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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28 꿈
- 2005/12/27 트랙백
- 2005/12/23 눈이 열리고 귀가 뚫리는 약간의
- 2005/12/22 리허설
- 2005/12/18 낙타
- 2005/12/17 강양구
- 2005/12/16 공연 초대
- 2005/12/15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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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11 노예
- 2005/12/10 비정규戰
- 2005/12/09 두 번째 예수전
- 2005/12/08 징병제, 조종사
- 2005/12/07 성직자
- 2005/12/06 내 아이, 우리 아이
- 2005/12/05 one eye
- 2005/12/04 땅의 사람들
- 2005/12/03 생애 최고의 날들
2005/12/30 16:31
슬플 때 듣는 음악, 최유준의 목록. 역시 가을에 받은 걸 이제 올린다. 최유준은 나에게 말러를 권한 후배다.
고3때 꽤 오래 앓은 적이 있습니다.
제 병이 흉부외과에서 다루어졌던 터라
심장병 환자를 많이 겪었습니다.
옆 병실 환자가 심장 수술을 받고나면
한동안 멀쩡하다가도
이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하더군요.
퇴원하고 얼마 후 검진하러 병원을 찾았을 때
대기실에서 제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를 봤습니다.
핏기 없는 얼굴에,
피가 잘 안통해서 오그라든 손을
그녀의 어머니가 주물러주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녀는 내내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을까 싶을 만큼 내내 웃기만 했습니다.
그리 곱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저는 아직껏 그보다 아름다운 웃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보다 더 슬픈 웃음도...
오디오로 듣기보다는 직접 기타를 퉁기며 많이 불렀던 노랩니다.
아마도 임지훈보다 제가 더 많이 불렀을 겁니다.
임지훈, '영아의 이야기'
록음악의 소음을 듣지 않고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왜소한 체격에 소아마비 장애를 가졌고
천사 같은 눈망울로,
악마를 자처하던 오지 오스본의 노래를 반주하다가
25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해버린
랜디 로즈라는 이름의 기타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은
제게 눈물나는 위안이었습니다.
오지 오스본, 'Goodbye to Romance'
오래 전에
김민기가 어느 텥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아침이슬>을 자신의 보잘것없는 습작이라 말했을 때,
분노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0여년 뒤에 그의 <상록수>가
골프채를 든 박세리의 배경음악이 되는 걸 보았을 때도
폐기처분되는 역사의 슬픈 뒷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은
그래도 김민기의 선율들은 제 감성의 역사에서 지워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전인권도 이 노래를 부르더군요.
김민기, '봉우리'
조금 늦은 나이에 겪은 첫사랑이 실패로 끝났을 때,
비오던 어느 날 대학로 학전에서
그녀와 함께 보고 들었던 김광석의 노래 한 곡이
수개월 동안 환청처럼 반복되어 들렸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잃어버린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 노래의 주인공이 이 세상에 머물러 있을 때 느꼈을
어떤 상실감이 떠올라서
슬프게 들립니다.
김광석, '그날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교향곡이란
오늘날의 거대담론처럼
더 이상 대중의 공감을 일으킬 수 없는,
멸종직전의 공룡처럼 대책없이 몸집만 커져버린 음악양식이었습니다.
그때 그런 교향곡을 가지고
연애편지를 쓴 작곡가가 구스타프 말러입니다.
이 연애편지는 '사랑한다'는 말만 잘라서 읽으면 안 됩니다.
'이 야만의 시대에'라는 말도 같이 읽어야 합니다.
교향곡 전체를 들으며 느린 악장을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도르노와 말러를 탐구하던 시절
전율하며, 슬퍼하며, 환희를 느끼던 음악입니다.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고3때 꽤 오래 앓은 적이 있습니다.
제 병이 흉부외과에서 다루어졌던 터라
심장병 환자를 많이 겪었습니다.
옆 병실 환자가 심장 수술을 받고나면
한동안 멀쩡하다가도
이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하더군요.
퇴원하고 얼마 후 검진하러 병원을 찾았을 때
대기실에서 제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를 봤습니다.
핏기 없는 얼굴에,
피가 잘 안통해서 오그라든 손을
그녀의 어머니가 주물러주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녀는 내내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을까 싶을 만큼 내내 웃기만 했습니다.
그리 곱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저는 아직껏 그보다 아름다운 웃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보다 더 슬픈 웃음도...
오디오로 듣기보다는 직접 기타를 퉁기며 많이 불렀던 노랩니다.
