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7/02/19 감기
  2. 2007/02/15 졸업
  3. 2007/02/12 설거지
  4. 2007/02/09 문체
  5. 2007/02/08 고민있어요 40
  6. 2007/02/07 필독
  7. 2007/02/06 우린 사랑하면 안 되나요?
  8. 2007/02/02 문안
2007/02/19 13:15
조중사한테 뭔 감기에 그리 자주 걸리냐 놀리자마자 감기가 들어오셨다. 첫날 잘 추스렀어야 하는데 김건과 굳이 목욕탕에 다녀오고(명절 직전에 아이와 목욕탕에 가는 거야말로 우리의 근대 풍속 아닌가) 저녁엔 술을 조금 했더니 돌이킬 수 없이 되어버렸다. 아버지 집에서 이틀 동안 누워만 있다가 처가행도 포기하고 돌아와야했다. 이럴 땐 뭐든 과한 것들을 찾아 정돈하는 게 할 일이라 쓰지도 않는 최신 기능들이 비계덩어리처럼 덕지덕지 붙은 프로그램들은 다운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조금씩 가벼워지는 컴퓨터를 보자니 내 머리통도 가벼워진다. 아침에 조중사가 그랬다. “닷새는 앓아야 해요.” 하루 남았구나..ㅎㅎ
2007/02/19 13:15 2007/02/19 13:15
2007/02/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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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이 졸업했다. 요즘 다 그런지 아니면 강 건너 북한이 보이는 학교라선지 장학금을 받는 아이가 여럿이었다. 김단은 ‘이장협의회'라는 꽤 정겨운 이름이 붙은 장학금을 받았다. 고생했다, 김단.
2007/02/15 13:44 2007/02/15 13:44
2007/02/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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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이 요즘 설거지에 길이 들었다. 밥을 먹고 나면 군말 없이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긴다. 오늘은 오랜 만에 만난 할머니와 함께. “세제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네."
2007/02/12 19:27 2007/02/12 19:27
2007/02/09 13:43
내 글은 메시지가 부각되느라 문체를 말하기엔 불리한 조건을 가진 듯하다. 그 소리만 들으면 헛웃음이 나오지만, 나는 이른바 ‘논객’인 것이다. 그러나 나도 자의식이 있는 사람인지라(혹은, 어쩔 수 없는 속물인지라) 이따금 내 문체를 언급한 글을 발견하면 흥미롭다. 뭐랄까, 그것은 종종 지나치게 지사적인 캐릭터로 오해받곤 하는 나에게 얼마간의 정신적 여흥이다. 전에 로쟈가 쓴 것, 그리고 Elliott가 쓴 것.
2007/02/09 13:43 2007/02/09 13:43
2007/02/08 14:10
아직 어리다고 남자친구 사귀는 걸 반대해요

저는 올해 13살이 되었구요. 겨울방학만 지나면 6학년이 돼요.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얼마 전에 같은 반 친구인 동석(가명)이가 제 책상 밑에 쪽지를 몰래 놓고 갔어요. 평소에 저를 좋아했대요. 사귀자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사실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동석이를 좀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문자로 사귀자고 답장을 했어요. 사귄 지는 20일 정도 됐구요. 그런데 며칠 전 엄마가 제 문자를 몰래 보고는 동석이와 제 관계를 알아버렸어요. 부끄러워서 엄마한텐 아직 말 못했거든요. 문제는 엄마가 어린 나이에 남자친구를 사귀면 안 좋다며 더 커서 사귀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 자리에선 알았다고 했는데 솔직히 저는 동석이랑 계속 사귀고 싶어요. 제 나이에 남자친구 사귀는 게 안 좋은 건가요?


