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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28 딱딱한 사람이 싫다
- 2005/04/27 한심하지만
- 2005/04/26 이
- 2005/04/25 딸에게 보내는 편지
- 2005/04/24 자장면 정류장
- 2005/04/19 뚝딱뚝딱 인권짓기
- 2005/04/18 박경석
- 2005/04/15 딱지
- 2005/04/12 내 제일 친한 친구 무하마드 탈리브
- 2005/04/11 돼지
- 2005/04/07 경주
- 2005/04/06 똥개
- 2005/04/05 대취하다
- 2005/04/02 천사의 전화
- 2005/04/01 만주에서 골목으로
2005/04/28 12:00
구독하던 종이신문도 끊을 것 같고(아내는 “끊자”는 의견을 먼저 내놓고는 내가 선뜻 동의하자 다시 끊기가 아쉬워진 듯하다.) 인터넷신문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안 보는데 근래 들어 프레시안을 조금씩 본다. 이 신문이 처음 나왔을 때 인터넷 신문치곤 썩 점잖으면서도 한편으론 내 윗세대 인텔리 사회의 어떤 인맥 같은 게 작동된다는 느낌 같은 게 들었다. 김지하 선생 회고록이나 김정환 형이 하는 한국문학학교 배너 같은 게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근래 이 신문을 보게 된 건 지난해 말 ‘대화’시리즈에 나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는 ‘그게 뭔가’ 찾아보면서다. 대화 시리즈는 비슷한 지향을 가진 두 사람이 나와 대담을 하는 기사인데 인선도 내용도 좋은 편이다. 프레시안이 나와 짝 지운 사람은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이다. 담당 기자는 “두 분 다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들었다. 내가 그런 모색을 하는 게 사실이긴 하나, 정통적인 좌파에서 대안적인 반자본주의자로 가는 도정에 있는 처지라,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어왔다. 적어도 현재로선 김종철 선생과 만나면 이야기를 들을 일이지 주고받을 일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그래왔는데 며칠 전 담당 기자가 다시 연락을 했다. 김종철 선생이 나와 소주 한잔하고 싶다고 했단다. 기자는 “김종철 선생님이 얼마나 재미있는 분인지 모르실 거”라고 한다. 나는 선생이 매우 깐깐한 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이다. 하긴 나도 다들 처음 만나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분이군요” 이런다. “부드러운”이라는 완곡하고 예의바른 표현엔 매우 다양한 소감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내가 아이들이나 가까운 사람들과는 장난과 싱거운 소리로 점철하는 사람이라는 걸 예상하진 못한다. 나는 정말 딱딱한 사람이 싫다. 5월 초순 광화문 부근 소줏집에서 선생과 만나기로 했다.
2005/04/27 10:23
가난한 후배가 담당자(고래 대표인 조중사의 둘도 없는 동무이자 전직 아마추어 복싱선수인 고래 '보급 담당자' 김종현)에게 인권짓기 20부를 주문했는데 할인 안 받고 정가대로 사겠다고 고집을 피웠단다. 고집으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담당자는 궁리 끝에 할인금액을 책으로 환산해서 25부를 보내주었단다. 담당자에게 “잘한 일”이라 말하고는(그냥 20부만 보냈다면 달리 말했겠지. “허리를 접어주랴?")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나야.
아, 형.
잘 지내지?
덕분에 잘 지냅니다.
잘 지내는 것 같더군.
예?
대량 구매도 하고.
(ㅎㅎㅎ)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알게 해서 안 그래도 쪽팔려하는 중입니다.
그래. 그런데 2백권이 아니라 2십 권이대?
(ㅎㅎㅎ) 어서 2백권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그러나 부디 2백권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길 바래.
후배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이런 말을 단박에 알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곤궁한 사람이 혹시 돈이 자신을 타락시킬까 걱정하는 풍경은 한심하지만, 아름답다.
나야.
아, 형.
잘 지내지?
덕분에 잘 지냅니다.
잘 지내는 것 같더군.
예?
대량 구매도 하고.
(ㅎㅎㅎ)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알게 해서 안 그래도 쪽팔려하는 중입니다.
그래. 그런데 2백권이 아니라 2십 권이대?
