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에 해당되는 글 18건
- 2006/11/30 돈이 없어 창피해요
- 2006/11/29 이사
- 2006/11/28 꽃처럼 피어있는 예수
- 2006/11/23 향기
- 2006/11/22 총궐기
- 2006/11/21 한겨레
- 2006/11/20 20여년
- 2006/11/17 저요
- 2006/11/16 리틀 윙
- 2006/11/15 친절하게
- 2006/11/13 어머니와 함께 켄 로치를
- 2006/11/09 학교 설명회
- 2006/11/08 북한 여행
- 2006/11/07 두 집
- 2006/11/06 주사파
- 2006/11/05 바보 같아
- 2006/11/02 돌대가리들
- 2006/11/01 인류의 미래사
2006/11/30 08:29
저는 강남에 살아요. 우리 반엔 잘사는 집 친구가 많아요. 우리 반에서 우리 집이 제일 가난한 것 같아요. 저랑 친한 친구들도 우리 집보다 훨씬 큰 아파트에 살고 용돈도 저보다 훨씬 많이 받아요. 친구들과 노래방 가거나 뭐 사먹을 때는 돈이 없어서 창피할 때가 많아요. 친구가 사주거나 대신 내주기도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만날 얻어먹을 순 없잖아요. 아빠는 "자기가 가진 걸 나누는 게 진짜 친구"라며 친구가 사주는 걸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하세요. 그래도 저는 창피해요. 친구들이 만나서 놀자고 전화해도 거짓말로 피하는 경우도 있어요. 김준성(6학년, 남자)
준성이 이야기 듣다보니 삼촌 어릴 적 생각이 나네. 삼촌집도 넉넉한 편이 아니었거든.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본 게 6학년 때였어. 그걸 누가 사줘서 집에 가져왔는데 누런 물과 나무막대기만 들었더라. 더운 날씨에 그걸 들고 한참을 걸어왔으니 다 녹아버린 거지. 그런데 아이스크림은 원래 그런 건 줄 알았어. 그걸 후루룩 후루룩 마지막 한방울까지 마셨지.^ ^
준성이네 집이 가난하다는 건 준성이가 가난한 게 아니라 부모님이 가난한 거겠지? 그래서 준성이 용돈이 동무들보다 적고 말이야. 그 동무들의 용돈도 다 그 동무들 부모님이 주시는 거지? 그러니 준성이가 창피할 건 없는데 말이야. 아빠 말씀대로 동무끼린 뭐든 서로 나누며 지내는 게 당연하고. 돈이든 다른 것이든.
그런데 그 동무들 부모님은 어떻게 해서 준성이 부모님보다 더 부자가 되었을까? 정직하게 열심히 일한 결과겠지? 삼촌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지도 몰라. 요즘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게 일하지 않고도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참 많거든. 이를테면 5년 전에 5억원쯤 하던 강남의 아파트가 지금은 20억원이나 한다나봐. 그걸 가진 사람들은 가만 앉아서 15억원을 번거지. 15억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아? 준성이 부모님이 5년 동안 함께 열심히 일해서 아끼고 아껴서 얼마나 저축할 수 있을까?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한다고 해봐. 물론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쳐봐. 5년이면 얼마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는 거라면 부자가 자랑스러운 거 맞아. 게을러서 가난한 거라면 가난은 창피한 거 맞아. 하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도 가난하다면 그건 창피한 게 아니라 화가 나는 일이지. 그건 우리가 사는 사회가 바르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는 힘을 모아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르게 고쳐나가야 하겠지?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런데 지금 현재의 가난을 무작정 창피해한다면 아무 것도 고칠 수 없을 거야. 부자는 무조건 자랑스러운 거라면 아무 것도 고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준성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뭘 사먹고 하는 건 좀 시시한 놀이 아닌가? 하긴 요즘은 어른들도 돈을 쓰며 놀아야만 제대로 노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해. 삼촌이 보기엔 그런 놀이들은 다 시시한 놀인인데 말이야. 우리는 진짜 신나게 노는 방법을 잊고 지내는 것 같아.
준성아.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시는지 잘 살펴봐. 준성이가 가난한 걸 창피해한다면 그건 엄마 아빠를 창피해하는 거잖아. 엄마 아빠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며 사신다면 준성이는 엄마 아빠를 창피해할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할 거야.
