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10:51
사회비판의 이벤트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해 그 원인과 보편성을 고찰하고 비판하는 일상적 노력은 회피하면서, 특별히 불거진 사례를 선택해 짧고 격렬한 반응을 보인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향이다. 사회 변화가 아니라 자신이 사회 비판적임을 전시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은 오늘 한국 진보세력의 계급적 속성을 잘 드러낸다. 그들은 10% 경제 기득권과 진보의 사회문화 자본을 동시에 가지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여전히 극우세력보다 고상한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가장 주요한 보수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부문과 차원을 불문하고 사회진보 운동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2017/11/14 10:51 2017/11/14 10:51
2017/11/09 15:48
성찰을 윤리적 차원으로만 이해하는, 그래서 양심이나 인격, 수행의 지표 같은 걸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성찰은 합리적 사고의 기본일 뿐이다. 인간은 철저하게 사회적 존재다. 그것은 나와 세계, 사적 일상과 체제의 구조가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고 서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또한 모든 개인은 - 극단적 억압과 배제 상태에 있는 사람조차 일정하게 - 체제의 구성물로서 기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냉정한 자기 성찰은 사회의 구조와 본질을 보려는 치열한 노력과 다르지 않다. 성찰은 과학이다. 윤리는 그 다음의 문제다. 사회의 구조와 본질을 제대로 보면서도 그에 합당한 선택과 행동은 회피하는 사람도 많듯, 냉정한 성찰 능력을 갖고도 제 이해관계에만 의거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17/11/09 15:48 2017/11/09 15:48
2017/11/09 13:29
고래가그랬어 첫 편집장 조중사가 재주 많은 인물이라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다. 몇해 전부터 국숫집을 한다. 해방촌에서 시작했고 근래 들어선 서교동에 자리 잡았다. 상호는 '칠성제면'. 국수가 맛있다. 특히 멸치국수는 손에 꼽는 이들이 많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작은 양(200g)의 불고기도 있어서 간편하게 괜찮은 한 끼를 챙기기에 좋다. 혼자 가도 편한 분위기다. 나도 홍대 쪽에 일이 있을 때 무시로 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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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13:29 2017/11/09 13:29
2017/11/01 17:40
모든 지배체제의 중요한 숙제는 피지배 계급을 분할하는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종 젠더 등 정체성으로 분할하여 서로 반목하고 적대하게 한다. 이른바 ‘분할 지배 전략’이다. 그런데 분할 지배 전략은 지배 세력 자신을 분할하는 방식도 포함한다. 피지배 계급으로 하여금 지배 계급의 일부를 보수/선으로 일부를 진보/악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진보적 에너지와 가치를 지배 체제 안에 완전히 가두는, 보다 세련되고 교활한 방식이다. 김대중 정권 이후 옛 민주화운동/86 세력이 지배계급에 본격 편입되면서 매우 효과적으로 실행되어 온 방식이기도 하다.

합법, 준법은 당연히 보수적 가치이며 보수의 기본이다. 그러나 ‘엘리트 영역에서 불법, 탈법이 판친다’는 여론이 강한 사회에선 합법, 준법이 특별한 게 되고 심지어 진보적 가치처럼 여겨지는 현상이 생겨난다. 그리고 법이란 언제나 현재의 지배계급과 기득권세력에 유리한 속성을 갖는다는 생각, 현재의 법 자체에 질문하며 넘어서려는 태도가 갈수록 사라지게 된다. 강고한 체제 안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불법, 탈법’도 ‘엘리트 영역에서 불법, 탈법이 판친다는 선전’도 모두 엘리트 영역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의심해야 한다.

홍종학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합법적인데 왜 문제냐’ 말했다. ‘합법적이지만 도덕적이지 않다’는 대응은 지극히 보수적인 것이다. 진보적 가치는 이렇게 말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바로 그래서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2017/11/01 17:40 2017/11/01 17:40
2017/10/25 14:48
민주노총이 청와대 만찬에 가지 않은 걸 두고 횡행하는 비판은 다수의 한국인이 아직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민주노총에 쩔쩔 매는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른바 자칭 보수 시민들과 ‘대통령을 훼방하는 민주노총’을 욕하는 자칭 진보 시민들. 언뜻 대립하는 견해와 태도인 듯하지만, 자신이 ‘시민이자 노동자’라는 근대 시민의 기본적 자의식과 상식을 적극 부인한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하나다. 여전히 수구 수구 세력이 활개를 치고, 촛불 정부는 알맹이없는 이벤트로 시간을 보낸다, 는 현실 비평이 사실이라면, 그 주역은 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시민들’인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규직 조직노동의 입김이 세고, 비정규 불안정 노동이라는 근래 한국 시민의 보편적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민주노총이 가진 비판하고 개혁되어야 할 문제이지, 민주노총의 본질이나 목적은 아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미우나 고우나 대개의 시민에게 내 삶과 현실을, 사회적으로, 즉 국가와 자본과 관계에서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2017/10/25 14:48 2017/10/25 14:48