아마도 임지훈보다 제가 더 많이 불렀을 겁니다.
임지훈, '영아의 이야기'
록음악의 소음을 듣지 않고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왜소한 체격에 소아마비 장애를 가졌고
천사 같은 눈망울로,
악마를 자처하던 오지 오스본의 노래를 반주하다가
25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해버린
랜디 로즈라는 이름의 기타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은
제게 눈물나는 위안이었습니다.
오지 오스본, 'Goodbye to Romance'
오래 전에
김민기가 어느 텥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아침이슬>을 자신의 보잘것없는 습작이라 말했을 때,
분노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0여년 뒤에 그의 <상록수>가
골프채를 든 박세리의 배경음악이 되는 걸 보았을 때도
폐기처분되는 역사의 슬픈 뒷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은
그래도 김민기의 선율들은 제 감성의 역사에서 지워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전인권도 이 노래를 부르더군요.
김민기, '봉우리'
조금 늦은 나이에 겪은 첫사랑이 실패로 끝났을 때,
비오던 어느 날 대학로 학전에서
그녀와 함께 보고 들었던 김광석의 노래 한 곡이
수개월 동안 환청처럼 반복되어 들렸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잃어버린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 노래의 주인공이 이 세상에 머물러 있을 때 느꼈을
어떤 상실감이 떠올라서
슬프게 들립니다.
김광석, '그날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교향곡이란
오늘날의 거대담론처럼
더 이상 대중의 공감을 일으킬 수 없는,
멸종직전의 공룡처럼 대책없이 몸집만 커져버린 음악양식이었습니다.
그때 그런 교향곡을 가지고
연애편지를 쓴 작곡가가 구스타프 말러입니다.
이 연애편지는 '사랑한다'는 말만 잘라서 읽으면 안 됩니다.
'이 야만의 시대에'라는 말도 같이 읽어야 합니다.
교향곡 전체를 들으며 느린 악장을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도르노와 말러를 탐구하던 시절
전율하며, 슬퍼하며, 환희를 느끼던 음악입니다.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2005/12/29 15:30
슬플 때 듣는 음악, 전홍기혜의 목록. 가을에 받은 걸 이제야 올린다. 청와대출입기자 노릇하느라 늘 노무현 씨 이갸기만 써야 하는 처지가 좀 안쓰럽긴 하지만, 전홍기혜는 내가 아는 가장 '기자 같지 않은' 기자(중 한 사람)이다.
1. k.d. lang - Bare foot
2. Tracy Chapman - Give Me One Reason
3. Tom Waits -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
4. Agnes Baltsa - To Treno Fevgi Stis Okto
5. Billie Holiday - Gloomy Sunday
6. Keren Ann - Not Going Anywhere
7. Bob Marley - No woman No cry
1. 이상은 - 새
2. 이상은 - 초승달
3. 양희은 - 한계령
4. 시나위 - 죽은 나무
5. 김정호 - 하얀 나비
6. malo - 벚꽃지다
7. 변진섭 - 가장 슬픈 날의 왈츠
8. 강수지- 흩어진 나날들
9. 인순이 -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
10. 이은하 - 청춘
11. 자우림 - 마왕
12. 김윤아 - 담
13. 노래를 찾는 사람들 - 바다여, 바다여
14. 천지인 - 우리들의 외식
1. k.d. lang - Bare foot
2. Tracy Chapman - Give Me One Reason
3. Tom Waits -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
4. Agnes Baltsa - To Treno Fevgi Stis Okto
5. Billie Holiday - Gloomy Sunday
6. Keren Ann - Not Going Anywhere
7. Bob Marley - No woman No cry
1. 이상은 - 새
2. 이상은 - 초승달
3. 양희은 - 한계령
4. 시나위 - 죽은 나무
5. 김정호 - 하얀 나비
6. malo - 벚꽃지다
7. 변진섭 - 가장 슬픈 날의 왈츠
8. 강수지- 흩어진 나날들
9. 인순이 -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
10. 이은하 - 청춘
11. 자우림 - 마왕
12. 김윤아 - 담
13. 노래를 찾는 사람들 - 바다여, 바다여
14. 천지인 - 우리들의 외식
2005/12/28 14:49
2005/12/27 14:02
네이버 블로그에서 규항넷에 트랙백이 안 걸린다는 얘기가 있어 살펴보니 네이버 블로그 도메인이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다. 스팸 트랙백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휩쓸려 들어간 모양이다. 블랙리스트에서 지웠으니 트랙백이 안 걸렸던 분들은 그리 아시고 다른 블로그라도 트랙백이 잘 안 되는 분들은 메일주시길.