삼촌 말이 맞는 것 같아?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마음이 개운치는 않지? 솔직히 말하면 삼촌도 때론 그렇단다. 산다는 건 생각처럼 간단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맞는 건 맞다고 믿고 또 그걸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건 멋진 일 맞지? 준성아, 함께 힘내자. 준성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동무들과, 그리고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서도 가난한 수많은 엄마 아빠들과.
(고래가그랬어 38호)
준성이 이야기 듣다보니 삼촌 어릴 적 생각이 나네. 삼촌집도 넉넉한 편이 아니었거든.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본 게 6학년 때였어. 그걸 누가 사줘서 집에 가져왔는데 누런 물과 나무막대기만 들었더라. 더운 날씨에 그걸 들고 한참을 걸어왔으니 다 녹아버린 거지. 그런데 아이스크림은 원래 그런 건 줄 알았어. 그걸 후루룩 후루룩 마지막 한방울까지 마셨지.^ ^
준성이네 집이 가난하다는 건 준성이가 가난한 게 아니라 부모님이 가난한 거겠지? 그래서 준성이 용돈이 동무들보다 적고 말이야. 그 동무들의 용돈도 다 그 동무들 부모님이 주시는 거지? 그러니 준성이가 창피할 건 없는데 말이야. 아빠 말씀대로 동무끼린 뭐든 서로 나누며 지내는 게 당연하고. 돈이든 다른 것이든.
그런데 그 동무들 부모님은 어떻게 해서 준성이 부모님보다 더 부자가 되었을까? 정직하게 열심히 일한 결과겠지? 삼촌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지도 몰라. 요즘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게 일하지 않고도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참 많거든. 이를테면 5년 전에 5억원쯤 하던 강남의 아파트가 지금은 20억원이나 한다나봐. 그걸 가진 사람들은 가만 앉아서 15억원을 번거지. 15억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아? 준성이 부모님이 5년 동안 함께 열심히 일해서 아끼고 아껴서 얼마나 저축할 수 있을까?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한다고 해봐. 물론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쳐봐. 5년이면 얼마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는 거라면 부자가 자랑스러운 거 맞아. 게을러서 가난한 거라면 가난은 창피한 거 맞아. 하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도 가난하다면 그건 창피한 게 아니라 화가 나는 일이지. 그건 우리가 사는 사회가 바르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는 힘을 모아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르게 고쳐나가야 하겠지?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런데 지금 현재의 가난을 무작정 창피해한다면 아무 것도 고칠 수 없을 거야. 부자는 무조건 자랑스러운 거라면 아무 것도 고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준성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뭘 사먹고 하는 건 좀 시시한 놀이 아닌가? 하긴 요즘은 어른들도 돈을 쓰며 놀아야만 제대로 노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해. 삼촌이 보기엔 그런 놀이들은 다 시시한 놀인인데 말이야. 우리는 진짜 신나게 노는 방법을 잊고 지내는 것 같아.
준성아.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시는지 잘 살펴봐. 준성이가 가난한 걸 창피해한다면 그건 엄마 아빠를 창피해하는 거잖아. 엄마 아빠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며 사신다면 준성이는 엄마 아빠를 창피해할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할 거야.
삼촌 말이 맞는 것 같아?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마음이 개운치는 않지? 솔직히 말하면 삼촌도 때론 그렇단다. 산다는 건 생각처럼 간단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맞는 건 맞다고 믿고 또 그걸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건 멋진 일 맞지? 준성아, 함께 힘내자. 준성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동무들과, 그리고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서도 가난한 수많은 엄마 아빠들과.
(고래가그랬어 38호)
2006/11/29 15:38
트래픽 문제도 있고 해서 지난주 말 서버를 옮겼는데 아직 정리가 덜 되었다. 집 이사까지 겹쳐서 천천히 해결하는 중이다. "무슨 일이 있느냐?"는 편지를 보내온 분들에게 '별일 없습니다." 인사를 전한다.
2006/11/28 14:18
지난해 여름부터 진행해온 예수전 강의는 일단 네 번으로 마무리했는데,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 몇몇의 제안으로 연구반(심화반)을 꾸렸다. 학술적인 지식이나 교양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을 우리 삶에 좀 더 체화하려는 시간이다. 내가 정한 대강의 주제를(첫 주제 “그때 거기”에서부터 마지막 주제는 “지금 여기”까지) 스물몇이 돌아가면서 발제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그 첫 시간에 대해 한 수강자가 연구반 카페에 올린 소감.
