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중음악가들 가운데 자연스러움을 기준으로 나는 단연 DJ DOC를 꼽는다. '전향한 날라리'인 나는 한눈에 그들이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들"임을 알 수 있었다. "뒤통수가 이뻐야만 빡빡 미나요 나는 뒤통수가 안 예뻐도 빡빡 밀어요 ... 옆집 아저씨 반짝 대머리 옆머리로 소갈머리 감추려고 애써요 억지로 빗어 넘긴 머리 약한 모습이에요 감추지 마요 빡빡 밀어요" 날라리가 날라리의 언어로 세상에 의견을 제출하는 광경은 내게 충격이었다. 그 즈음 주변의 만류로 빡빡 밀기를 미루던 나는 그들의 지도에 감화되어 빡빡 밀기를 감행했다.
대중음악이란 예술 장르가 본디 날라리의 영토이듯 (사회 시스템이 제시하는 행동수칙과 일상적 긴장을 이루는) 불량함은 날라리들의 고유한 신분 증명이다. DJ DOC 5집은 날라리의 불량기가 갖는 사회적 능력을 잘 보여준다.
민요 <새타령>을 모티브로 한 판소리 사설풍의 <포졸이>는 최근 2,3년 동안 폭력, 약물 등과 관련하여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 듯한 이 날라리들의 빼어난 골계다. "새가 날아든다 왠갖 짭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씨방새 날지 못하는 새 짭새 새가 날아든다 짭새가 날아든다 문제야 문제 우리 나라 경제 좆같은 짭새와 꼰대가 문제 ... 이번엔 짭새 얘기해볼 게 짭새가 우리 민중의 지팡이 하 하 좆까라가라 나 나라나라 우리 나라 정말 좋은 나라"
전반적으로 DJ DOC 5집이 갖는 특별한 가치는 사적 체험을 깊은 자의식으로 담아 낸다는 점이다. 자의식이야말로 상업적인 의도로 사회적 소재를 채용하는 노회한 공산품들과 대중음악가 DJ DOC를 구분 짓는 지점이며, (한국지식인들의 글엔 자의식이 없다는 서글픈 상황을 생각한다면) DJ DOC는 이 앨범으로 한국 지식인들의 평균 지성을 넘어선다. "옛날에는 잘나갔지 D.O.C 제법 놀 줄 아는 날나리 하늘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잘나가던 그때가 좋았지 마이 폰 넘버 0-1-1-3-0-9-9-9-8-1 끊겼어 돈을 못 냈어 창피해서 눈물이 났어 지금 난 찬밥 쌀밥 정부미밥 따질 때가 아니지 2년이란 공백기간이 준 데미지 대박 추락하는 내 이미지"
지식인들이 "가방끈 짧은" 날라리들의 이 특별한 예술적 성취에 대해 (90년대 록에 그랬듯) 저항이니 진보니 하는 해석을 들고 또 다시 끼여드는 건 당치 않다. 진정한 저항과 진보가 '주장'되는 게 아니라 현실 시스템과의 정치적 긴장을 통해 '증명'되는 거라면, 오늘 DJ DOC는 지식인들의 관념으로 정제된 저항이나 진보에 비할 수 없이 고고한 지점에 서 있다. 그들이 한국지식인들보다 열등한 거라곤, 자신의 사회적 기여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능력뿐이다. | 씨네21 2000년_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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