삼촌이 지금은 어른이지만 옛날엔 하연이처럼 어린이였잖아? 그러니까 삼촌은 옛날엔 어린이였고 지금은 어른이지. 그게 모든 인간의 삶이잖아. 누구나 한 때는 어린이이고 또 어린이는 반드시 어른이 되지.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단지 어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여기는구나.’
그런데 하연이도 그래? 삼촌도 어린 시절을 곰곰 생각해보면 그 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야. 어른이 된 지금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이 중요한 삶이었지 어릴 때 삶이 어른이 되고난 후의 삶보다 덜 중요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
남자친구 사귀는 일로 엄마와 생각이 갈리는 것도 결국 그런 차이 아닐까 싶어. 하연이는 지금 남자친구 사귀는 게 지금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잖아. 그런데 엄마는 나중에 어른이 되고나서 하연이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니까 지금 남자친구 사귀는 건 그다지 가치 있거나 중요하지 않은 거지.
엄마 쪽에서 보자면 어른이 되고난 후의 삶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성적일 텐데 남자친구 사귀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실 거야. 또 성적인 접촉 같은 것도 걱정이 되시겠지. 결국 하연이가 남자친구 사귀는 걸 좋아할 만한 이유가 없는 거야.
엄마한테는 죄송한 말이지만, 삼촌은 엄마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하연이 엄마뿐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는 모든 어른들이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사람의 인생이란 어떤 중요한 시간을 위해 다른 시간이 희생되어도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인생의 모든 시간은 똑같이 소중하기 때문이야.
삼촌은 그걸 잘 알아. 왠지 알아? 삼촌 첫사랑이 초등학교 때였거든. 그리고 그게 삼촌 인생에선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거든. 앞으로도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많지 않을 거야. 삼촌이 그 이야기를 글로 쓴 게 있는데 보여줄게. 어른들 읽으라고 쓴 거라 말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읽어보면 읽을 수 있을 거야. 엄마하고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거야.
(아, 남자친구를 사귈 때 이런 걸 주의해야 한다든가 하는 말은 삼촌은 하지 않을게. 그런 말을 해줄 어른들은 많을 테고 또 그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하연이가 이미 잘 알 테니 말이야. 맞지? ㅎㅎ)

첫사랑

여섯 살부터 초등학교 4학년초까지 살던 대구의 그 마을은 시내 나갈 때면 "대구 간다"고 하는, 과수원을 가진 한두 집을 빼곤 살림살이가 형편없는 대구의 동쪽 끝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초 어느 날 담임 선생이 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교단에 서서 자기 소개를 하는 그 아이가 내 가슴에 빛으로 박혔다. 하얀 피부와 조용한 목소리의 그 아이는 아무 데서나 엉덩이를 까고 오줌을 누는, 장난치는 남자아이를 끝내 추적해 반죽음을 만드는, 그 마을 여자아이들과 달랐다. 내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나라 전체가 병영이었던 시절이었고 반장이었던 나는 선생과 급우들 사이에서 얼마간의 권력을 가졌다. 나는 내 자리를 그 아이의 근처로 옮기는 일에 기꺼이 그 얼마간의 권력을 사용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이야기만 해도 급우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던 시절 초등학교 4학년의 사랑이란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수줍게 미소짓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해질 무렵의 들녘을 그 아이와 다섯 걸음쯤 떨어져 걸었다. 낭만적인 날들이 흘러갔다.
4학년 초 어느 날 밤 꿈을 꿨다. 멀리서 그 아이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나는 그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아이가 내 손끝에 닿을 무렵 그 아이는 슬픈 눈이 되어 갑자기 돌아섰다.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 아이를 좇으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아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잠에선 깬 나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 밥상 앞에서 연신 헛기침을 해대던 아버지가 몹시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항아, 오늘 대전으로 이사간다. 선생님께 인사하고 오너라."
그 아이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담임 선생과 급우들에게 건성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한참을 교문 앞에서 서 있었다.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짐칸에 얹은 독 안에 숨고 나와 동생과 어머니를 운전사 옆에 태운 트럭은 대구를 빠져나와 비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을 아는가. 와이퍼에 밀려나는 빗물만 쳐다보는 나를 어머니가 흘끔거리며 염려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아이가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그랬듯 나는 교단에 서서 내 소개를 했고 그 아이가 없는 날이 시작되었다. "머나먼 타국에 계신 것도 아니지만 당신과 나 사이가 너무도 멀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미조의 노래는 열한 살 짜리 소년의 가슴을 수시로 찢었다. 누구에게도 여자아이가 보고 싶다는 말은 죽어도 할 수 없었고 나는 5학년이 끝날 무렵까지 거의 밥을 먹지 않았다. 나에게 시간이 흐른다는 건 그 아이를 생각하며 아득해지는 순간이 백번에서 아흔아홉번으로 아흔아홉번이 아흔여덟번으로 그렇게 줄어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해 두해 시간이 흘러갔다.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비로소 그 아이의 주소를 알아낸 나는 십여 년의 세월을 열 장의 편지에 담았다. "혹시 나를 기억하는지..." 열흘쯤 지난 어느 날 오후 우편함에 그 아이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며칠을 앓고 학교에 가보니 네가 없었어..." 스무 장에 가까운 그 아이의 편지를 가슴에 대고 나는 처음 눈물을 흘렸다. 다음 해 봄 어느 날, 불현듯 그 아이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대구행 기차에 올랐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내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내 손을 꼭 쥐었다.
그 아이는 이틀 전 신입생 엠티에 갔고 오후 다섯 시쯤 돌아온다 했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그 아이의 어머니가 건네 준 사진첩을 펼쳤다. 낯모르는 아름다운 처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나는 그 처녀가 내가 그토록 아프게 추억해온 그 아이가 아님을 깨달았다. 나는 조금씩 두려움에 휩싸여갔다. 그 아이가 돌아올 다섯 시를 기다리던 나는 어느새 다섯 시까지 그 아이가 돌아오지 않길 빌고 있었다. 괘종시계가 다섯 시를 알리는 순간 나는 그 아이의 집을 빠져 나와 기차에 올랐다. (씨네21 2000년_10월)
2007/02/08 14:10 2007/02/08 14:10
2007/02/07 12:49
박래군이 쓴 ‘진보운동의 새로운 기획’. 팜플렛 분량의 글인데 참세상에 세 번에 나누어 실렸다. 세상이 더럽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야리꾸리한 인문서 읽을 시간을 줄여서) 필독을 권한다. 글에 대한 내 의견은 정독한 후에.