첫 세미나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아니 많이 어려웠습니다.
이스라엘의 고대 역사에 대한 자료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내가 이스라엘의 역사와 파, 파, 파를 알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조금)있었습니다.
그런데 머릿 속에 기억한 지식말고 가슴으로 얻은 배움이 있어요.
'느낌' 이었습니다.
김규항 선생님은 '교회'라는 글에서
'내가 신도들에 파묻혀 한시간 가량의 공허에 내 영혼을 내맡기고 나오면
그 청년은 교회 담장 밑에 고단한 새처럼 앉아있다'고 쓰신 적이 있지요.
선생님의 글을 조금 따다가, 첫 세미나의 '느낌'을 풀어내자면
'내가 둥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두 시간 가량의 배움에 들어서 있을 때
그 청년은 우리 사이에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있었다'
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머리 숙여 발제문을 바라보고 계실 때 저는 고개 들어 앉아계신 분들을 쭉 둘러보았거든요.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이렇게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통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참 좋기도 했습니다.
예수와 함께 조용하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 기쁘고 편안하고 따뜻했습니다.
성서를 꺼내어 마가복음을 자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예수가 신 같았는데, 지금은 나와 나이 비슷한 갈릴리 사내처럼 느껴져요.
구절구절 되새겨보고 있습니다.
일주일의 두시간은 참 소중하고 배부른(승리 누나가 사다주시는 빵이 나는나는 조아요^^) 시간입니다. ㅎㅎ
2006/11/23 12:03
2006/11/22 23:20
2006/11/21 14:05
노정권을 까대는 한겨레 기사를 읽다 짜증이 났다. 노 정권이 좌파답지 못하다, 는 식의 논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문제는 노정권이 좌파답지 못한 게 아니라 노정권을 좌파로 보는 것, 이다. 노정권은 좌파 정권이 아니라 좌파의 탈을 쓴 우파 신자유주의 정권이며 오늘 현실은 그 당연한 귀결이다. 흔히 말하는 ‘무능’이나 ‘미숙’은 본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신문은 노정권을 두 눈 감고 밀던 시절이나 까대는 지금이나 변함없이 노정권을 좌파, 혹은 좌파적 정권이라고 전제한다. 이런 태도는 둘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일 것이다. 첫째는 우파 신자유주의 정권에 좌파의 탈을 씌워줘 결국 수많은 순진한 사람들을 절망에 빠지게 한 제 과오를 감추려는 비굴. 둘째는 여전히 좌가 뭔지 우가 뭔지 분간을 못하는 무지.
2006/11/20 14:57
시나리오 쓰는 김만곤 형은 20여년 전 대학시절 동무들과 ‘정치경제학연구회’를 만들었다. 그와 그의 동무들, 정치경제학연구회의 오비들이 어린 후배들을 위해 강연회를 마련했다. 젠체하지 않는 눈 맑은 ‘아이들’을 만나 ‘왜 계급인가’라는 이야기를 했다.
2006/11/17 12:26
2006/11/16 12:25
지미 헨드릭스의 리틀 윙. 원래 좋아하는 곡이지만, 갑자기 더 쏠려서 “구름, 서커스, 얼룩말, 나비, 달빛, 요정..” 하는 가사도 다시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리메이크들을 수집해서 들어보았다. 재미삼아 평을 하자면 스티브 레이 본이 제일 나은 것 같고 스키드로우도 나쁘진 않다. 에릭 클랩톤은 왜 앞부분 기타 연주를 리프로 뭉개버렸을까? 대가일수록 해석의 절제가, 원곡에 충실하면서 은근히 재해석하는 게 멋스러운 법인데 영 아쉽다. 보컬도 너무 씩씩하다. 스팅은 예의 앞에 깔리는 무드 음향이 웃음이 나오지만(“형, 혹시 지겹지 않아요?”라고 묻고 싶은) 드럼 연주가 기계적이지 않은 건 좋다. 코어스는 음악적 측면을 떠나 ‘아일랜드식 해석’이니 들을 만하고 김동욱은 연주가 깔끔하다. 조중사가 언제 합주를 해보잔다. 좋지.