2005/12/23 16:12
사회 보면서 막간에 한 이야기.녹취해 보내주신 하란님께 감사.
저는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한국전통춤이나 전통음악과 같은 한국전통예술들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것들이 ‘우리 것’이라서는 아닙니다. 몇 해 전 어느 전통음악인에 의해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캠페인이 있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그 캠페인에 담긴 진정성을 존중하면서도 그 캠페인은 적어도 예술에는 덜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예술이란 예술가와 관객 간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기 때문에, 우리 것은 좋고 남의 것은 덜 좋다든가 고급예술은 훌륭하고 대중예술은 덜 훌륭하다든가 하는 생각은 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전통예술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예술들이 우리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 예술들이 세상의 모든 예술들 가운데서도 양식 면에서나 예술적 깊이 면에서 가장 품위 있고 아름다운 예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부터 그 예술들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스물몇 살 때 어떤 계기로 가까이 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눈이 열리고 귀가 뚫리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예술이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 자리에 평소 이런 예술들을 가까이 하시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눈이 열리고 귀가 뚫리는 약간의 시간을 가지실 것을 권합니다. 반드시 여러분의 삶에 근사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2005/12/22 16:04

리허설에 참여하고 무대 뒤에서 춤꾼, 악사, 연출 스텝들을 지켜보면서 몇 번 씩이나 상념에 잠겼다. 그들의 노고가 새삼 애틋하게 느껴졌고 나도 저렇게, 저런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사람도 많이 오고(초대 글 보고 오신 분들께 늦은 인사드린다) 춤도 좋았다. 나에게 사회를 맡긴 김경란 선배가 아내에게 그랬단다. “요즘 황우석 씨 일에서 보듯 다들 자기를 부풀리고 과장하는 세상인데 너희들은 정말 진실하게 노력해서 공연하는 모습이 참 좋더라.” 소박한 말이지만 요즘 세상을 그렇게 잘 요약하는 말은 없다. 오늘 우리가 자신을 부풀리고 과장하는 건 우리가 자신을 상품이라 여기기(규정하고 취급하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훌륭하게 살 수 있다.
(리허설 하는 사랑하는 춤꾼들. 상연, 정숙, 윤선, 아내, 승혜.)
2005/12/18 22:57
오늘 김단이 제 동무 넷과 찜찔방에 다녀왔단다. 그 동아리가 주말만 되면 어디를 몰려갈까 늘 궁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찜질방은 좀 뜻밖이다. 열두살짜리 아가씨 넷이서 찜질방에 놀러간다.. 잘못된 건 없지만 어딘가 웃음이 나와서 며칠 전 물었다.
“찜질방에 간다고?”
“응.”
“가서 뭘하는데?”
“목욕하고 찜질방에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노는 거지.”
“그래.”
속으로 ‘맞아. 찜질방이 그런 거 하는 데지.’ 씩 웃고 나가려는데 김단이 나를 불러세운다.
“아빠, 궁금한 게 좀 있는데요.” (이런 땐 꼭 존댓말)
“뭔데.”
“내가 만약에 남지친구 집에 데려와서 놀면 아빤 어떻게 생각해?”
“남자친구 있니?”
“그러니까 만약에.”
“그야 니 맘이지.”
“정말?”
“단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오든 낙타를 데려오든 그건 단이 일이지.”
“그래도 여자친구와는 좀 다르잖아.”
“글쎄.. 남자든 여자든 좋은친구와 나쁜친구가 있는 거지.”
“맞아.”
“찜질방에 간다고?”
“응.”
“가서 뭘하는데?”
“목욕하고 찜질방에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노는 거지.”
“그래.”
속으로 ‘맞아. 찜질방이 그런 거 하는 데지.’ 씩 웃고 나가려는데 김단이 나를 불러세운다.
“아빠, 궁금한 게 좀 있는데요.” (이런 땐 꼭 존댓말)
“뭔데.”
“내가 만약에 남지친구 집에 데려와서 놀면 아빤 어떻게 생각해?”
“남자친구 있니?”
“그러니까 만약에.”
“그야 니 맘이지.”
“정말?”
“단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오든 낙타를 데려오든 그건 단이 일이지.”