1. 왜 진보운동의 새로운 기획인가
2. 권력재편기에 진보세력은 무엇을 할까
3. 한국사회 진보 100대 과제 만들자
2007/02/07 12:49 2007/02/07 12:49
2007/02/06 14:37
요즘 동무들은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사귀는 일에 참 당당해. 커플링 커플티를 보여 주며 자랑하는 동무들도 많지.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의 반대에 부딪칠 때가 있어. 불편함이나 불만도 많을 거야. 누구나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가 있는 건데 말이야. 어른이 이성친구 사귀지 말라고 반대하거나 잔소리하면 기분이 어때? 어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 마음속에 숨겨뒀던, 혹은 말하고 싶었던 동무들의 여자친구 남자친구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어.



우리도 사랑을 해~

예슬|오늘 주제가 연애라니 나는 좀 그렇다.
찬우|뭐가?
예슬|기분이 이상해. 사생활 침해 받는 기분이야.
진규|그래서… 가명이잖아.
재민|그래, 가명. 근데 너희 중에 사귀어 본 애 있어?
성희|찬우 사귀고 있잖아. 그것도 엄청 오래.
재민|맞다. 너, 진짜 오래 사귄다. 얼마나 됐지?
찬우|헤~ 좀 됐지. 2년째인 거 같아. 5학년 초부터 사귀고 6학년 때 다른 반 됐는데도 계속 사귀었어. 우린 아무것도 아냐. 3년째 사귀는 애들도 있더라. 참, 찬성이도 사귀잖아~
찬성|음……. 지금은 헤어졌어.
재민|어? 너, 사귀어 봤어? 언제?
찬성|헤어졌다니까! 헤어진 지 한 달 정도 된 거 같아. 사귄 건 20일 좀 넘고.
찬우|참, 성희가 찬성이한테 쪽지로 고백했잖아. 히히.
성희|야! 너, 조용히 해!
진규|맞아. 찬성이가 성희한테 성형이나 하고 오라고 그랬다면서?
성희|너희 진짜~!
찬성|아~ 우리 나이에 무슨 연애냐고. 그래서 그랬던 거야. 다 그냥 친구지. 사귀는 게 뭐야?
예주|너 정말 그랬어? 심했다.
미라|그래. 너 심했어. 성희야, 너 아무렇지도 않아?
성희|헤헤. 뭐 괜찮아. 지난 일인데……. 내 성격이 좀 좋아. 그리고 쟤는 아직 나보다 정신 연령이 낮아. 그래서 사랑을 모르지.
찬성|무슨 말하는 거야? 너, 차여서 그러는 거지?
예슬|맞아. 남자들이 우리 여자보다 더 어린 거 같아. 만날 장난만 치고. 얼굴 예쁜 애들만 밝히고 말이야.
재민|야~야. 됐어. 사귀냐 안 사귀냐 로 정신연령을 따지냐?
진규|그~래. 우리 남자애들도 연애한다고~! 그러니까 너희도 사귀는 사람이 있는 거잖아. 너희 여자들끼리 사귀냐, 그럼?
남자가 있으니까 사귀고 그러는 거지.
찬우|그래. 맞네.
미라|알았어. 히히. 화를 내고 그래~ 난 또래보다는 오빠가 좋아. 말도 더 잘 통하고 잘 챙겨 주고.
예주|나도 작년에 한 학년 오빠랑 사귀었는데……. 정말 잘 챙겨 줬어. 가방도 들어 주고 집까지 바래다주고. 게다가 생긴 것도 잘생겨서 완전 킹카였다니까.
진규|근데 왜 헤어졌냐?
예주|방학하면서 흐지부지 되더라고. 그 오빠 이제 중학생 되잖아.
찬우|근데 미라야. 너 지금 기찬(가명)이랑 사귀고 있지 않아?
미라|응. 맞아. 사귄 지 한 달 좀 넘은 거 같아. 22데이 그냥 지나가서 완전 심하게 싸웠잖아.
찬우|걔 너랑 또래잖아~ 오빠가 좋다면서?
미라|원래 바라는 것과 현실은 다른 거야.