2006/11/15 13:41
“지금 집 사면 후회한다”는 글을 올려 말썽을 빚은 청와대 이 아무개의 인터뷰를 보니 “일산에서 살다 아이 교육 문제 때문에 일원동으로 이사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가 말하는 ‘교육 문제’란 실은 ‘대입 문제’를 뜻한다. 그런데 ‘대입 문제’를 ‘교육 문제’라고 말하는 건 이 사람뿐 아니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대입 문제’를 ‘교육 문제’라 말한다. 근래 한국에서 이런 ‘전국민적인 합의에 의한 말바꾸기’는 꽤 많다. 이를테면 ‘명품’이라는 말. 명품이라는 말은 본디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근래 한국에선 '럭셔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알다시피 ‘럭셔리’는 말은 ‘명품’이 아니라 ‘사치품’(혹은 ‘고가품’)이라는 뜻이다. 내가 이런 소릴 하는 건 ‘바른 말을 쓰자’는 착한 캠페인을 벌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 보이는 ‘전국민적인 합의에 의한 말바꾸기’는 실은 ‘전국민적인 의식의 왜곡’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한국인들은 대입 문제 빼곤 교육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말하자니 민망해서, ‘대입문제’를 ‘교육문제’라 바꿔 말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머리는 텅 비어도 괜찮지만 외제 사치품을 메고 두르지 못하면 부끄러워 못사는 그들은 “사치품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불편하니 ‘사치품’을 ‘명품’이라 바꿔 말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꾼 말에 의해 다시 더 많은 의식의 왜곡이 일어난다. 이젠 대입 문제는 진정으로 교육 문제가 되고 사치품은 진정으로 명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 기괴한 코미디를 끝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국민적인 합의’를 깨트려 가면 된다. ‘대입문제’를 ‘교육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묻는 것이다. “왜 대입 문제를 교육문제라고 말하세요?” ‘사치품’을 ‘명품’이라 말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묻는 것이다. “왜 사치품을 명품이라 말하세요?”
2006/11/13 19:17
예순이 넘은 후배 어머니가 컴퓨터 앞에 앉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예약하고 계시더란다. 반가운 마음에 “엄마, 켄 로치를 아세요?” 물었더니 “신문에서 봤는데 좋은 영화인 것 같아서 친구들 데리고 보려고 해.” 하시더란다. 후배는 참 멋진 어머니를 가졌다. 하지만 자식이 먼저 늙은 어머니에게 켄 로치를 권하는 것도 근사할 것 같다. 어머니와 함께 켄 로치를, 어떤가?
켄 로치 영화는 혁명을 카타르시스하게 하는 게 아니라 혁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켄 로치는 언제나 혁명과 혁명 내부를 함께 담는다. 혁명만 담는 영화는 혁명에 대한 성찰을 담지 못함으로서 상투적인 선전영화가 되고, 혁명 내부만 담는 영화는 혁명에 대한 회의를 극대화하여 반공(반혁명)영화가 되어버린다는 걸 켄 로치는 잘 안다.
오래 전 “한국영화의 비극은 다름 아닌 켄 로치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는데 여전히, 새삼 그렇다.
켄 로치 영화는 혁명을 카타르시스하게 하는 게 아니라 혁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켄 로치는 언제나 혁명과 혁명 내부를 함께 담는다. 혁명만 담는 영화는 혁명에 대한 성찰을 담지 못함으로서 상투적인 선전영화가 되고, 혁명 내부만 담는 영화는 혁명에 대한 회의를 극대화하여 반공(반혁명)영화가 되어버린다는 걸 켄 로치는 잘 안다.
오래 전 “한국영화의 비극은 다름 아닌 켄 로치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는데 여전히, 새삼 그렇다.
2006/11/09 09:49
김단이 들어갈 중학교에서 학교설명회가 열렸다. 강당으로 가는 길목엔 아이들이 둘씩 서서 안내를 했다. 거북선 만들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종이 거북선들, 이런저런 상장 복사본들, 신문 기사, 방송출연 사진 따위들이 복도 벽에 죽 진열되어 있었다. 오카리나, 바이올린, 플롯, 사물놀이, 댄스, 록밴드반 아이들이 차례로 나와 잠깐씩 공연을 했다. 구경하며 나누어준 자료집을 훑어보는데 재학생 분석이 적혀있다. “공부는 잘 못하지만 시골 아이들답게 인성이나 생활습관은 좋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중년남성의 기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교장(은 알다시피 참 드물다)은 학교에 대해 두서없이, 그러나 매우 진솔하게 말을 이어갔다.
