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3 10:36
한국의 기존 보수가 리버럴을 좌파라 말하는 건 생존에 관한 문제다. 그래야만 저희가 극우가 아니라 정상적 우파/보수가 되기 때문이다. 리버럴을 우파/보수라 인정하는 일은 그들이 극우임을 인정하는 일과 같다. 그 이야기는 그들의 태도가 진심은 아닐 수도 있다는, 그들 가운데 일부는 이념의 역학 관계와 생존 때문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제 현실에서 그런 보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리버럴을 진심으로 좌파라 믿는다. 꽤 합리적인 보수 행세를 하는 사람조차 대부분 현 정권을 진심으로 좌파(혹은 종북좌파)라 믿는다. 바로 그것, 무지 이전의 야만의 정신 수준이야말로 한국 보수의 특별한 추악함이다. 그들이 박근혜를 촉매로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그들보다  훨씬 잘 포장된 보수의 전면적 지배가 만들어내는 현실적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 자체로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2018/01/03 10:36 2018/01/03 10:36
2017/12/31 23:40
실은 두달 전 사고가 있었습니다. 라이딩 중에 커브길에서 택배 트럭이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정면 충돌했지요. 트럭 기사와 목격자는 ‘사망 내지 중상’(근대풍 표현 ㅎ)이라 확신했답니다. 결론적으로  이곳저곳 타박상 외엔 심각한 부상은 없었습니다. 강건한 신체가 유일한 재산이긴 하지만 인체가 트럭과 상대할 순 없겠지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싸인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뭔가 잘못 살고 있다는 경고의 싸인이자 아직 할일이 있다는 인증의 싸인. 해를 넘기며 전자는 정리하고 후자는 정성을 더하려 합니다. 한해 동안 귀한 교감 고맙습니다. 몸도 마음도 평안한 새해 맞으시길 빕니다.

1월 3일 내용 추가: 괜한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오프에서 보는 사람들까지 다 한마디씩 하는군요.(“목발은 어디 둔 거야?” 같은 농담을 포함하여) 사진을 올린 건 그 흉측함을 함께 보며 액땜하자는 의미였는데 충격만 배가한 것 같습니다. 사고 다음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고 알아채는 사람도 없었을 만큼(두어 주 눈에 안 띄게 절긴 했지만 ㅎ) 정말 괜찮습니다.
2017/12/31 23:40 2017/12/31 23:40
2017/12/29 09:35
‘상위 계층-극우-조중동’ 이라는 도식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도식은 이미 깨졌고 더 깨지고 있다. 리버럴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즐겨 묘사되듯) 단지 정권만 잡은 게 아니라, 시대의 대세다. 중앙일보와 JTBC의 이념적 균열은 그 한 상징적 사례다. 홍석현과 홍정도가 다르듯, 상위 계층의 장년 세대는 여전히 조선일보를 신봉하지만 자식들은 스레드밀을 타며 손석희뉴스를 본다. 리버럴은 대세다. 리버럴이 대세라는 건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상식과 합리성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간다는 의미,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한국식 자본주의가 상식과 합리성으로 포장된다는 의미.
2017/12/29 09:35 2017/12/29 09:35
2017/12/28 19:14
귀가 예민해서 음악을 들을 때 음질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디오 기기로 음질을 추구하는 건 돈도 돈이려니와, 설사 돈이 충분히 있다 해도 그런 추구가 내포하는 인간적 불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주 상태가 아니어도 일정한 음질을 확보하는 것 또한 나에겐 중요하다. 그런 조건들을 무난하게 해결하는 건 역시 랩탑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내 경우는 맥북프로에 플레이어로 오디르바나와 무손실 파일이 든 외장하드 두 개, 출력은 작업실에선 아담의 소형 모니터 스피커를 사용하고 밖에선 젠하이저와 웨스턴랩스의 인이어 이어폰(헤드폰은 갑갑해서 사용할 수 없다)을 사용한다. 출력기의 조건은 소스를 되도록 착색 없이, 현악기와 교향곡을 제대로 울리면서 하드록 역시 이상하지 않게 울려주기, 정도인데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맥북과 출력기를 연결하는 DAC는 오디오퀘스트의 드래곤플라이다. 작고 간편하면서도 성능이 뻬어나서 5년 넘게 사용해왔다. 최신 모델은 더 고음질 파일을 커버하지만 요즘은 외장하드 챙기는 것도 귀찮아져 애플뮤직 스트리밍을 주로 이용하는 터라 굳이 바꿀 이유는 없다. 원래 검은색 고무 코팅 같은 게 되어 있는데 조금씩 벗겨져서 영 흉해졌다. 칠을 다시 할까 하다가 며칠 전 갑작스러운 장난기에 기대어 주방용 철수세미로 싹 벗겨버렸다. 그런데 새 것일 때보다 오히려 더 근사해졌다. 머리통 속 낡은 관념이나 관습화한 의식을 벗겨내는 철수세미가 있다면 좋겠구나, 문득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꼭 이런 생각을 이어붙이는 모종의 강박 또한.
2017/12/28 19:14 2017/12/28 19:14
2017/12/28 16:02
한국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절대적이며 재벌 개혁 없이는 한국경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요는 그 개혁이라는 것이 뭐냐, 다. ‘재벌 개혁론자’라 알려진 장하성이나 김상조 같은 이들은 제대로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라고 한다. 국가를 쥐고 흔드는 재벌의 독점성을 시장주의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은 조금만 생각해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총수 하나를 잠시 법정에 세운다거나 총수 일가의 윤리 문제를 논하는 것, 불법/탈법 비판 등도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데 좀더 기여한다. 재벌 개혁은 소유 구조와 경영 방식에까지 들어갈 때 비로소 시작된다. 원론적으로 기업의 사회화/국유화는 구좌파의 교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재벌은 일반적 의미에서 기업이 아니다.

첫째, 한국 재벌은 그 형성과 성장 과정으로 볼 때 총수 가족의 사유물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 일군 기업을 총수 일가가 탈취하여 사유화한 것이라 봐야 한다. 총수(1세)라는 사람들은 박정희 정권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국부를 늘리기 위한 수출 위주 대기업 정책에서 일종의 실무 관리자 노릇을 한 사람들이다. 대기업의 실 내용을 채운 건 물론 총수가 아니라 그런 경제 정책이 모두를 잘 살게 할 거라는 선전 아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한 국민이다. 그런데 군사 파시즘이 물러나고 민주화와 신자유주의가 열리면서 재벌은 총수 일가의 사유물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 모든 논의는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유물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에 대고 왜 편법 상속을 하는가 왜 불법/탈법을 일삼는가 따지는 건 삼성이나 현대가 총수 일가의 것임을 전제한다. 먼저 삼성이나 현대가 왜 너희의 것이냐 따져 묻는 게 맞다.
둘째, 현재 재벌은 물론 30대 기업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말하자면 재벌은 이미 실제적으로 국유화 상태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유물일 수 있는 이유는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재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 노릇을 하면 재벌은 국민의 것이 된다. 재벌의 막대한 이윤과 자산은 바로 그 재벌을 몸으로 일군 국민의 것이다. 한국 재벌의 ‘사회화’는 좌파의 교의와 무관하게, 합리적 사고와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2017/12/28 16:02 2017/12/28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