우리의 고백과 사랑과 이별

찬성|근데 너희 사귀면 뭐해? 솔직히 우리가 어른 흉내 내는 것밖에 더 되냐? 똑같이 친구 하면 되는 거지.
진규|그래. 사귄다고 달라지는 건 여자애들 목소리 바뀌는 거랑 남자들 폼 잡는 거밖에 없는 거 같아. 아~ 또 있다. 돈도 엄청 깨지겠더라. 생일은 기본이요. 각종 기념일은 다 챙겨야 하잖아~
예슬|그래, 맞아. 여자애들 중에 착한 척 약한 척 내숭 떠는 애들 있어. 사귀면 사귀었지. 왜 그러는지 몰라. 깜찍 떠는 거 정말 짱나~!
미라|하여튼 사귀어 보지도 않고 말은 많아요. 헤헤~ 사귀면 뭘 하는지 궁금하다고 솔직하게 물어봐~
예주|그래. 미라 말이 맞아. 솔직히 궁금하지?
재민|궁금하긴~ 이미 다 알고 있어. 뻔히 다 보이는데 뭐. 빼빼로데이 때 엄청 큰 빼빼로 교환하고, 공부시간에 틈만 나면 쪽지 돌리잖아. 하하하.
찬우|응, 맞아. 같이 자주 놀러가는 거지. 선물도 사 주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가끔 스티커 사진도 찍고. 서로 특별한 감정으로 좋아하니까 자꾸 잘해 주게 되는 거 같아.
진규|그래서 좋냐?
찬우|그럼, 싫은데 사귀겠어? 넌 사귀고 싶지 않아?
진규|진짜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 착하고 그러면 나도 사귀지. 아직 못 만났어.
예주|너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진규|그럴지도 모르지. 너희 사귀는 애들 말 좀 해 봐. 도대체 뭘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이야. 응?
찬성|난 솔직히 좀 그래. 얼마 전에 헤어졌잖아. 걔 보면 살짝 서먹서먹하고 그런 거 있어. 그래도 집이 같은 방향이라 가끔 같이 얘기도 하면서 가긴 하는데…….
예슬|뭐, 어때? 뭐가 서먹하냐? 다른 애들 봐 바. 사귀다가 금방 헤어지고 다른 애 사귀고 그러잖아. 우리 장점이 뭔데?
어른들보다 쿨한 거 아니겠어?
찬성|네가 안 사귀어 봐서 그래~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고.
예주|맞아. 좀 아프지. 근데 아프다기보다는 섭섭한 게 더 큰 거 같아.
찬우|난 지금 처음 사귀어 보는 거라 헤어지는 거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 봤는데……. 찬성이랑 예주 얘기 들어보니까 좀 기분이 이상할 거 같아. 친한 친구 잃은 기분이겠지?
찬성|좀 특별한 친구.
성희|너, 그럼 아까 우리 나이에 무슨 연애냐고 말했던 거랑 나한테 저번에 심한 말한 거 헤어진 거 때문에 그런 거구나?
찬성|몰라~ 하여튼 우리도 헤어지면 가슴 아픈 건 사실이야. 어른들만큼은 아니지만.
재민|얘들아~ 아까 진규 얘기 못 들었어? 사귀면 뭐하는지 구체적으로 말 좀 해 달라잖아.