(ㅎㅎㅎ) 어서 2백권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그러나 부디 2백권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길 바래.
후배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이런 말을 단박에 알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곤궁한 사람이 혹시 돈이 자신을 타락시킬까 걱정하는 풍경은 한심하지만, 아름답다.
2005/04/26 09:44

고래 홈피 일로 어느 회사를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만든 캐릭터상품을 한보따리 얻어왔다. 세 가지 캐릭터가 중심인데 이름이 ‘기’(남자 아이), ‘냥’(여자 아이), ‘이’(애완동물), 해서 ‘기냥이’다. 어디에나 적용하기 좋은 픽토그램 풍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건 ‘이’다. 개 같기도 토끼, 혹은 늑대 같기도 한 손그림 얼굴에 ‘입체 더하기’ 몸, 그리고 늘 달고 다니는 ‘점선 말풍선’ 느낌표. 사람들은 그를 애완용이라 여기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것 같은 모종의 품위가 느껴진다. 주체가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함락되지 않는 주체.
2005/04/25 07:06
단아. 아빠는 지금 강원도 어느 시골 마을에 와 있다.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아저씨 집이야. 일 때문에 왔지만 “날씨가 죽이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둘이 술만 먹고 있다. 아빠는 즐겁다. 갈수록 사람들은 빠르고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시간만 좋아한다. 그러나 아빠는 이런 아무 것도 아닌 시간, 느리고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시간이 참 좋다.
술을 먹다 단이가 생각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말하는 단이 얼굴을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아빠는 그럴 때 담담한 체 하지만 속으론 아주 많이 기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 생각’을 ‘옳은 생각’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 아빠는 단이가 아빠의 잘못을 들추어내길, 그래서 아빠가 잘못을 인정하길 기대하곤 한다. 기대는 점점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
단이는 단이 이름을 닮았다. ‘丹’(붉을 단). 처음 그 이름을 지었을 때 좋다는 사람이 없었다. 칭찬은커녕 “이름이 그게 뭐야?” “배추 단이냐 무단이야?” 따위 놀리는 말만 가득했다. 그런데 단이가 이름과 합쳐지면서 확 달라지더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말은 아빠가 억울할 만큼 빨리 나왔다.
아빠도 아빠 이름을 조금 닮았다. 단이는 아빠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니? 홀 규에 늘 항, ‘늘 홀로’라는 뜻이다. 아빠는 어른들이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아빠는 이릴 적부터 왠지 그 이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빠가 외롭냐고? 그래 아빠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단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꼭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은 외롭지 않아도 생각은 외로울 수 있단다.
이오덕 할아버지를 기억하니? 아빠가 누구보다 좋아했던 분이지. 아빠는 그분을 돌아가시기 오년 전쯤부터 사귀었다. 할아버지는 워낙 훌륭하게 사셨기에 그 뜻을 따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분이 아빠 글을 읽고 연락을 해오자 아빠도 한달음에 만나러 갔다. 그분을 사귀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은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워하셨다.
아빠는 그분의 외로움이 그분의 올바른 삶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단아. 올바르게 산다는 게 뭘까? 아빠 생각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삶’이다. 사람들은 지난 올바름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언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예수님은 가장 외롭게 죽어갔다. 아무도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예수님을 죽인 힘세고 욕심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따르고 존경한다는 사람들에서 오히려 더 많았다. 그 후 2천년 동안도 그랬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예수님은 ‘2천년의 외로움’이다.
단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빠보다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단이의 거짓 없는 성품과 행동이 단이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단이가 외롭길 바라지 않지만 단이가 올바르게 산다면 단이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울 거다. 단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든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단이가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 이 편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아빠는 아빠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었다. “그러나 내 딸 김단이 제 아비가 쓴 글을 읽고 토론을 요구해올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정말 그 순간을 기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단이도 술을 좋아하게 될 거다. 내 딸아,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
술을 먹다 단이가 생각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말하는 단이 얼굴을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아빠는 그럴 때 담담한 체 하지만 속으론 아주 많이 기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 생각’을 ‘옳은 생각’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 아빠는 단이가 아빠의 잘못을 들추어내길, 그래서 아빠가 잘못을 인정하길 기대하곤 한다. 기대는 점점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
단이는 단이 이름을 닮았다. ‘丹’(붉을 단). 처음 그 이름을 지었을 때 좋다는 사람이 없었다. 칭찬은커녕 “이름이 그게 뭐야?” “배추 단이냐 무단이야?” 따위 놀리는 말만 가득했다. 그런데 단이가 이름과 합쳐지면서 확 달라지더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말은 아빠가 억울할 만큼 빨리 나왔다.
