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8 09:45
뇌과학자들은 인간 두뇌의 최고 단계를 자기객관화 능력이라고 하던데, 깊이 동감한다. 성인이 된다는 건 결국 자기 객관화 능력을 키우는 일이고, 자기객관화 능력이 높을수록 성숙한 인간이다. 사회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어지간히 자기객관화를 할줄 아는 인간들에 의해 유지되거나 개선되어간다. 아예 자기객관화가 안되는 인간은 그 자체로 흉기가 된다. 어제 말한 우병우를 비롯하여 김우중, 전두환, 김기춘 등 근래 쏟아져 나오는 '역사의 피해자들'은 그 쉬운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정치와 경제를 주무르는 아저씨들에게만 해당하진 않는다. 제 욕망과 성취감, 혹은 재미와 호기심을 쫓느라 누군가의 삶을 갉아먹는 인간은 도처에 있다. 사실 대개의 우리는 조금씩은 그렇다.
2017/04/08 09:45 2017/04/08 09:45
2017/04/07 17:35
우병우 같은 사람을 보며 최고로 좋은 머리를 갖고 저런 짓을 하는가 개탄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머리란 고작 그런 건가. 인간의 머리가 여느 동물과 다르게 취급되는 이유는 단지 기능적으로 나아서인가. 사유하고 성찰하기 때문이다. 우병우 같은 사람이 한 짓을 보면, 그러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걸 보면 오히려 최고로 나쁜 머리가 아닌가.
2017/04/07 17:35 2017/04/07 17:35
2017/04/05 12:06
홍준표의 언행을 두고 인격 운운하는 건 영 적절치 않다. 우리가 인간이라면 '인격의 범주'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그 자의 언행은 그걸 넘어선 지 오래다. 홍준표는 나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의 치료가 시급한 환자일 뿐이다.
2017/04/05 12:06 2017/04/05 12:06
2017/04/04 16:35
(이른바 정권교체, 즉 자유주의 세력의 재집권이 확실시된다는 시점에서 적어본다.)

근래 민주주의는 대략 두가지 차원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전자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민주화' 문제고, 후자는 ‘자본주의’ 문제다. 한국 사회는 87년을 기점으로 전자가 진전되어 왔지만 97년을 기점으로 후자의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어 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살하는 한국인들이 '못살겠는' 이유로 꼽는 문제들은 대개 후자와 관련되어 있다. 빈부격차, 부의 세습과 신분사회화(갑질), 비정규 불안정 노동, 청년 실업, 경쟁교육, 물신주의 등등. 그에 반해 한국의 진보 시민들이 가장 긴급하고 진지하게 분노하고 행동하는 사회 문제들은 대개 전자에 집중된다.

이 희한한 상황이 오늘 한국 사회가 옴짝달싹 못하는(외신에서 '한국사회는 몇백만명이 광장에 모이는데 왜 달라지지 않을까' 질문하는) 주요한 이유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인민들이 후자의 문제를 덮고 전자의 문제에 집중하면 할수록 제 기득권과 헤게모니가 강화하는 자유주의 세력의 작품이다. 그런데 과연 진보적 시민들은 자유주의 세력의 음모에 속아 넘어간 건가? 지난 20여년 동안 나를 포함한 좌파들은 그런 전제의 논의를 이어왔다. 이른바 '가짜 진보' 논의들이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렇다면 사실관계를 다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진보시민들은 속아넘어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속아주고 있거나 속을 필요를 갖는다. 스스로 속아주는 건 현실과 대면을 피해야하기 때문이다. 각자도생을 넘어 연대하며 사회의 전망을 고민하고 변혁해나가는 게 도무지 두렵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줄창 정치적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들에만 열정을 다한다. 설사 사회경제적 주제에 관심을 갖더라도 자본주의 자체나 계급문제는 마치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도려낸다. 속아줄 필요가 있다는 건 진보시민들이 중간계급으로서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보수적 경향이 이미 속성화되었기 때문이다.(오늘 사회를 1:99가 아니라 1:9:90으로 봐야 하는 건 그래서다.)

둘은 결국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한국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에의 열정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은폐하고 퇴행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려준다. 진보시민들의 기만성과 보수성이 오늘 한국 사회의 가장 실제적인 수구 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진보시민의 전부인 양 주장하는 건 과하다. 사회는 일면적이지 않으며 그들의 미덕과 기여 또한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러나 그걸 빌미로 더 이상 덮고넘어가선 안된다. 만일 우리가 진심으로 전망을 말하고 싶다면 말이다.
2017/04/04 16:35 2017/04/04 16:35
2017/04/03 08:02
정권 교체는 아마 국정농단 있는 한국적 자본주의를 국정농단 없는 한국적 자본주의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적 자본주의 자체는 그대로일 거라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권교체는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우리는 과연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17/04/03 08:02 2017/04/03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