찬우|미라랑 나밖에 안 사귀잖아? 미라야~ 너랑 나랑 애들한테 연애수업 좀 해 줘야겠다~ 하하하. 난 준비물도 챙겨 주고 완전 감동스럽게 해 주지. 내 여친한테 못되게 구는 애 있으면 혼내 주고. 저번엔 어떤 놈이 여친이 고무줄 놀이하고 있는데 줄을 끊고 도망가는 거야. 막 뛰어가서 좀 때려 줬어.
예주|치~ 폼 좀 잡았구나. 그리고 찬우야~ 너랑 미주랑만 사귀어 본 거 아니거든. 나랑 찬성이도 있다고. 음……. 난 그 오빠랑 사귈 때 러브장 주고받았어. 두 권이나 돼~ 일기처럼 쓰는 거라 서로의 마음도 알게 되고 좋은 거 같아.
미라|난 사실 손도 잡고 다닌다~ 킥. 얼마 전엔 용돈 모아서 커플티 샀어. 완전 예뻐!
성희|이야~ 진짜? 너, 그런 얘기 하면 안 창피해?
미라|애들이 놀리면 창피한데, 지금 기찬이도 없고 이렇게 말하는 건 괜찮아.
찬우|너, 용기 있다. 난 아직 손 못 잡아 봤는데.
미라|내가 용기 있는 거냐? 기찬이가 용기 있는 거지~
예슬|그래? 그럼, 고백도 기찬이가 했겠네~
미라|아니. 고백은 내가 했어. 기찬이 가방 안에 몰래 편지 넣었거든. 맘에 든다는 내용으로.
진규|또? 또 뭐라고 썼어?
미라|여기까지. 더 이상은 안 돼. 히히.
찬성|난 내가 직접 고백했는데. 되게 쑥스럽더라. 얼굴이 빨개져서 진짜 창피하더라고.
찬우|난 문자 보냈어. 여친도 핸드폰 있고 나도 핸드폰 있거든. 엄마가 몰래 문자 확인하고 통화 엿듣는 거 빼 놓곤 핸드폰 있으니까 편해~
성희|우와~! 진짜 좋겠다. 나도 반에 좋아하는 애 생겼는데…….
예주|너, 찬성이한테 고백한지도 얼마 안 됐잖아?
재민|그래! 지조 없다!
성희|야~ 웃기지 마. 찬성이가 나 싫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 그럼? 그게 무슨 지조야? 그리고 다른 사람 좋아하면 왜 안 되는데?
예슬|그래도 같은 반인데 좀 그렇지 않아?
성희|같은 반인데 뭐? 난 어른들 이해 안 가는 것 중에 하나가 왜 헤어지면 화난 사람처럼 길거리에서 봐도 아는 척도 안 하고 그러는지 몰라. 드라마 보면 나오는 뻔한 얘기 있잖아. 난 그러기 싫다고. 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할 거야.
찬우|듣고 보니 그렇네. 옆 반 친구 석민(가명)이도 같은 반에 어떤 애랑 사귀다가 깨지고, 같은 반 다른 애랑 또 사귀고 있어. 근데 헤어진 애랑 말도 잘하고 지내.
진규|그러니까 우리가 어리다는 얘기 듣는 게 아닐까? 흐흐흐흐…….
미라|나도 찬우나 성희 말처럼 어른들 이해 안 가는 것 중 하나가 그거야. 좋게 헤어져도 되는데 그렇게 싸우고 울고 말이지.
음……. 우리가 아직 사랑을 몰라서 그런가?
성희|우린 사람 아니야? 사랑을 모르게?
찬성|모르는 애들도 있긴 해~ 친구가 깨지란다고 남자친구 차 버리는 애 봤어.
찬우|그래. 우린 아직 어려. 어른들은 우리보다 행동에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니까 더 슬프고 사귈 때도 복잡한 거 같아.
헤어질 땐 더더더더 복잡하겠지! 아~ 머리 아프겠다.