아빠도 아빠 이름을 조금 닮았다. 단이는 아빠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니? 홀 규에 늘 항, ‘늘 홀로’라는 뜻이다. 아빠는 어른들이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아빠는 이릴 적부터 왠지 그 이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빠가 외롭냐고? 그래 아빠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단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꼭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은 외롭지 않아도 생각은 외로울 수 있단다.
이오덕 할아버지를 기억하니? 아빠가 누구보다 좋아했던 분이지. 아빠는 그분을 돌아가시기 오년 전쯤부터 사귀었다. 할아버지는 워낙 훌륭하게 사셨기에 그 뜻을 따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분이 아빠 글을 읽고 연락을 해오자 아빠도 한달음에 만나러 갔다. 그분을 사귀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은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워하셨다.
아빠는 그분의 외로움이 그분의 올바른 삶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단아. 올바르게 산다는 게 뭘까? 아빠 생각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삶’이다. 사람들은 지난 올바름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언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예수님은 가장 외롭게 죽어갔다. 아무도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예수님을 죽인 힘세고 욕심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따르고 존경한다는 사람들에서 오히려 더 많았다. 그 후 2천년 동안도 그랬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예수님은 ‘2천년의 외로움’이다.
단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빠보다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단이의 거짓 없는 성품과 행동이 단이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단이가 외롭길 바라지 않지만 단이가 올바르게 산다면 단이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울 거다. 단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든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단이가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 이 편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아빠는 아빠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었다. “그러나 내 딸 김단이 제 아비가 쓴 글을 읽고 토론을 요구해올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정말 그 순간을 기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단이도 술을 좋아하게 될 거다. 내 딸아,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
2005/04/24 09:37

봄볕이 완연하자 교하강변에 낚시꾼들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이 피듯’ 피어난다.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지구를 끝장내는가에 전념하는 사람들 속에 꽂이 피듯 강변에 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자장면을 먹고 싶은 낚시꾼을 위하여, 아니 낚시꾼에게 자장면을 팔고 싶은 중국집에서 교하강을 수십 개로 등분하여 ‘자장면 정류장’ 표지판을 박아 놓았다. 이곳에서 자장면 보통 두 그릇과 이과두주 한 병을 시키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여기 29번 바로 옆인데요. 짜장 보통으로 둘하고 이과두주 하나요.”
2005/04/19 01:09
대학원 근처에 가본 적이 없어서, 말하자면 석박사가 아니라서 대학의 정규 강의엔 거의 갈 일이 없다. 주로 총학생회 같은 곳에서 여는 강의를 할 뿐이라 몇 해 전 음악원(한예종)에서 '음악과 사회'라는 강의를 진행한 건 좀 특이한 일이었다. 음악이론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만나는 것도 흥미롭고 강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니 나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엔 혼자 진행하려 했으나 좀 더 풍부한 밥상을 차리고 싶은 마음에 세 번인가 사람을 불러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인권운동사랑방의 배경내 활동가다. “오늘 모신 배경내 선생님은...” 그러나 소개말을 하고 학생들 틈에 끼어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부끄러움에 빠져들어 갔다. 내가, 혹은 대개의 우리가 인권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음날부터 나는 인권 관련 책을 구해 읽고 모자란 건 활동가들을 귀찮게 해가며 ‘인권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인권을 누리려면 인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진보적인 인권운동이야말로 진보운동의 가장 풍성하고 치밀한 방식일 수 있다(진보적 생태운동이 그렇듯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들을 살펴보길. 아, 곧 인권영화제도 열린다.)