“그래도 여자친구와는 좀 다르잖아.”
“글쎄.. 남자든 여자든 좋은친구와 나쁜친구가 있는 거지.”
“맞아.”
2005/12/17 14:11
이른바 황우석 사태와 관련하여 제도 미디어 가운데 그나마 이성을 유지한 곳은 프레시안인데, 강양구라는 과학담당 기자 덕이다. 물론 프레시안이 늘 이성적인 건 아니지만 그 덕에 적어도 과학기사는 늘 이성적이다. 그는 가장 전문적이면서도 진보적이며 생태주의적 양식에 충실한 기사를 써낸다. 과학기술의 덫에 갇힌 언론을 고려할 때 그는 한국 과학 저널리즘의 축복이다.
2005/12/16 16:52
얼떨결에 후배 춤 공연의 사회를 맡게 되었다. 서정숙의 춤 미얄. 참여하는 춤꾼들은 기량도 빼어나고 의식도 남다른 사람들이라 꽤 볼 만한 공연이 될 것이다. 전석 초대(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니 시간 나는 분들은 즐거운 발걸음으로 오시길. 20일(화)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05/12/15 15:57
2005/12/12 00:10
소시 적, '세계명작'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늘 조금 읽으면 읽기 싫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반은 번역문체 때문이었고 절반은 내 어떤 감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민족 감성’ 같은 건 아니다. 배웠다는 놈이면 다 좋아한다는 태백산맥도 앞에 조금 읽다 말았고 조선식 구라가 흘러넘치는 장길산도 채 5권을 못 넘겼다. 그 작품들이 명작이라는 의견을 굳이 반박하고 싶진 없지만 나는 그 작품들에게서 매혹될 순 없었다. 그런 문학적 궁핍 속에서 베른하르트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 그의 <소멸>이 나온단다. 출판사에서 책 표지에 넣을 추천사를 써달라기에 기꺼이 수락했다.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그러나 딱 두 문단인 소멸의 교정지를 작업실 귀퉁이에 쌓아놓았는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추천사 초고. 뭔가 빠진 듯한데 뭐지..?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지성이란 실은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 왜냐하면 지성이란 지적인 것들의 축적도 지적 행동의 조합도 아닌 ‘세계에 반응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말했듯 여느 사람들이 제 앞의 문제에만 반응할 때 지성을 가진 사람은 세계의 문제에 반응한다. 그래서 지성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심지어 혁명에 투신하는 순간에도, 혐오를 품고 있게 마련이다. 나는 베른하르트에게서 지성의 정점을 본다. 그는 우파로 하여금 제 속물성을 자인하게 하며, 좌파로 하여금 제 이상의 결핍을 보완하게 한다.
2005/12/11 11:53
2005/12/10 17:31
2005/12/09 12:46
13일부터 두 번째 예수전을 시작한다. 지난번 강의는 ‘김규항의 예수전’이 아니라 수강생들 각각의 ‘나의 예수전’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에 늘 뭔가 명료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강의를 마치곤 했다. 지나고 보니 그런 방식의 결점도 보이고 해서, 이번엔 좀 더 명료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막상 첫 강의에서 수강생들을 눈을 마주보면 “대체 내가 무슨 용기로 이 사람들에게 예수에 대해 떠들려는 걸까” 싶겠지만.. 하여튼 이번엔 그럴 생각이다.
2005/12/08 11:50
남자들이 징병제와 관련하여 여자들에게 “왜 너희는 군대에 안 가나.”라고 항의하는 건 가련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항공사 승무원들이 조종사들을 향해 “왜 너희는 그렇게 많이 받느냐.”고 항의하는 것과 같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임금 문제는 승무원과 조종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승무원과 항공자본과의 문제다. 승무원들은 항공자본에게 “왜 우리는 조종사보다 적게 주느냐.”라고 항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징병제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국가의 문제다. 남자들은 국가를 향해 항의해야 한다. “왜 우리를 군대에 끌어가는가.”
2005/12/07 10:59
트랙백을 따라 갔다가 어느 덧글에서. ‘이웃에게 하는 게 곧 하느님에게 하는 것’이라는 예수의 말에 비추어 그는 진정한 성직자다.