“농촌학교가 다 그렇지만 5년 전에 저희 학교도 학생 수가 부족해서 혼이 났습니다. 안되겠가 싶어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지정을 받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해왔습니다. 이젠 작지만 도시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내실 있는 학교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상 고등학교에 가면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까 아이들 공연 보셨지만 중학교 때만이라도 공부도 공부지만 자기 취미나 특기를 계발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특기적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이 나서 저희 학교 보내면 큰일 나는 것처럼 소문이 났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이라는 게 없다보니까 다른 학교에서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아이들 대여섯명을 전학을 받았는데 그놈들이 벌인 일입니다. 그러나 대여섯명 때문에 이백팔십명 전부가 매도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놈들도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 학교에서 다시 쫓아낸다고 해서 다른 학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아이들도 아닙니다. 집에서도 책임질 형편들이 아닙니다. 강원도에 가서 노동하는 부형님도 있고 다 먹고사느라 정신이 없는 부형님들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우리가 사람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저와 선생님들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란 얼마 전 그 학교에서 여학생들끼리 패싸움이 나서 여럿이 구급차에 실려간 사건이다. 돌아와서 김단에게 설명회를 설명했다. 김단은 안 그래도 그 학교를 피해 일산이나, 교하 쪽 학교로 간다는 동무들도 있고 해서 심란해하는 중이다.
“교장 선생님이 먼저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책임지겠다고 하니 아빤 일단 안심이 돼. 그런데 그런 문제는 어느 학교에나 있어.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그런 일에 섞이거나 피해를 당하는 건 아니야. 네가 그런 일을 무작정 피하려 하기보단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현명하게 잘 행동하는 힘을 기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만일 네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땐 아빠가 꼭 도와줄게.”
김단은 일단 수긍하는 얼굴이다. 그나저나 내가 곧 교복 입은 중학생의 아버지가 되다니, 어휴.
“농촌학교가 다 그렇지만 5년 전에 저희 학교도 학생 수가 부족해서 혼이 났습니다. 안되겠가 싶어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지정을 받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해왔습니다. 이젠 작지만 도시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내실 있는 학교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상 고등학교에 가면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까 아이들 공연 보셨지만 중학교 때만이라도 공부도 공부지만 자기 취미나 특기를 계발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특기적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이 나서 저희 학교 보내면 큰일 나는 것처럼 소문이 났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이라는 게 없다보니까 다른 학교에서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아이들 대여섯명을 전학을 받았는데 그놈들이 벌인 일입니다. 그러나 대여섯명 때문에 이백팔십명 전부가 매도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놈들도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 학교에서 다시 쫓아낸다고 해서 다른 학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아이들도 아닙니다. 집에서도 책임질 형편들이 아닙니다. 강원도에 가서 노동하는 부형님도 있고 다 먹고사느라 정신이 없는 부형님들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우리가 사람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저와 선생님들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란 얼마 전 그 학교에서 여학생들끼리 패싸움이 나서 여럿이 구급차에 실려간 사건이다. 돌아와서 김단에게 설명회를 설명했다. 김단은 안 그래도 그 학교를 피해 일산이나, 교하 쪽 학교로 간다는 동무들도 있고 해서 심란해하는 중이다.
“교장 선생님이 먼저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책임지겠다고 하니 아빤 일단 안심이 돼. 그런데 그런 문제는 어느 학교에나 있어.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그런 일에 섞이거나 피해를 당하는 건 아니야. 네가 그런 일을 무작정 피하려 하기보단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현명하게 잘 행동하는 힘을 기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만일 네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땐 아빠가 꼭 도와줄게.”
김단은 일단 수긍하는 얼굴이다. 그나저나 내가 곧 교복 입은 중학생의 아버지가 되다니, 어휴.
2006/11/08 19:31
지난해 여름 후배의 호의로 팔자에 없는 금강산 관광을 갔었다. 이래저래 감회가 많았지만 두 청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나에게 북한을 우리가 물든 서구식 합리주의(자유주의, 민주주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게 얼마나 부적절한 일인지 새삼 되새기게 했다. 그리고 북한은 남한과는, 혹은 북한 바깥의 사회들과는 다른 가치관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도.