고래가그랬어를 구상할 때 ‘인권 꼭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당연했다. 고래는 인권교육만화(뚝딱뚝딱 인권짓기), 인권 상담(고민 있어요), 인권 토론, 해서 세 개의 인권 관련 꼭지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메인 꼭지인 '뚝딱뚝딱 인권짓기'가 단행본으로 묶여져 나왔다. 배경내, 김영원 등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글을 쓰고 윤정주 씨가 그림을 그린 ‘만화 인권교과서’다. 책은 내가 '펴낸이'라 찍힌 게 명예로울 만큼 근사하다.
아이나 조카를 위해, 그보다 먼저 스스로를 위해 한권쯤 구해 보시길 권한다. 온 식구가 돌려 읽은 다음 다른 식구에게 빌려주어도 좋을 것이다. 아이의 학급이나 도서관에 보내주거나 형편이 좋지 않은 공부방이라면 슬그머니 몇 권 보내주는 것도 근사할 것이다. 혹시 열권 이상 필요하거나 '공감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담당자에게 연락하면 좀 더 싸게 구할 수 있다.
프레시안 기사
한국일보 기사
한겨레 기사
부산일보 기사
오마이뉴스 기사
인권하루소식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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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혼자 진행하려 했으나 좀 더 풍부한 밥상을 차리고 싶은 마음에 세 번인가 사람을 불러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인권운동사랑방의 배경내 활동가다. “오늘 모신 배경내 선생님은...” 그러나 소개말을 하고 학생들 틈에 끼어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부끄러움에 빠져들어 갔다. 내가, 혹은 대개의 우리가 인권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음날부터 나는 인권 관련 책을 구해 읽고 모자란 건 활동가들을 귀찮게 해가며 ‘인권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인권을 누리려면 인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진보적인 인권운동이야말로 진보운동의 가장 풍성하고 치밀한 방식일 수 있다(진보적 생태운동이 그렇듯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들을 살펴보길. 아, 곧 인권영화제도 열린다.)
고래가그랬어를 구상할 때 ‘인권 꼭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당연했다. 고래는 인권교육만화(뚝딱뚝딱 인권짓기), 인권 상담(고민 있어요), 인권 토론, 해서 세 개의 인권 관련 꼭지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메인 꼭지인 '뚝딱뚝딱 인권짓기'가 단행본으로 묶여져 나왔다. 배경내, 김영원 등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글을 쓰고 윤정주 씨가 그림을 그린 ‘만화 인권교과서’다. 책은 내가 '펴낸이'라 찍힌 게 명예로울 만큼 근사하다.
아이나 조카를 위해, 그보다 먼저 스스로를 위해 한권쯤 구해 보시길 권한다. 온 식구가 돌려 읽은 다음 다른 식구에게 빌려주어도 좋을 것이다. 아이의 학급이나 도서관에 보내주거나 형편이 좋지 않은 공부방이라면 슬그머니 몇 권 보내주는 것도 근사할 것이다. 혹시 열권 이상 필요하거나 '공감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담당자에게 연락하면 좀 더 싸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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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8 15:38
어제 저녁 혜화동 싸구려 횟집에서 박경석 형과 소주를 마셨다. 만난다 만난다 하면서 참 오랜 만에 만났다. 알려진 대로, 그는 장애인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와 계급의 맥락에서 보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털끝만큼도 관념적이지 않다. 나는 한국의 소수자 운동에 박경석이라는 진보적 활동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모든 소수자 운동의 생명은 진보성이다. 물론 계급 해방이 곧 소수자 해방은 아니지만, 계급을 무시하는 소수자운동은 소수자 운동의 탈을 쓴 사회적 반동이거나 그에 오염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계급 해방과 소수자 해방은 늘 한몸이어야 한다. 어제 만남의 목적 가운데 절반은 인터뷰였기에 주로 그가 그런 진보성을 갖게 된 경로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화는 매우 유쾌했고 마지막엔 그가 택시를 잡아 나를 태워주었다.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정부에선 ‘장애인의 날’이라 부르는)이다. 그날 그와 그의 동지들은 다시 도로를 멈출 것이다. 그런 투쟁 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슬과 사다리로 제 몸을 묶고 도로를 멈추는 일은 노동자들의 ‘파업’과 같다. 자본의 시스템을 멈추지 않고 자본과 자본의 정부를 위협할 방법이 있는가? 그들이 단지 허가된 공간에서 구호를 외치고 성명서를 낭독한다면 아무도 ‘병신들의 소란’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420 투쟁. 부러 가보진 못하더라도 혹시 그날 차를 타고 가다가 그들 때문에 차가 멈추거든 힘을 다해 그들의 편이 되어 주자.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정부에선 ‘장애인의 날’이라 부르는)이다. 그날 그와 그의 동지들은 다시 도로를 멈출 것이다. 그런 투쟁 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슬과 사다리로 제 몸을 묶고 도로를 멈추는 일은 노동자들의 ‘파업’과 같다. 자본의 시스템을 멈추지 않고 자본과 자본의 정부를 위협할 방법이 있는가? 그들이 단지 허가된 공간에서 구호를 외치고 성명서를 낭독한다면 아무도 ‘병신들의 소란’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420 투쟁. 부러 가보진 못하더라도 혹시 그날 차를 타고 가다가 그들 때문에 차가 멈추거든 힘을 다해 그들의 편이 되어 주자.
