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8 09:34
자유는 고독과 깊은 관련이 있고
신념은 허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자유는 법적 형식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자율적 개인이 누리는 고유한 권리다. 자율적 개인은 노동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고독의 힘이다. 외로워할 줄만 아는 자유인은 노예다. 고독할 줄 아는 노예는 이미 자유인이다. 신념은 일상의 작은 것들이 갖는 의미와 거대한 사회구조의 변혁이 하나인 사람에게서 지속된다. 그는 끝없이 교차하는 허무에 기꺼이 시달리는 사람이다.
2019/02/08 09:34 2019/02/08 09:34
2019/02/01 18:13
김경수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유죄 판결에 대해선 이런저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율적 시민이 아니라 정치 브로커에 가깝다.(안희정의 유죄 판결에 대해 그러는 경우는 아예 사람 취급을 말자.) 자율적 시민은 제가 속한 진영의 이념과 철학을 따르지만, 정치 브로커는 제가 속한 진영의 이해관계만 따른다. ‘정치 브로커가 되어버린 시민들’은 입버릇처럼 적폐청산을 외친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정치의 가장 심각한 적폐로 부상하고 있다.
2019/02/01 18:13 2019/02/01 18:13
2019/01/25 12:42
부유하지 않고 권력이 없다는 사실이 불의한 시스템의 억울한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 시스템은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소수가 아니라 부유하지도 않고 권력도 없는 다수의 가담자 덕에 유지된다.
2019/01/25 12:42 2019/01/25 12:42
2019/01/23 16:40
자본주의를 흔히 ‘시장 경제’ 시스템이라고도 하는데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도 시장은 있었다. 유독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라 부르는 건 시장이 전면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인간 노동력을 포함,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으로 교환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부는 아니다. 자본주의 하에서도 인간은 (뚜렷하게 의식은 않더라도) ‘상품이 되어선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있다. 믿음은 사회적 힘을 이루면서 어떤 것들의 상품화를 막아낸다. 예컨대 교육의 의미를 고민하고 인문학과 예술의 정체와 역할을 토론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건 그 사회에서 그것들이 완전히 상품화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사회의 또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들은 이미 상품이다. 그들은 교육을 ‘인적 자원’의 차원으로 인문학과 예술을 ‘문화산업’으로 이해한다. 한 사회가 살 만한가는 그런 상황의 정도, 상품이 되어선 안 되는 것들이 얼마나 상품화되어있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절대빈곤 상태가 아니어도 상품화 정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사회가 된다. 상품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도 그렇다. 한국은 구제금융 사태 이후 20년간 상품화의 정도와 속도에서 유례없는 사회였다. 지옥일 수밖에.
2019/01/23 16:40 2019/01/23 16:40
2019/01/20 15:06
손혜원 씨 논란을 보며 착잡한 마음에 몇자 적는다.

문자와 관련한 문화행사에서 전직 국회의장 정세균 씨가 축사를 하는데 요지는 두가지였다. 우리나라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어서 고유한 문화가 있다, BTS는 유구한 한국 문화사의 자랑이다. 엘리트 영역에서 ‘문화’와 ‘문화산업’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사실처럼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일도 없다. 전직 국회의장도 현직 문화부장관도 이른바 문화 예술계 인사들도 문화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모조리 문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수십 채의 집을 사들였다는 손혜원 씨도, 그의 행동을 두고 투기 목적이다 아니다 순수한 의도다 아니다 논란을 벌이는 사람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문화와 문화 산업의 차이는 단지 상품인가 아닌가에 있지 않다. 문화는 인간의 내면과 영혼에 관계하는 것이다. 문화는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을 일깨운다. 문화산업은 20세기 중반 고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산업주의적 생산물이다. 문화산업은 개인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소거하고 동일성을 부여한다. 문화는 자본주의와 긴장과 적대를 이루며 인간의 내면과 영혼의 공간을 확보한다.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의 구성물이자 무기다.
신자유주의 이후 문화와 문화산업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은 세계적인 데가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전면적인 사회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잘 사는 나라라 불리는 한국이 정작 ‘지옥’인 이유도 결국 그것이다. 문화를 삭제해버린 한국인들은 내면과 영혼의 질식 상태에 놓였다.
2019/01/20 15:06 2019/01/20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