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6 14:57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단지 추억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부러 차갑게 식힌 분노, 뜨거움을 내 이성과 사유에 새긴 차가운 분노만이 독하게 지속된다. 세월호 침몰, 보름 후에 썼던 글.


분노는 차갑게 지속된다

2018/04/16 14:57 2018/04/16 14:57
2018/04/15 19:47
김기식의 말도 안 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을 반개혁 기득권세력의 의도에 봉사하는 거라 단정하고 개탄하는 글이 타임라인에 눈에 띈다. 전체 공개로만 글을 쓰고 있어서 음모론이나 기계적 진영 논리에 매몰된 경우는 페친을 해지하는 편인데도 그런 글이 종종 보이는 걸 보면 상황이 가볍지 않다. 음모론이나 기계적 진영 논리는 결코 비합리적 사고에 기인하는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다. 그걸 통해 제 사회적 경제적 기득권을 축적하는, 정치 브로커들의 계획적이고 치밀한 비지니스 모델이다.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 주권자의 지위를 포기하고 정치 브로커의 고객 노릇을 할 이유가 있는가.
2018/04/15 19:47 2018/04/15 19:47
2018/04/10 08:47
몇해 전 친구가 생협에 노조도 없고 비정규 노동이 만연한 걸 알고는 놀라서 모 생협 경영진에게 물었더니 ‘생협은 특정 개인에게 사유화되어 있지 않으니 일반 기업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하더란다. 우리가 종종 하는 오해는 기업의 형태나 소유 방식이 기업의 정체성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이 이윤 혹은 성장을 목표로 하는 한, 협동조합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자본가가 한명이든 천명이든 근본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 자본가는 ‘인격화한 자본’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가의 인격이 자본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자본의 고유한 운동방식이 자본가의 인격을 지배한다. 그런 자본가에게 노동자는 존엄한 인간이 아닌 ‘인격화한 노동 시간’일 뿐이다.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 탄압 사태는 아이쿱이 성장 위주 경영을 선도하면서 한살림을 추월하고 ‘경쟁 상대는 이마트’라 공언할 때 이미 예견된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대개의 조합원들이 침묵한다는 건 그들이 협동조합 조합원이 아니라 회원제 소비자일 뿐임을 드러낸다. 물론 이건 아이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본주의적 기업을 넘어선 기업을 표방한 생협은 자본주의적 기업의 괴상한 형태로 귀결하고 있다.
2018/04/10 08:47 2018/04/10 08:47
2018/04/07 18:37
세습 문제나 각종 비리로 점철된 타락한 교회 비판에 몰두하다보면, 그렇지 않은 교회는 정상적인 교회로 여겨지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교회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그 정상성에 있다. 예수가 전한 하느님나라 운동의 치명적 적은 이미 상식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떠난 교회들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호감을 유지하며 성실하게 자본주의(마몬주의) 이념을 설파하는 정상적 교회들이다. 재벌 문제도 마찬가지다. 재벌의 편법과 불법에 대한 비판은 많은 경우 편법과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재벌 문제의 본질은 대다수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국민 경제가 극소수의 사적 이윤 추구에 동원되는 합법적 독점 구조 자체다. 그마저도 모자라서 편법 불법까지 자행하는 행태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만, 분노가 본질을 덮는 건 결국 그 구조를 돕는 일이 된다.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재벌 비판이 대부분 특정 개인의 윤리적 사안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 있다. 목사나 재벌 총수의 인격과 윤리가 아니라 그들의 인격과 윤리를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적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2018/04/07 18:37 2018/04/07 18:37
2018/04/06 22:41
12일부터 '혁명노트, 메타노이아' 세미나를 진행한다. 내가 강연하는 방식임에도 강연회가 아니라 세미나라 이름 붙인 건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모두에게 사유의 계기가 되는 시간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사유란 낭만적 이상주의나 지적 힙스터의 희소 취향과는 거리가 먼, 내 삶의 실체에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행동의 의미다. 4회에 걸쳐 노예, 물신, 반공, 이행을 키워드로 진행하며 대략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내용으로 한다.

- 자유로운 시민이자 민주주의의 주인임을 자부하는 사람들이 왜 제 삶에 대한 회의와 우울은 떨쳐내기 어려운가?

- 지식인과 예술가의 비판 정신과 독립성이 파시즘적 금지나 탄압 상황에서보다 상당 수준의 표현의 자유와 각종 학술적/예술적 지원 제도 속에서 더 위축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 나쁜 정치/좋은 정치를 말하는 걸로는 부족한가?

- 자본주의가 자유와 평등의 외피를 쓴 현대적 노예제라는 견해가 사실이라면, 왜 그런 체제가 사회 성원의 동의와 지속력을 갖는가?

- 현실 사회주의의 패망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라는 이상은 관념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게 아닌가?

- 개인을 삭제한 집단으로서 유토피아가 아닌, 개인성의 추구가 공동체의 미덕이 되는 사회는 가능한가?

참여 신청: gallery.loop.seoul@gmail.com
2018/04/06 22:41 2018/04/06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