2005/04/15 17:12

김건의 잃어버린 딱지 봉지. “아빠한테는 지지만 친구들하곤 붙기만 하면 딴다”고 우쭐대며 한참 긁어모으더니 식당에서 누가 봉지만 남기고 홀랑 가져가 버렸다. 김건은 부도 맞은 사장처럼 실의에 빠졌는데, 제 엄마가 다섯 통(1500원 어치)을 사주고 나도 “나머지는 다시 따도록 해.” 해놓고선 안 되 보여 세통(900원어치)을 더 사주었다. 김건은 이미 재기한 얼굴이다. 10년 후 그가 재기하는 데는 얼마가 필요할까.
2005/04/12 15:31
(기차길옆 작은학교 사이트에 실린 두 아이의 편지)
전현철에게
안녕 잘 지내니 친구야?
내 이름은 무하마드 탈리브야, 난 10살이야.
난 바그다드에서 살고 있어. 나 역시 이라크에 있는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평범한 아이들과 같은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어. 평범한 아이들처럼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내 생각이야... 하지만 평범한 아이들은 놀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지만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걸. 어떨 때는 학교도 못 가고 계속 집에만 있을 때도 있어. 하지만 우린 집안에서 할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날 아빠와 살람 삼촌이 한국에 사는 어떤 아이가 내 친구가 되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다고 하시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냥 아무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니! 이 사실에 난 정말 너무 기뻤어. 네 편지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꼭 말해주고 싶었어. 네 편지를 여러 번 학교에 들고 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어. 우리가 계속 친구로 잘 지냈으면 좋겠고, 네가 나에게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편지에 음악을 좋아한다고 그랬지? 넌 틀림없이 행복하겠구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겠어...... 언젠가 나도 너처럼 즐겁게 놀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상황이 너무 좋지 않거든. 내 바람이 뭐냐고 물었지? 내 바람은 미군들에 의해 부서졌어. 그들 때문에 난 친구들과 놀 수도 없어, 그들 때문에 난 컴퓨터를 배우거나 영어를 배울 수도 없어. 그들 때문에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국이 나에게 준 거라곤 딱 두 가지 뿐이야. 가난 그리고 피.
너와 영원히 친구로 지내고 싶어, 약속해 줄래?
네 편지가 날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몰라. 언젠가 널 꼭 만나고 싶어.
안녕, 내 제일 친한 친구 현철아.
무하마드 탈리브 에게
안녕, 무하마드 탈리브야.
그때 너에게 편지를 보낸 전현철이야. 이제 12살이돼.
그리고 너와 내가 보낸 편지를 받아서 나에게 답장이 왔다니까 너무 기뻤어.
그리고 너에게 행복과 평화가 왔으면 좋겠어.
내일이면 전쟁이 끝나고 행복과 평화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너에게 편지를 받으니까 너가 어떤지 알겠어.
이제 피와 가난이 없어지고 죽음도 없어졌으면 좋겠어. 평화만이 찾아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제 우리도 같이 만나서 함께 놀고 그러고 싶어. 그걸 생각하니 행복하다.
제발로 평화가 오길 기원할게.