이성을 사귀면 이런 점이 좋고 이런 점이 나빠~

진규|우리가 어른들보다 이렇게 덜 슬프고 덜 힘든데도 어른들은 우리가 사귀는 걸 별로 안 좋아해. 크면 사귀라고 그러잖아.
예주|맞아. 찬성 반대 얘기 되게 많지? 어른들도 항상 주의 주고.
진규|난 사실 잘 모르겠어. 사귀어도 되는지 아님, 안 되는 건지.
찬성|난 "왜 그런 걸 참견해요?" 라고 묻고 싶어. 찬성 반대라고 말하는 게 이상해.
재민|그래. 그냥 누가 좋으면 사귀는 거고 좋아하는 사람 없으면 안 사귀는 거고. 그러면 되잖아?
미라|그래. 찬성이든 반대든 상관없어. 판단은 우리가 하면 돼. 이성교제 하고 싶으면 찬성이고 하기 싫으면 반대고.
예슬|하고 싶으면 찬성이란 말은 결국 찬성이네! 사귀고 싶은데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게 반대잖아.
예주|그런가? 그럼, 난 찬성! 우린 기계가 아니야. 감정을 가진 사람인데 사귈 수 있지~
재민|그럼, 난 반대. 어른들이 사귀지 말라고 할 땐 뭔가 있는 거야. 다 잘 되라고 우리한테 그러는 거잖아.
진규|그래.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나도 엄마 아빠가 사귀지 말라고 하면 포기할 거 같아. 우린 너무 어려! 연애는 이 다음에 커서!
찬우|그런데 왜 어른들이 우리가 사귀는 걸 못마땅해 하고 걱정하는 걸까?
예슬|핸드폰 값!
성희|돈도 많이 들지, 솔직히. 선물 사 줘야 하고 놀러도 다녀야 하니까.
찬성|공부하는 시간도 너무 뺏겨. 공부한다고 거짓말 시키고 예전에 여친이랑 몰래 버디버디하고 그랬어~
예주|엄마한테 자꾸 거짓말 시키는 것도 문제인 거 같아. 엄마한테 말하기 부끄러우니까 남자친구 만나러 갈 때 그냥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 것처럼 말하고 가~
성희|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잖아? 우리 감정을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면 말하는 솜씨가 늘지 않을까?
미라|그래. 상대편을 이해하는 마음도 더 생긴다고. 우리가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찬우|난 진짜 기분 나쁜 게 우리 판단을 무시하는 어른들 말투야. 아직 어리지만 우리가 사귀고 싶으면 사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우리에게도 사생활이 있어

찬성|어른들은 우리가 자꾸 감춘다고 대화를 하자고 하잖아. 자기들과 상의하고.
재민|떳떳하지 못하니까 감추는 거 아닐까?
진규|솔직히 우리가 무슨 마마보이냐? 다 상의하게? 우리도 머리가 있고 사생활이 있다고.
미라|맞아. 제발 핸드폰 좀 안 뒤졌으면 좋겠어. 한번 비밀번호 설정해 놨다가… 엄마가 얼마나 꼬치꼬치 캐묻던지 다시 비밀번호 풀었다니까.
예슬|그렇다고 엄마 아빠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야. 우리를 낳아 준 부모님이니까 우리에 대해 다 알고 싶은 거겠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도 싫고.
예주|사귀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
예슬|맞아. 사귀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우리가 너무 거기에 치우칠까 봐 걱정하시는 거지.
재민|그래. 우선 거짓말부터 하지 말아야 해. 내 친구들 보면 사귀는 거 자체를 숨기더라.
성희|창피해서 그러겠지~
찬우|꼭 창피해서만은 아닌 거 같아. 엄마 아빠가 내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야. 우리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어! 여친한테 온 편지를 보여 주고 싶겠어? 그런데 엄마 아빠는 꼭 서랍 뒤져서 보고야 만다니까.
미라|그래. 어른들이 우릴 제대로 대접해 주면 우리도 편하게 얘기할 텐데.
진규|우리 마음을 너무 몰라. 우리가 어른들한테 비밀이 많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고래가그랬어 40호)
2007/02/06 14:37 2007/02/06 14:37
2007/02/02 23:33
“경쟁만 배우면 행복을 모릅니다.”
“경쟁만 배운 아이는 행복을 모릅니다.”
“경쟁만 배운 아이는 행복을 모르는 사람이 됩니다.”

앞으로 고래 홍보에 쓸 문안을 만드는 중.
어떤 게 나은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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