1. 북한 입국심사대에서 내 앞에서 선 부부의 서류를 살펴보던 젊은 군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부가 왜 따로 삽니까?” “예?” “여기, 주소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게.. 집이 두 챈데 세금문제 때문에..” 그 남편은 순진스럽게도 최악의 답변을 했다. 군인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여권을 툭 집어던졌다. “돈이 많구만! 집이 두 개나 있고.”
불과 5분 전 집이 두 채인 게 자랑인 사회에서 살던 그 부부는 이젠 그게 부끄러움이 되는 사회로 들어선 것이다.
2. 전날 구룡연을 오르느라 힘들었던지 다들 해금강으로 갔고 나만 만물상을 선택했다. 거의 뛰다시피 만물상을 오른 건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어느 바위 위에 앉았을 때 파라솔을 펼치고 앉아있던 환경감시원이 말을 걸어왔다. 광대뼈가 나오고 눈이 가늘게 찢어진 북방형 얼굴을 한 그는 예의바르고 순수해보였다.
“선생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파주에서 왔습니다. 여기 사십니까?” “저희들은 다 이 지역에 삽니다.” “안내원들은 평양에서 온 사람들이 많던데.”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실례지만 무슨 일 하십니까?” “예, 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 합니다.” “아, 작가 선생님이십니까? 시도 쓰십니까?” “시나 소설은 아니고 산문을 조금씩 씁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유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는 북한의 어려운 형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인민들이 먹을 식량이 모자라니까 군인들이 앞장해서 먹을 것을 줄이느라 가장 고생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청년이 제 나라의 일에 대해 자기 일처럼 말한다는 것이었다. 교육받은 선전원도 간부도 아닌, 산 아래 동네에서 차출되어 화장실이 아닌 곳에 오줌이나 똥을 누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시골 청년은 금세 눈물이 쏟아질 듯한 얼굴로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들 얼마나 돕고 고생했는지를 들려주었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내가 말했다. “남한 사람들도 그렇고 북한 인민들이 굶고 있다는 걸 많이 말들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현실은 미국이라는 배경을 빼고 말해선 안 되다고 봅니다. 모르긴 해도 남한이 그렇게 오랫동안 미국에 당했다면 굶는 인민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남한 사람들이 훨씬 적거든요.”
“김선생님, 저는 사람의 생명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육체의 생명이고 또 하나는 정치적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잊으면 짐승하고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감입니다.”
시간이 흘러 맨 꽁무니를 따르던 노인 관광객들까지 모두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자 나도 일어서야 했다. “다음에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도 금세 그랬다.
1. 북한 입국심사대에서 내 앞에서 선 부부의 서류를 살펴보던 젊은 군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부가 왜 따로 삽니까?” “예?” “여기, 주소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게.. 집이 두 챈데 세금문제 때문에..” 그 남편은 순진스럽게도 최악의 답변을 했다. 군인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여권을 툭 집어던졌다. “돈이 많구만! 집이 두 개나 있고.”
불과 5분 전 집이 두 채인 게 자랑인 사회에서 살던 그 부부는 이젠 그게 부끄러움이 되는 사회로 들어선 것이다.
2. 전날 구룡연을 오르느라 힘들었던지 다들 해금강으로 갔고 나만 만물상을 선택했다. 거의 뛰다시피 만물상을 오른 건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어느 바위 위에 앉았을 때 파라솔을 펼치고 앉아있던 환경감시원이 말을 걸어왔다. 광대뼈가 나오고 눈이 가늘게 찢어진 북방형 얼굴을 한 그는 예의바르고 순수해보였다.