“저는 성당에서 신부님 말씀 중에 '제발 성당에만 나오지 말고, 이웃에게 잘해라. 성당 나오느라 바빠서 이웃에게 잘 할 시간이 없으면 차라리 성당을 나오지 마라.' 는 말씀을 감동 깊게 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성당에서 신부님 말씀 중에 '제발 성당에만 나오지 말고, 이웃에게 잘해라. 성당 나오느라 바빠서 이웃에게 잘 할 시간이 없으면 차라리 성당을 나오지 마라.' 는 말씀을 감동 깊게 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2005/12/06 16:28
엄마들에게서 고래동무를 자기 집으로 해도 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론입니다. 책 받아볼 곳은 운영위원회에 맡길 수도 있고 직접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한 엄마들을 보면 꼭 한 구좌는 집으로 한 구좌는 동무로 신청하곤 한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아이, 남의 아이’가 ‘내 아이, 우리 아이’로 전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내 아이가 행복할 방법은 없다. 많이 가질 수 있을 뿐.
2005/12/05 10:02

안상수 선생 부부와 단, 건.
******
안상수 선생 식구와 만나러 가는 길.
건이가 안선생을 아저씨라 했다가 선생님이라 했다가 한다.
“건이 왜 안상수 아저씨한테 선생님이라고 해?”
“선생님 맞잖아.”
“안상수 아저씨? 축구선수야.”
“축구선수? 아닌데 무슨 예술학굔가 미술인가 선생님이라고 그랬는데..”
(아내와 김단은 웃음을 참느라 애쓰고..)
“무슨 예술이야 임마, 축구선수라니까.”
“스노우캣 이모도 제자라고 했는데..”
“그래. 스노우캣 이모도 축구부였어.”
“으아~ 아빠 거짓말 좀 하지마.”
(일동 폭소.)
전엔 이런 장난에 영락없이 넘어가더니 요즘은 잘 안 되는 걸 보면 내 쏠쏠한 취미 생활도 이제 마감인 모양이다. 아이들은 고구마처럼 자란다.
2005/12/04 10:26
2005/12/03 09:34
안녕하십니까 김규항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 얼마 전 인권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한 한
자원활동가입니다.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C 앞에서 일어나, 행동하고 위협할 것을 촉구하는
선생님의 글이 아니었다면 이 곳에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지 못했겠지요. 비록 다른 분들처럼 전업으로
활동하지는 못하고 짬짬이 시간내어 돕는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생애
최고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전 11월 15일 농민집회 때 전용철씨가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고, 경찰은 반성하기는 커녕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쌀개방 비준안은 끝내 통과되었고, 곧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지요.
같이 일하는 활동가 선배들은 이 두 가지가 앞으로 이
사회의 수십 년을 결정할 사안으로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사람들은 11월 한달동안
농민들이 한명이 죽었는지 네명이 죽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용철씨 사건도 X같은 국과수의 초기발표
한방으로 주요 언론에서 정리되어버린 느낌이고.. 너무
막막합니다.
민중의소리나
코리아포커스 등에 올라온, 11월 15일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현 정권의 실체를 깨닫게 되길 원합니다. 회의하게 된
사람들이 다가올 민중대회
등에서 노동자와 농민들이 벌일 싸움에 지지 내지
동참해주기를 원합니다. 황우석과 MBC가 아니라, 돌아가신
전용철씨와 그 범인인 경찰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원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 얼마 전 인권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한 한
자원활동가입니다.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C 앞에서 일어나, 행동하고 위협할 것을 촉구하는
선생님의 글이 아니었다면 이 곳에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지 못했겠지요. 비록 다른 분들처럼 전업으로
활동하지는 못하고 짬짬이 시간내어 돕는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생애
최고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전 11월 15일 농민집회 때 전용철씨가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고, 경찰은 반성하기는 커녕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쌀개방 비준안은 끝내 통과되었고, 곧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지요.
같이 일하는 활동가 선배들은 이 두 가지가 앞으로 이
사회의 수십 년을 결정할 사안으로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사람들은 11월 한달동안
농민들이 한명이 죽었는지 네명이 죽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용철씨 사건도 X같은 국과수의 초기발표
한방으로 주요 언론에서 정리되어버린 느낌이고.. 너무
막막합니다.
민중의소리나
코리아포커스 등에 올라온, 11월 15일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현 정권의 실체를 깨닫게 되길 원합니다. 회의하게 된
사람들이 다가올 민중대회
등에서 노동자와 농민들이 벌일 싸움에 지지 내지
동참해주기를 원합니다. 황우석과 MBC가 아니라, 돌아가신
전용철씨와 그 범인인 경찰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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