 선생님한테 말씀드리지 그래?”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어쨌거나 그 몇 달 내내 별다른 내색하지 않고 잘 마무리했으니, 좋은 공부가 된 셈이다. 김단도 언젠가는 예술가란 자신의 창작욕과 상상력 그리고 이런저런 사회적 여건이나 제약이라는 두 가지 힘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유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김단이 그걸 요령 있게 줄타기하며 세속적 인기와 안락을 얻는 속물이 아니라 현명하게 넘어서는, 그러나 고립되진 않는 예술가가 되길 나는 바란다. (전시 개막식에서 마이크를 건네받는 김단.)
2008/02/25 23:01
취임식 중계를 한다기에 텔레비전을 틀어보니 가회동 집에서 국회로 향하는 이명박의 움직임을 하늘에서 땅에서 시시콜콜 수선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번 선거 날 이명박이 타지도 않은 차를 계속 보여주며 수선을 떨던 때보다 조금 더 수선스럽다. 그 중간 중간에 취임식이 열릴 국회 앞마당이 나온다. 장사익 씨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나 : (혼잣말) 장사익 경사 났군.
김건 : 장사익이 누군데?
나 : 노래 잘하는 아저씬데 이명박 취임식 한다고 춤추며 노래하네. 그런데 김건. 예술가가 말이야.. 예술은 정말 훌륭한데 생각은 없는 사람하고 예술은 정말 형편없는데 생각은 훌륭한 사람하고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해?
김건 : 뒤에 사람.
나 : 뒤에 사람?
김건 : 응.
나 : 김단은?
김단 : 뒤에 사람이 낫지.
나 : (혼잣말) 단호하네. ㅎ
나 : (혼잣말) 장사익 경사 났군.
김건 : 장사익이 누군데?
나 : 노래 잘하는 아저씬데 이명박 취임식 한다고 춤추며 노래하네. 그런데 김건. 예술가가 말이야.. 예술은 정말 훌륭한데 생각은 없는 사람하고 예술은 정말 형편없는데 생각은 훌륭한 사람하고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해?
김건 : 뒤에 사람.
나 : 뒤에 사람?
김건 : 응.
나 : 김단은?
김단 : 뒤에 사람이 낫지.
나 : (혼잣말) 단호하네. ㅎ
2008/02/21 10:49

50호부터 사용하는 고래 로고. 원래 로고를 그대로 살리면서 좀 더 생생하고 예쁘게 꾸며졌다. 글자 뒤의 색들은 로고가 들어가는 배경이나 조건에 따라 바뀐다. 벼레별기역 김유나 팀장 작품.
2008/02/20 09:12

“50여 권의 고래를 받아든 아이는 닌텐도를 받았을 때와는 다른 환호를 하더군요.”
얼마 전 받은 한 엄마의 편지. 고래는 처음부터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볼 만한 잡지’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꼭지가 연재물이다 보니 지난 호를 찾는 독자가 많다. 알라딘에서 지난 호와 최근호를 같이 팔고 있는 유일한 잡지이기도 하고, 아예 편지를 보낸 엄마처럼 지난 호 세트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호 세트는 정가에서 30% 할인된 27만원인데, 규항넷 식구를 위한 작은 이벤트로 오늘부터 29일까지 20만원에 드린다. 연락처는 02 333 3075이고 ‘규항넷에서 봤다’고 하시면 된다. 아이에게 선물해도 좋고, 서민지역 공부방에 기증해서 여러 아이들이 함께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고래에서 다 안내해드린다. (고래를 읽는 김단, 김건. 2006년 3월)
2008/02/19 11:59
편집부 선례한데 51호 진행을 두고 이메일로 몇 가지 지적을 했더니 자기 의견을 적은 후 맨 끝에 ‘그런데 책 나오고 회식 한번 안하고 지적만 하느냐’고 달았다. 백번 맞는 말이라 답장했다. “회식.. 그래 내가 잘못했군. 회식 추진! ㅎㅎ” 그 이야기를 들은 살구의 편지. “ㅋㅋ 선례씨가 말 한번 잘 꺼냈네요.^^” 그리고 살구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상평(살구 남편). “집들이도 못했는데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면 제가 한번 내고 싶습니다.” 다시 내 답장. “분위기를 해치지만, 내게. ㅎ”
2008/02/16 23:55
내 전도로 자전거를 타는 영식, 홍여사, 상평 들에게 내일 모여서 장거리 라이딩 한번 할까 하니 다들 빼느라 정신이 없다. 홍여사는 일요일에 학교에 간다는 거짓부렁까지 한다. 내가 죽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상하게도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강철 체력과 무한 주량을 가진 괴인 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체 왜들 그러는 걸까, 매해 겨울 감기조차 개근하는 이 연약한 몸을 두고..ㅎ
2008/02/15 23:55
2008/02/14 13:05
2008/02/12 06:58
나왔다는 소식은 진즉 들었지만 출판기념회에 못 간데다 이리저리 돌아다느니라 책은 이제야 받아보았다. 필자가 나를 포함 쉰아홉 명이다. 많기도 한데, 다들 나보다는 연배가 위이고 나름의 글맵시가 있는 사람들이다. 요즘은 이렇게 ‘읽는 재미가 쏠쏠한’(식상한 표현!) 책이 참 드물다. 실용주의적인(좌든 우든) 책과 그 책들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사용되는 한없이 늘어진 책뿐이랄까?
2008/02/05 23:51
“나오긴 나와?” 예수전 발간이 늦어지는 건 동무들에게 김규항 놀리기 장난의 가장 주요한 소재다. 나는 웃으며 대답하곤 한다. “다 됐어.” 원고가 늦어진 첫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그 몇 해 동안 원고작업에 집중할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하면 할수록 예수의 새로운 경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처음 원고에선, 예수의 활동이 막바지에 가면서 제자들이 예수의 길을 이해하지 못하고 점점 더 멀어져가는 모습을 통해 ‘가장 올바른 길의 숙명적인 외로움’에 대해 적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그런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예수가 제자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 마지막 길을 하나로 가게 할 수 없었을까? 예수가 가진 인간적 능력이나 제자들의 예수에 대한 신뢰와 존경으로 볼 때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예수는 부러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체 왜?’ 그에 대한 답변이 원고에 보태지고 또 보태지는 것이다. 어쨌거나.. 추위가 가시기 전까진 탈고할 생각.
2008/02/03 16:03

‘지리산 시인’ 이원규 형. 전날 밤 내 일행 18명을 맞아 함께 대취했는데도 아침에 오토바이로 섬진강을 휘 돌고나더니 얼굴이 확 피더라. 한숨이 나왔다. 쉰이 되면 이런저런 인연일랑 다 접고 전라도 어딘가 틀어박혀 유유자적 오토바이나 다시 타야지 하고는 있지만, 진즉 그러고 있는 사람을 보니 도리 없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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