“선생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파주에서 왔습니다. 여기 사십니까?” “저희들은 다 이 지역에 삽니다.” “안내원들은 평양에서 온 사람들이 많던데.”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실례지만 무슨 일 하십니까?” “예, 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 합니다.” “아, 작가 선생님이십니까? 시도 쓰십니까?” “시나 소설은 아니고 산문을 조금씩 씁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유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는 북한의 어려운 형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인민들이 먹을 식량이 모자라니까 군인들이 앞장해서 먹을 것을 줄이느라 가장 고생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청년이 제 나라의 일에 대해 자기 일처럼 말한다는 것이었다. 교육받은 선전원도 간부도 아닌, 산 아래 동네에서 차출되어 화장실이 아닌 곳에 오줌이나 똥을 누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시골 청년은 금세 눈물이 쏟아질 듯한 얼굴로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들 얼마나 돕고 고생했는지를 들려주었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내가 말했다. “남한 사람들도 그렇고 북한 인민들이 굶고 있다는 걸 많이 말들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현실은 미국이라는 배경을 빼고 말해선 안 되다고 봅니다. 모르긴 해도 남한이 그렇게 오랫동안 미국에 당했다면 굶는 인민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남한 사람들이 훨씬 적거든요.”
“김선생님, 저는 사람의 생명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육체의 생명이고 또 하나는 정치적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잊으면 짐승하고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감입니다.”
시간이 흘러 맨 꽁무니를 따르던 노인 관광객들까지 모두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자 나도 일어서야 했다. “다음에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도 금세 그랬다.
2006/11/07 13:51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각양각색이지만 양 극단을 말하면 이렇다. 아이가 싸우고 오면 가장 먼저 “너한테도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봐”라고 말하는 집이 있고, 무작정 “어떤 놈이 그랬어” 광분해서 온 식구가 출동하는 집이 있다. 두 집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자란다. 이건 미래의 이야기이자, 과거의 미래인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06/11/06 10:12
주사파가 문제인 건 그들이 계급보다 민족을 우선시하거나 맑스보다 김일성을 위대하게 여겨서가 아니다. 만일 그런 거라면 세상을 보는 한 견해로서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주사파가 문제인 건 그들이 남한인민도 북한인민도 아닌 북한정권을 무작정 따르기 때문이다. 제 견해 없이 한 정권을 무작정 따르는 사람들은 경멸받아 마땅하다. 그 정권이 어떤 것이든.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주사파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는 남한의 좌파나 자신들을 적대하는 극우파(한나라당)보다는 포용정책을 펼치는 개혁우파(열우당)을 ‘당연히’ 선호한다. 그래서 주사파들은 결국 민주노동당 당적을 가진 가장 용맹스런 열우당원들이다. 현재 시점에서 주사파는 가슴 아픈 탄생 배경(80년 광주 이후, 일제 부역자들이 그대로 다스리는 사회에서 자란 청년들이 부역자들을 깡그리 처단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가장 자주적인 체제에 호감을 갖는 건 당연했다.)과는 무관하게 진보운동의 암이다. "안 그래도 한줌밖에 안 되는 진보세력이 분열해선 안 된다“는 한가한 소릴랑 이젠 그만두자. 아주 작은 암은 몸의 일부로서 달래며 살 수도 있다지만 너무 커지면 몸을 살리기 위해 없애야 한다.
(물론 민족 문제를 중요시하는 NL 진영이 모조리 주사파인 건 아니다. 조금씩 다른 여러 경향들이 있다. 그러나 운동세력에게 중요한 건 자기 정체성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정치적 실천을 하는가, 다.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 NL 진영은 모조리 주사파와 한 몸이 되곤 한다. 실천으로 드러낼 수 없다면 다른 게 아니다.)
(물론 민족 문제를 중요시하는 NL 진영이 모조리 주사파인 건 아니다. 조금씩 다른 여러 경향들이 있다. 그러나 운동세력에게 중요한 건 자기 정체성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정치적 실천을 하는가, 다.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 NL 진영은 모조리 주사파와 한 몸이 되곤 한다. 실천으로 드러낼 수 없다면 다른 게 아니다.)
2006/11/05 16:09
예수님은 교회 안 나가면 싫어하셔?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교회는 눈에 보이는 교회 건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야.
마음속에? 그럼 기도는 뭐야?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하는 거야. 대화가 뭐지?
서로 말하고 듣고 하는 거.
그래. 기도는 하느님한테 내 생각을 말하고 또 하느님 생각을 듣는 거야.
뭘 막 달라고 하는 건?
그건 좋은 기도가 아니야.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만나기만 하면 뭘 달라고만 한다고 해봐. 그 아버지가 그 사람이 예쁘겠어?
아니.
마찬가지야. 하느님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걸 주라고 기도하는 사람을 예뻐하셔.