그리고 우리가 전쟁을 당하면 정말 싫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냥 전쟁하면 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전쟁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어.
실재로 당하면 무서울 거라 생각해.
그리고 너에 편지는 정말 행복했어.
이제부터 우리 이렇게 편지 자주 보내자.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정말 만나자.
너 편지처럼 이제 행복해지길 기원해.
안녕,
내 제일 친한 친구 무하마드 탈리브.
2005년 3월 2일 수요일 전현철
전현철에게
안녕 잘 지내니 친구야?
내 이름은 무하마드 탈리브야, 난 10살이야.
난 바그다드에서 살고 있어. 나 역시 이라크에 있는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평범한 아이들과 같은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어. 평범한 아이들처럼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내 생각이야... 하지만 평범한 아이들은 놀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지만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걸. 어떨 때는 학교도 못 가고 계속 집에만 있을 때도 있어. 하지만 우린 집안에서 할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날 아빠와 살람 삼촌이 한국에 사는 어떤 아이가 내 친구가 되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다고 하시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냥 아무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니! 이 사실에 난 정말 너무 기뻤어. 네 편지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꼭 말해주고 싶었어. 네 편지를 여러 번 학교에 들고 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어. 우리가 계속 친구로 잘 지냈으면 좋겠고, 네가 나에게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편지에 음악을 좋아한다고 그랬지? 넌 틀림없이 행복하겠구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겠어...... 언젠가 나도 너처럼 즐겁게 놀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상황이 너무 좋지 않거든. 내 바람이 뭐냐고 물었지? 내 바람은 미군들에 의해 부서졌어. 그들 때문에 난 친구들과 놀 수도 없어, 그들 때문에 난 컴퓨터를 배우거나 영어를 배울 수도 없어. 그들 때문에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국이 나에게 준 거라곤 딱 두 가지 뿐이야. 가난 그리고 피.
너와 영원히 친구로 지내고 싶어, 약속해 줄래?
네 편지가 날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몰라. 언젠가 널 꼭 만나고 싶어.
안녕, 내 제일 친한 친구 현철아.
무하마드 탈리브 에게
안녕, 무하마드 탈리브야.
그때 너에게 편지를 보낸 전현철이야. 이제 12살이돼.
그리고 너와 내가 보낸 편지를 받아서 나에게 답장이 왔다니까 너무 기뻤어.
그리고 너에게 행복과 평화가 왔으면 좋겠어.
내일이면 전쟁이 끝나고 행복과 평화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너에게 편지를 받으니까 너가 어떤지 알겠어.
이제 피와 가난이 없어지고 죽음도 없어졌으면 좋겠어. 평화만이 찾아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제 우리도 같이 만나서 함께 놀고 그러고 싶어. 그걸 생각하니 행복하다.
제발로 평화가 오길 기원할게.
그리고 우리가 전쟁을 당하면 정말 싫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냥 전쟁하면 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전쟁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어.
실재로 당하면 무서울 거라 생각해.
그리고 너에 편지는 정말 행복했어.
이제부터 우리 이렇게 편지 자주 보내자.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정말 만나자.
너 편지처럼 이제 행복해지길 기원해.
안녕,
내 제일 친한 친구 무하마드 탈리브.
2005년 3월 2일 수요일 전현철
2005/04/11 21:16

1985년, 한 청년이 운동권에 들어오면 ‘시각 교정’을 하는 데만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그리고선 비로소 사회의 구조와 모순에 대해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5년, 한 청년이 시각 교정은 물론 사회의 구조와 모순을 완전히 공부하는 데는 3분이면 족하다. ‘수구기득권세력’과 ‘조중동’이라는 말만 외우면 되는 것이다. 슬프게도, 한 청년이 “사회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말은 “바보가 되었다”는 말과 갈수록 같아지고 있다.
(어제 산 5천원짜리 ‘사랑돼지’ 저금통)
2005/04/07 13:42

경주에 내려간다는 이에게
“경주, 조용히 죽고 싶은 그런 곳이죠.” 답장을 보내고선
3년 전 경주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꺼내봤다.
(분황사 탑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던 신라의 버마재비)
2005/04/06 01:23
자정이 넘어 똥개(평론가 변정수)가 전화했다. “그래도 짬을 내보신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섭섭하네요!” 예의 그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정겹다. 보름 전, 그는 새로 낸 비평집 출판기념회와 혼례식을 겸한 조촐한 자리를 만든다고 연락했었다. “형 이런 자리 오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잘 알죠. 그래도 만난 지 너무 오래됐고 여기 형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많아요.” “그래 나도 보고 싶다. 미안하고 축하해.” 똥개는 이번 책 머리말에 내 글을 ‘표절’했는데 그건 “변정수의 김규항에 대한 오마주”라며 또 까르르 웃는다. 지난번 만났을 때 어깨가 많이 쳐져 있었다. 내가 도울 거라곤 하나마나한 말 몇 마디뿐이었는데 이래저래 좋아진 것 같다. 똥개가, 모두와 더불어 행복하길.
2005/04/05 12:31
두 가지 기쁨이 있었다. 지난 반년 여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선승처럼 다스리며 기다려온 문제가 일단 매듭되고, 고래의 메인 꼭지인 ‘뚝딱뚝딱 인권짓기’가 단행본으로 묶여져 나왔다. 어찌 술을 먹지 않을 수 있을까. 해가 중천일 때 시작한 술자리는 술동무를 거듭 보충해가며 전진 또 전진. 나중엔 '술 파는' 노래방까지. 오래 못 본 동무들에게 전화를 걸고 “무작정 축하해 달라” 메일을 보내고.
취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자가 안 하던 짓을 하는 걸 보면 조금은 돌아온 듯. 깨어나서도 그런 짓을 전혀 민망해하지 않는 걸 보면 분명히. ㅎㅎ
취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자가 안 하던 짓을 하는 걸 보면 조금은 돌아온 듯. 깨어나서도 그런 짓을 전혀 민망해하지 않는 걸 보면 분명히. ㅎㅎ
2005/04/02 12:46
“여보세요?”
“%$#$%.. $@#$%..”
(멀리서 엄마 목소리) “엄마 핸드폰 어디 있니?”
(목소리 가까워 오고) “여보세요. 어, 규항이 형?”
Sent: Saturday, April 02, 2005 12:19 PM
To: kim gyuhang
Subject: 저희 집에 천사가 있는데요...
꼬마천사입니다.
가끔 장난을 치는 거 말고는 참 이뻐요
오늘 아침에도 장난 한건 쳤는데...
규항이 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할 말이 있었나봅니다.
웅얼거리기만 해서 못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엄마 흉을 본거 같기도 하고 엄마가 못한 말 대신 한 거 같기도 하고-_-
여튼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핸펀에 기억시켜놓은 번호는 아빠번호 밖에 없어요.
전화에 기억되어있는 수신번호 발신번호 샅샅이 뒤져도
규항이형 번호가 아무데도 없어요.
세살짜리가 적어도 8자리 이상을 눌렀다는 이야긴데...헉-_-;;
믿거나말거나 ...
사실입니다.
(천사가 아니라 천재일까요? ㅋㅋ)
“%$#$%.. $@#$%..”
(멀리서 엄마 목소리) “엄마 핸드폰 어디 있니?”
(목소리 가까워 오고) “여보세요. 어, 규항이 형?”
Sent: Saturday, April 02, 2005 12:19 PM
To: kim gyuhang
Subject: 저희 집에 천사가 있는데요...
꼬마천사입니다.
가끔 장난을 치는 거 말고는 참 이뻐요
오늘 아침에도 장난 한건 쳤는데...
규항이 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할 말이 있었나봅니다.
웅얼거리기만 해서 못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엄마 흉을 본거 같기도 하고 엄마가 못한 말 대신 한 거 같기도 하고-_-
여튼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핸펀에 기억시켜놓은 번호는 아빠번호 밖에 없어요.
전화에 기억되어있는 수신번호 발신번호 샅샅이 뒤져도
규항이형 번호가 아무데도 없어요.
세살짜리가 적어도 8자리 이상을 눌렀다는 이야긴데...헉-_-;;
믿거나말거나 ...
사실입니다.
(천사가 아니라 천재일까요? ㅋㅋ)
2005/04/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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