나도 어릴 때 아빠한테 맨날 뭐 사달라고 그랬잖아.
어릴 땐 그래도 괜찮아..ㅎㅎ. 이젠 안 그러지?
응.
그래. 그런데 그런 어른들이 많아. 많은 걸 가지면 하느님이 자기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자랑하고 그러지.
바보 같아. 예수님은 어떤 사람 좋아해?
예수님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어.
이웃을 내 몸처럼?
그래, 이웃을 내 몸처럼.
응. 그런데 아빠. 나 아까 빵 먹어서 밥 그만 먹을래.
그래.
많이 드세요!
(김건은 게임이 켜져 있는 제 방으로 쌩 달려간다. 지가 궁금해 말을 꺼내긴 했지만 “아빠 말 알겠지?” 따위 ‘어른의 마무리 말’은 듣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교회는 눈에 보이는 교회 건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야.
마음속에? 그럼 기도는 뭐야?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하는 거야. 대화가 뭐지?
서로 말하고 듣고 하는 거.
그래. 기도는 하느님한테 내 생각을 말하고 또 하느님 생각을 듣는 거야.
뭘 막 달라고 하는 건?
그건 좋은 기도가 아니야.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만나기만 하면 뭘 달라고만 한다고 해봐. 그 아버지가 그 사람이 예쁘겠어?
아니.
마찬가지야. 하느님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걸 주라고 기도하는 사람을 예뻐하셔.
나도 어릴 때 아빠한테 맨날 뭐 사달라고 그랬잖아.
어릴 땐 그래도 괜찮아..ㅎㅎ. 이젠 안 그러지?
응.
그래. 그런데 그런 어른들이 많아. 많은 걸 가지면 하느님이 자기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자랑하고 그러지.
바보 같아. 예수님은 어떤 사람 좋아해?
예수님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어.
이웃을 내 몸처럼?
그래, 이웃을 내 몸처럼.
응. 그런데 아빠. 나 아까 빵 먹어서 밥 그만 먹을래.
그래.
많이 드세요!
(김건은 게임이 켜져 있는 제 방으로 쌩 달려간다. 지가 궁금해 말을 꺼내긴 했지만 “아빠 말 알겠지?” 따위 ‘어른의 마무리 말’은 듣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2006/11/02 00:05
종교개혁을 통해 부르주아들은 왕과 귀족의 교회인 카톨릭을 부인하고 자신들의 교회 개신교를 만들었다. 카톨릭은 그로부터 4백여년이 지나 자신들의 개혁을 이루었다.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65)는 카톨릭이 보편적인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그 오랜 껍질을 벗어던진 놀라운 사건이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던 라틴어로 미사를 올리던 제3세계의 교회들이 자국어로 미사를 올리게 됨으로써 유럽 백인의 카톨릭이 세계인의 카톨릭으로 변화한 것도 그때다. 물론 “라틴어로 올리는 것만이 진정한 미사”라고 주장하는 돌대가리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40여년이 지나 다시 전 지구적인 우경화 흐름에 편승해 그 돌대가리들이 힘을 얻는 모양이다. 그들은 라틴어가 하느님의 신령한 언어라도 되는 양 떠든다. 하지만 구약성서는 히브리어로 씌어졌고 예수는 아람어로 말했으며 그의 생애를 기록한 복음서와 신약성서는 그리스어로 씌어졌다. 라틴어는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고대 로마제국의 언어였고 중세 이후엔 귀족들의 언어였다. 그 돌대가리들은 실은 카톨릭이 유럽 백인 귀족의 지위와 격조를 회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하느님 앞에 더러운 유색인종들, 무식한 노동자 농민 따위들과 함께 서기 싫은 것이다.
2006/11/01 23:42
농담 삼아 엘빈 토플러를 “미국의 이어령”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토플러를 이어령에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몰계급적 문명론자’라는 점에서 결국 크게 다를 게 없다. 현실에 대해서든 미래에 대해서든 계급적 분별이 없는 이야기들은 허망하다. 모든 계급에 공통된 현실이나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토플러의 또 다른 미래서 ‘부의 미래’가 유행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서라면 토플러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이 근사한 책이 얼마 전에 나와 있다. 워런 와거의 인류의 미래사.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길. 통찰과 서정으로 가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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